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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탈과 일상의 경계에 서다

우리는 늘 일탈을 꿈꾼다. 움직임 스튜디오의 디자인은 일탈을 가능케 한다. 밀라노 디자인계의 대모라 불리는 로사나 오를란디의 눈에 든 그들의 디자인적 저력은 바로 이 속에 있다.

2016.08.22

 

몇 년 전, 가구 디자이너로 주목받은  팀이 있었다. ‘움직임(Umzikim)’이라는 이름을 내세운 이들은 서울대 기계공학과 출신이라는 특이한 이력을 지녔고, 밀라노 디자인계의 대모 로사나 오를란디의 애정을 받고 있다는 이유에서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뾰족하게 세운 머리, 짙은 눈썹과 턱수염. 길 한복판에서도 딱 알아볼 듯한 외모를 지닌 그가 움직임 디자인 스튜디오의 양재혁 대표다. “2년 반쯤 전에 다리오와 파올로를 처음 만났어요.” 유럽에서 왕성하게 활동 건축가 다리오 페라리(Dario Ferrari)와 세계적인 포토그래퍼이자 <토일렛 페이퍼>의 대표 피에르파올로 페라리(Pierpaolo Ferrari)의 이름을 친구처럼 부르는 양재혁 대표. 그에게 이들은 건축가이자 포토그래퍼이기 전에 앞 집에 살았던 할아버지와 그 아들이고, 친구 같은 존재다. “그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죠. 파올로에게서 이탈리아의 디자인 업계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비즈니스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을 많이 얻었고요.”

 

사실 그들의 시작은 조금 무모했다. 가구 디자인 업계에서 일하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 없이 밀라노로 떠난 것만 보아도 그렇다. ‘가구 디자인을 제대로 하려면 밀라노에서 시작하겠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탈리아는 디자인 분야에서 개방적인 나라예요. 그리고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명함으로 온전히 경쟁할 수 있는 분야가 가구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밀라노로 간 거죠.” 그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임의 디자인을 선보인 시점은 2013 밀라노가구박람회의 신진 디자이너 전시인 <살로니 사텔리테 Saloni Satellite>였다. 이들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대단했다. 그해에 움직임은 사텔리테 전시 디자이너 중 주목할 만한 영 디자이너로 꼽혔고, 세계적인 가구 브랜드 자노타(Zanotta)와 알레시(Alessi)에서 테이블과 스테이셔너리 디자인 판권을 달라는 제의까지 받았다. 그러나 그는 정중히 거절했다. “우리는 움직임이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어요. 몇 년 열심히 하다가 사라지고 싶지는 않았죠. 그렇다면 세계적인 시장에서 디자인 측면에서 인정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죠. 내 눈에는 내 디자인이 최고처럼 보일지라도, 다른 이들의 생각은 어떨지 모르니까요. 그런데 첫해에 우리의 발전 가능성을 세계적인 브랜드에 의해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던 거죠. 그래서 ‘아, 이거면 뭔가 할 수 있겠구나!’ 싶었죠.” 그의 이러한 결정을 듣고 파올로와 다리오는 바로 ‘도대체 왜!’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몇천 달러짜리 책상을 한국에서 만들면서 이탈리아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로 어떻게 판매할 것이냐’가 그들의 의견이었다. 파올로는 자신의 디자인 페이를 낱낱이 공개하면서까지 그에게 다시 심사숙고하길 권했지만, 양재혁 대표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두 사람은 그를 데리고 즉시 로사나 오를란디에게 찾아갔다. 이탈리아에서 디자인 대모라 불리는 그녀는 움직임의 디자인을 보고 단번에 그녀가 운영하는 스파치오 오를란디에서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1 움직임의 디자인은 사람들의 일상적 행위에 대한 관찰에서 시작된다. 우산을 말릴 때 우산을 펴놓는 것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UMBRELLA STAND.
2 LOTUS TABLE의 어긋난 원형 프레임은 디자인적으로도 훌륭하지만, 손잡이 역할도 해낸다.
3 삼면으로 책을 정리할 수 있는 MAGAZINE RACK.
4 움직임 스튜디오 디자인의 제품들이 놓인 테이블.

 

움 직임의 디자인은 강렬하고 직관적이다. 이러한 디자인은 정확하게 ‘개선’과 ‘변화’에 대한 생각으로 시작된다. ‘어떻게 해야 사람이 물건을 편하게 사용할까’는 늘 그들의 고민 주제다. 예를 들어 책꽂이에 책을 손쉽게 정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한 결과, 삼면이 막힌 매거진 랙이 탄생했다. 책을 툭 던지듯 놓으면, 세 면 중 낮은 면을 찾아 책이 스스로 정리된다. 아직 정식으로 소개되진 않았지만, 노트북 테이블은 소파에서도 노트북을 편히 사용할 수 있도록 알맞은 높이와 깊이로 제작되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가구 디자이너가 무엇이 다른지를 이야기하자면, 집의 주요 스토리를 만드는 이가 가구 디자이너라면, 그 주제들을 가지고 스토리라인을 아우르는 이가 인테리어 디자이너라고 생각해요. 가구를 어떤 형태로 만들고, 어떤 소재를 쓰느냐에 따라 결국 그 집에 사는 사람의 주제가 결정되는 셈이지요.” 이에 따르면 움직임의 디자인은 자칫 효율성에만 치우칠 수 있었을 터. 그러나 그들에게 집에 대한 또 다른 메시지를 던진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피에르파올로다.

 

 

 

1 책상의 수납을 용이하게 한 MAY TABLE과 SOFA. 테이블에는 연필꽂이와 간단한 서류함이 배치되어 있다.

2 얼굴 모양을 디자인에 적용한 수납함.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컬러와 형태 조합이 가능하다.

3 책이 넘어지지 않게 디자인한 BOOKSTACK.
4 타일과 철제를 동시에 사용한 CANONICO TABLE.
5 스테인리스에 투명한 색상의 파우더를 코팅 처리해 내구성을 보완한 꽃병.

 

“사 람들이 가구나 집의 아이템을 더 편리하게 사용하도록 만드는 요소 중 하나가 유머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파올로가 셀레티(Seletti)와 함께 디자인한 비누가 있어요. 한 입 베어 문 듯한 모양인데, 그걸 볼 때마다 기분이 이상해요. 내가 정말로 비누를 씹어 먹은 것 같거든요. 이런 사소한 면들이 사람의 기분을 바꾼다는 사실을 경험에서 터득했죠. 일상 속에서 의식하지 못한 순간 ‘훅’ 들어오는 거잖아요. 그리고 ‘피식’ 웃게 되죠.” 그렇다. 위트를 담은 디자인 제품은 늘 반복되는 일상을 산뜻한 환기 효과를 가져다주는, 일종의 일탈을 느끼게 하는 힘을 지녔다. 움직임 스튜디오는 이 방향으로 나아가기로 했다. 일상을 일탈로 바꿔주는 디자인 가구를 만드는 것. 그리고 그 일탈이 일상이 되어 많은 이들의 생활 공간을 재미있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 그리하여 이름도 새롭게 하나 만들었다. ‘에스카페이드(Escapade)’ 일탈이라는 의미의 ‘Escape’와 어원을 같이하는 단어. 사람들이 경험하지 못한 아름다움과 즐거움, 소재를 선보인다는 의미에서 지은 이름이다. 그 또한 ‘좋은 일탈’ 아니겠는가! 늘 사용하던 물건에서 한 단계 앞서 생각한 디자인 물건을 쓰는 것 자체가 우리의 삶을 아름답고, 유쾌하게 만들 테니!

 

 

 

 

움직임 디자인 스튜디오의 멤버 중 세 사람이 모였다. 현재 움직임 디자인 스튜디오는 ‘데스크랩’이라는 또 다른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다. 데스크랩은 디자인과 밀접한 관련을 지닌 채, 교육적 측면까지 넘나든다. 쉽게 말하면 ‘기계공학을 전공한 사람이 가구 디자이너가 되었다’는 문장을 당연하게 여길 수 있는 열린 사고를 지닌 사람을 기르는 것이 데스크랩의 목표다. 인간에 대한 치열한 고민 끝에 정체를 드러낸 브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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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neighbor,네이버,가구,일상,기계공학,양재혁,움직임 디자인 스튜디오

CREDIT Editor 김은정 Photo 김잔듸 출처 THE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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