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新시계풍속도

밤샘을 마다하지 않는 ‘오픈런’부터, 신기록을 경신 중인 시계 경매까지. 과열된 명품 시장에서 날이 갈수록 몸값이 높아지는 ‘레어 워치’를 손에 넣기 위해 펼쳐지는 장면들.

2022.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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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띠에 메종에서 직접 선정하고 복원한 빈티지 컬렉션 파샤 워치(2009년 모델)와 토노 듀얼 타임존 워치, 똑뛰 8 데이즈 워치(2005년 모델). 

 

 

팬데믹 이후 국내 명품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소식은 이미 수많은 매체를 통해 접했을 테다. 해외 명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플랫폼들의 매출이 폭풍 성장했고, 지난해 10곳이 넘는 백화점에서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등 팬데믹 상황에서 발현된 보복 소비로 명품 업계의 활황이 이어지고 있다. 수많은 럭셔리 하우스가 끊임없이 가격 인상을 단행해도, 제품을 구매하려는 수요에 공급이 미치지 못해 ‘오픈런’이라는 웃지 못할 해프닝까지 벌어지고 있는 상황. 여기에 지금 구입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불안감과 투자 심리까지 더해져 전례 없는 명품 열풍이 불고 있다. 


대표적인 고가품 중 하나인 시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러한 분위기 탓에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도 럭셔리 워치 거래가 크게 늘어났다. 웃돈을 주고서라도 정식 매장에서 쉽게 구하기 어려운 제품을 구매하려는 이들과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으로 럭셔리 브랜드 워치를 경험하려는 수요가 몰린 덕이다. 대표적인 중고 거래 앱인 ‘번개장터’의 2021년 시계 카테고리 거래액은 약 170억원. 그중 남성 시계 카테고리의 거래액은 2020년 대비 408%라는 폭발적인 성장률을 기록했다. 번개장터는 이런 추세에 힘입어 샤넬과 롤렉스를 메인으로 한 오프라인 프리미엄 콘셉트 스토어 ‘브그즈트 컬렉션(BGZT Collection)’을 오픈했는데, ‘데이토나’, ‘서브마리너’. ‘GMT 마스터’, ‘데이트저스트’ 등 가장 인기 있고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롤렉스 워치 모델을 만날 수 있어 화제가 됐다. 

 

1 159만 달러에 낙찰되어 2021년 크리스티 시계 경매에서 최고가를 기록한 파텍필립 Ref.5002P001 모델. 2 2021년 12월 소더비 파인 워치 경매에서 한화 약 5억원에 낙찰된 리차드밀 페리니 내비 컵 투르비용 워치. 3 한화 약 110억원으로 소더비 시계 경매 역사상 가장 비싼 가격에 거래된 파텍필립 ‘핑크 온 핑크’ 워치. 

 

 

한편 중고 제품이나 ‘리셀’ 제품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빈티지 워치 수요도 커지고 있다. 빈티지 시계는 보통 1950~70년대에 제작된 모델을 의미하는데, 시계 애호가들 사이에서 빈티지 워치 수요는 꾸준히 있어왔다. 하지만 럭셔리 브랜드의 가격이 계속 인상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선호하는 브랜드 제품에 입문하려는 이들과 희소한 하이엔드 시계의 투자 가치를 알아본 이들의 수요가 더해지며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빈티지 시계 컬렉터이자 빈티지 워치 전문점 용정콜렉션의 김문정 대표는 국내에서 빈티지 워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원인 중 하나로 ‘최근 남들과 다른 브랜드나 디자인을 선호하는 MZ세대의 수요가 늘어난 것’을 꼽았다. 더 현대 서울, 엘리웨이 광교, 분더샵, LCDC 서울 등 이들이 선호하는 핫한 쇼핑 플레이스마다 용정콜렉션의 빈티지 워치가 입점해 있는 것만 봐도 젊은 층의 수요가 많아졌음을 알 수 있다. 그녀는 “시계 컬렉션에 단종된 모델이나 리미티드 에디션 등 유니크하고 매력적인 빈티지 워치를 더하면 한층 풍성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빈티지 워치 입문자라면 시계를 구입하기 전 감정인의 바잉 경력이 풍부하고, A/S가 가능한 매장인지 확인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리차드밀이 영국, 싱가포르 등에 오픈한 공식 프리온 리테일 매장. 

 


고가의 빈티지 타임피스를 더욱 안전하게 구매하고 싶다면, 워치 하우스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프리온(Pre-owned) 매장이나 빈티지 복각 워치 컬렉션을 눈여겨보자. 매뉴팩처의 전문가들이 점검과 복원을 마친 후 판매하기 때문에 고장이나 가품 여부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고, 대부분 품질 보증서와 정품 인증서, 박스 등 신품과 다름없는 구성품을 제공하기에 희귀한 시계를 소장하려는 컬렉터들의 호응이 뜨겁다. 리차드밀은 지난해 총 4곳의 공식 프리온 리테일 매장을 열었다. 이를 통해 단종된 모델이나, 한정 생산된 모델을 찾는 고객들이 보다 안전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메종의 헤리티지 전문가가 까다롭게 선정하고 빈티지 전문 워치메이커가 완벽하게 복원한 빈티지 타임피스를 ‘레 컬렉셔너(Les Collectionneurs)’라는 이름으로 선보이고 있다. 지난 연말에는 1954년 말에 출시되어 1955년까지 단 1년 동안만 제작된 크로노그래프 모델(Ref.6026)과 초콜릿 조각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의 1967년 모델(Ref.6440), 메종의 창립 222주년을 기념하며 출시된 222 컬렉션의 1981년 모델(Ref.60001) 등 메종의 워치메이킹 기술력이 담긴 진귀한 타임피스를 국내에 소개하기도 했다. 브랜드의 인지도만큼이나 빈티지 워치 시장에서 인기리에 거래되는 까르띠에도 자체적으로 진귀한 앤티크 피스를 판매하고 있다. 애호가들이 까르띠에 워치메이킹 헤리티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희소하면서도 아이코닉한 피스를 선보이는 것. 까르띠에의 빈티지 컬렉션은 주로 1970년에서 2010년 사이 만들어진 워치로 구성되는데, 지난해에는 1993년 선보인 파샤 드 까르띠에 골프 워치, 2005년 선보인 토노 듀얼 타임존 워치 등 8가지 빈티지 타임피스가 공개됐다. 피아제의 경우 자체적으로 판매하지는 않지만, 빈티지 시계를 복원해주는 유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 140년 동안 개발된 모든 자사 무브먼트의 수리가 가능하며, 시계 복원은 스위스 작업장에서 마스터 워치메이커를 통해 진행된다. 

 

1, 2, 3 롤렉스의 다양한 인기 모델을 만날 수 있는 번개장터의 프리미엄 콘셉트 스토어 브그즈트 컬렉션. 4, 5 바쉐론 콘스탄틴 레 컬렉셔너에서 선보인 1967년 쵸콜라토네 모델과 1955년 크로노그래프 모델. 

 


경매 시장에서도 희소하며 소장 가치가 있는 워치가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크리스티와 소더비 등 세계적인 경매 회사들이 럭셔리 워치를 필두로 한 명품 경매에 열을 올리는 것도 그만큼 수요가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 지난해 크리스티의 럭셔리 분야 매출은 2020년 대비 무려 71% 증가한 7억2600만 달러로 마감됐다. 그중 시계 분야 매출은 2억500만 달러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보다 20% 이상 증가한 수치다. 특히 희귀하고 극히 우수한 고급 시계 부문의 온라인 판매 금액은 2019년에 비해 5배나 증가했다. 시계, 보석 등을 다루는 소더비의 럭셔리 경매는 2021년에 사상 처음으로 전 세계 총액 10억 달러를 경신했는데, 이는 2020년 전체 총액 대비 78%나 증가한 엄청난 수치다. 기록적인 매출 증가에는 일시적인 경매 대신 라이브 옥션이나 온라인 경매를 장기간 진행한 영향도 있지만, 그만큼 전례 없던 수준의 고급 시계를 확보했기에 가능했던 결과다. 그 중심에는 주요 옥션에서 수시로 최고가를 갈아치우며 이슈메이커 역할을 하는 파텍필립이 있다. 크리스티 시계 경매의 온라인 부문과 라이브 옥션 부문의 2021년 최고가를 모두 파텍필립이 차지했으며, 소더비에서는 이집트 왕자가 소유하고 있던 파텍필립 ‘핑크 온 핑크’ Ref.1518 워치가 960만 달러(약 110억원)에 낙찰되어 소더비 경매에서 팔린 손목시계 중 가장 비싼 시계로 기록되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초고가 시계 외에도 롤렉스, 오데마피게, 까르띠에, 리차드밀 등 전통적인 인기 브랜드부터 MB&F나 URWERK와 같은 독립 워치메이커까지 다양한 스타일과 가격대의 제품이 경매에 올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 2021년 크리스티 시계 경매에 참여한 6402명 중 20%가 신규 구매자/입찰자였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소더비 역시 지난해 럭셔리 분야 입찰자 중 47%가 2021년 소더비에 처음 등록한 신규 회원이다. 40세 미만 입찰자 수도 전년 대비 187%나 증가했다. 이는 경매에 출품된 럭셔리 브랜드의 ‘레어템’이 온라인 구매에 익숙하고 개성을 추구하는 젊은 큰손들을 경매 시장으로 불러들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듯하다. 


 

 

1, 2 용정콜렉션에서 만날 수 있는 롤렉스 오이스터 퍼페추얼 데이트 저스트와 까르띠에 머스트 드 탱크 빈티지 워치.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계속되는 가격 인상과 일부 브랜드에 쏠린 과열 현상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을 터. 이런 때일수록 유행과 분위기에 휩쓸리기보다는 예산이나 스타일 등 자기만의 확고한 구매 기준을 세우고 다양한 방향으로 레이더를 펼쳐보자. 어쩌면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운명처럼 내 마음을 사로잡는 시계를 만나게 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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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최신영PHOTO : 각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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