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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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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를 사랑하는 그들

고가의 시계가 판매되는 은밀하고 흥미로운 과정부터 세계 유명인의 시계 사랑까지. 시계를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하여.

2017.05.05

시계 화보 촬영을 위해 브랜드에 제품 협찬을 요청하면 종종 이런 답변이 돌아온다. “고객님이 그날 제품을 보러 오시겠다고 홀딩을 해놔서요. 아쉽지만 협찬이 어려울 거 같아요.” 몇억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시계를 구입하는 이들의 수는 예상보다 많다. 소형 아파트 전셋값은 가뿐히 웃도는 가격의 시계를 실제로 손목에 얹고 다니는 이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일반인은 범접할 수 없는 최고급 시계 애호가들의 세계가 궁금해졌다. 
속된 표현으로 ‘여자는 가방, 남자는 시계’라는 말이 있다. 브랜드별로 차이는 있지만 실제로 스위스 메이드의 하이 컴플리케이션 시계의 구입 비율을 살펴보면 남성이 60~70% 정도를 차지한다. 나라별로 보면 중국과 중동의 부호가 주 고객이다. 최근 스위스 시계의 최대 고객은 중국이다. 아시아 수출이 최근 몇 년 사이 4배가량 늘었는데, 그 원동력은 중국 고객이다(‘워치스 앤 원더스’가 홍콩에 치러지는 이유 중 하나다). 4년 전 고급시계협회(FHH)의 CEO 파비안느 루포는 한국을 고급 시계 분야에서 전 세계 11번째로 큰 시장으로 꼽았다. 실제로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하이엔드 워치 부티크의 수가 많다고 한다. 하이엔드 워치 브랜드 고객의 신원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다. 구입 과정 역시 개인적이고 은밀하게 이뤄진다. 제품 판매가 세일즈와 고객의 1:1 관계를 통해 주로 발생하는 만큼 세일즈의 능력은 시계 브랜드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친다. 현대 사회는 물건을 파는 시대가 아닌 감성과 경험을 파는 시대기 때문에 고객과의 관계 유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구매자가 기업의 CEO인 경우, 전담 수행 비서를 통해 제품의 포트폴리오를 보내기도 하고, 제품 기능과 디자인에 대한 설명을 손 편지로 정성스레 작성해 전달하기도 한다. 단순히 물건을 파고 사는 관계가 아닌 친구처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세일즈의 브랜드 이동에 따라 고객도 함께 움직이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한다. 브랜드 내에서도 이런 고객들의 관리는 철저하고 은밀하게 이뤄진다. 스위스에서 열리는 바젤이나 SIHH, 워치 앤 원더스와 같은 시계 박람회에 초청하거나 기술자들이 손으로 시계를 만드는 공방에 직접 초대하기도 한다. VIP 아니, VVIP를 위한 행사는 정기적으로 연다. 극소수 선택받은 이들만 참여할 수 있는 이런 행사는 비용이 많이 들지만, 그 비용을 기쁜 마음으로 들일 수 있는 결과, 즉 구매가 발생한다. 돈이 있다고 모두 구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누가 어떤 시계를 착용했는지는, 브랜드의 이미지와 직결되기 때문에 고가의 시계일수록 아이러니하게 고객을 까다롭게 선별한다. 몇 브랜드의 특정 제품은 브랜드 고위 관계자와 면담(?)을 거쳐야만 구입할 수 있을 정도. 재력을 쌓은 과정에 대한 보고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일례로 모 브랜드의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시계를 구입하려면 과거 구매 이력을 검증받고, 인적 상황을 알려줘야 한다. 

최고급 시계는 일반적인 공산품처럼 다량으로 입고되지 않는다. 시계 제조의 특성상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도 하고, 마케팅 차원에서 소량만 생산하는 경우도 많다. 종류별로 한두 개 정도만 수입되기 때문에 고객 간의 경쟁도 치열하다. 각 매장마다 동일한 수량을 배치하지 않고 치밀한 전략하에 분배시킨다. 시계가 입고되면 각 브랜드의 세일즈들은 자신의 관리하는 고객에게 연락을 하고, 개별적으로 스케줄을 잡는다. 누구에게 먼저 전화할 것인지는 고객의 구매 이력을 살펴보고 엄격하게 결정한다. 여러 명이 동시에 시계를 구입하고 싶어 하는 기쁘고도 당혹스러운 경우가 발생하면 이때는 자본주의의 논리에 따라 ‘누가 먼저 비용을 지불했냐’가 관건이다. 


시계 애호가들은 자신의 신분을 노출하기를 꺼린다. 범죄 대상이 될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고가의 시계 구입에 대한 인식이 외국만큼 너그럽지 않은 탓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시계 애호가는 순종이다. 2010년 순종이 소유한 바쉐론 콘스탄틴의 회중시계가 신상이 밝혀지지 않은 이에게 1억원이 넘는 액수로 팔린 적이 있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설립 연도가 1755년임을 감안하면 매우 놀랄 만한 사실이다(순종은 1874년생이다). 또 한 명의 의외의 인물이 있다. 티베트의 달라이 라마가 그 주인공으로 그는 시계 무브먼트를 직접 분해하고 조립할 정도로 시계에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좋아하는 브랜드는 파텍 필립과 롤렉스인데 그가 소유한 파텍 필립에 대한 에피소드가 무척 흥미롭다.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중국에 가기 위해 티베트를 지나야만 하는 상항에 놓였다. 그는 편지와 함께 파텍 필립 시계를 달라이 라마에게 보냈다. 재미있는 사실은 당시 그의 나이가 고작 7세에 불과했다는 사실이다. 


시계는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쉽고 빈번하게 만날 수 있는 제품 중 하나지만, 시계가 갖는 매력은 결코 일상적이지 않다. 뿐만 아니라 그 어떤 제품보다 가격대 범위가 넓으며, 기능 역시 천차만별이다. 시계 애호가를 단순히 탐욕스러운 수집가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시계의 가치는 시계의 기능성과 디자인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들인 시계 장인의 수고와 오랜 세월이 그 안에 담겨 있을 뿐 아니라 저마다 스토리가 있다. 제품의 탄생 배경과 제품이 완성되기까지의 오랜 노력, 시계를 만든 장인들의 피와 땀, 현대 과학 기술과 수백 년 전부터 변치 않고 이어져온 하우스 철학 등이 담기는 것이다. 대가성 선물로 주고받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소수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아마도 대부분이 시계의 이런 매력에 빠져, 열렬한 구애 활동을 하고 있을 것이다. 애호가와 수집가에게 시계는 단순한 컬렉션이 아니다. 어떤 이에게는 경외의 대상이고, 어떤 이에게는 삶의 기쁨이며, 또 어떤 이에게는 인생의 목표가 될 수 있다. 인간에게는 다양한 소유욕이 존재한다. 시계를 소유하고 싶은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최상의 예술성과 최고의 과학 기술의 합작품, 인간이 손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이 걸작품을 마다할 이가 있을까?   

 

 

 

더네이버, 패션,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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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시계,워치,스위스시계,중국,파비안느 루포,하이엔드 워치 부티크,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시계,일례로 모 브랜드

CREDIT Editor 신경미 Photo PR 출처 THE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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