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량한 겨울 한가운데서, 식물의 싱그러운 생명력이 그립다면. 울창한 나무와 한껏 만개한 꽃들이 찾아오는 이들을 반기는 전 세계의 식물 공간을 소개한다.
2022.02.08
1 프랑스 화가 마조렐이 만든 마조렐블루 색 스튜디오의 신비로운 푸른빛 건물과 분수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2 식물과 색감, 질감이 다채로운 마조렐 정원은 연못에 비친 모습마저 아름답다. 3 이브 생 로랑이 큐레이션한 열대식물로 둘러싸인 수련 연못.
시대를 초월한 두 천재의 교감
모로코 마라케시의 ‘마조렐 정원’은 프랑스 패션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Yves Saint Laurent)과 그의 파트너 피에르 베르제(Pierre Berge)의 소유다. 처음 정원을 만든 프랑스 화가 자크 마조렐(Jacques Majorelle) 사후 방치됐던 공간을 이브 생 로랑과 피에르 베르제가 사들여 부활시켰다. 자크 마조렐은 거대한 선인장과 야자수에 둘러싸인, 눈이 시리도록 파란 마조렐 블루색 건물을 관능적이고 호화로운 정원으로 설계했다. 정원 곳곳의 연못과 분수에서 울리는 맑고 낭랑한 물소리는 청각까지 만족시킨다. 이브 생 로랑은 마조렐의 관점에 따라 10년간 공들여 복원해 도심 속 완벽한 오아시스를 만들어냈다. 이브 생 로랑이 큐레이션한 식물로 가득한 정원은 마치 그의 컬렉션 같은 우아함이 깃들어 있다. 작은 대나무숲, 울창한 야자나무숲, 건식으로 꾸민 선인장 군락 총 세 개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5개 대륙에서 가져온 식물 300종 이상을 식재했다. 그중에는 호주 로드하우섬에서 온 캔터베리 야자나무 같은 희귀종도 있다. 이곳에서 마음의 안식을 찾던 이브 생 로랑은 세상을 떠난 후 이 정원에 묻혔다.
주소 Rue Yves Saint Laurent, Marrakech, Morocco, www.jardinmajorelle.com

1 클라우드 포레스트 온실에선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클라우드 마운틴과 주변 열대식물을 관찰할 수 있다. 2 슈퍼트리 18그루로 조성된 슈퍼트리 그로브 중 두 개의 슈퍼트리 사이에는 OCBC 스카이웨이가 놓여 있다.
거대하고 몽환적인 인공 식물원
하늘을 향해 뻗은 웅대한 슈퍼트리와 거대한 온실로 유명한 ‘가든스 바이 더 베이’는 싱가포르 중심지인 마리나 베이 워터 프런트에 자리한다. 온실 중 하나인 클라우드 포레스트 입구에 들어서면 35m 높이의 인공산, 클라우드 마운틴에서 쏟아져 내리는 폭포가 시선을 압도한다. 산책로를 따라 오르면 클라우드 마운틴을 뒤덮은 양치류와 낭상엽 식물 그리고 열대 고지대 식물을 감상할 수 있다. 곳곳에 설치해 가동 중인 습도 조절 장치 덕분에 물안개를 드리우며 몽환적인 분위기까지 더한다. 클라우드 포레스트 옆 플라워 돔은 2015년 기네스 세계 기록에 세계 최대의 유리 온실로 등재됐을 만큼 스펙터클한 규모를 자랑한다. 온실 밖으로 나서면 25~50m 높이의 슈퍼트리 18그루로 조성된 슈퍼트리 그로브가 펼쳐진다. 슈퍼트리는 인공 나무지만 태양광 전지로 얻은 에너지로 조명을 밝히며 빗물을 채집해 기둥에서 자라는 식물들에게 수분을 공급한다. 두 개의 슈퍼트리 사이에는 OCBC 스카이웨이가 있어 구름다리 위를 걸으며 가든스 바이 더 베이와 싱가포르의 스카이라인을 감상할 수 있다. 해가 지면 음악이 흘러나오며 슈퍼트리의 조명이 밤하늘을 수놓는 가든 랩소디가 펼쳐진다. 순간이 영원이 되는 듯한 15분의 라이트 쇼다.
주소 18 Marina Gardens Dr, Singapore, www.gardensbythebay.com.sg

1 형형색색의 장미가 어우러진 화려한 장미 터널은 장미정원 관람의 백미다. 2 선큰 가든에선 두 그루의 키다리 측백나무가 사이로 난 산책로를 따라 흐드러지게 핀 꽃과 나무 사이를 거닐 수 있다.
채석장의 아름다운 변신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주도 빅토리아에 위치한 ‘부차트 가든’은 영국 왕실의 정원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원래는 시멘트 사업을 하던 로버트 부차트가 석회암을 채굴하던 땅이었는데, 그의 아내 제니 부차트가 황무지가 된 땅에 손수 꽃을 가꾸어 사계절 꽃이 지지 않는 정원으로 재탄생시킨 것이 반전. 118년이 지난 지금은 빅토리아를 대표하는 명소가 되었다. 3월부터 10월까지는 튤립, 장미 등 수백 종의 꽃이 활짝 피어나고, 11월부터 2월까지는 베리류와 관목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약 22만m2 규모의 부차트 가든 관람은 깊이 파인 채석장을 꽃과 나무로 채운 선큰 가든에서부터 시작된다. 선큰 가든을 한 바퀴 돌고 나면 시원스럽게 물줄기를 뿜어내는 로즈 분수를 마주하게 된다. 로즈 분수와 야외 음악당 다음으로 만나게 되는 장미정원에는 각양각색의 장미 250여 종이 가득하다. 특히 장미 터널은 화려한 자태로 감탄을 자아낸다. 장미정원에서 연결되는 일본 정원도 볼거리다. 산책로를 따라 부차트 가든을 통과하는 내내 각양각색의 관목과 나무들의 훌륭한 자태를 감상할 수 있어 눈이 즐겁다.
주소 800 Benvenuto Ave, Brentwood Bay, BC Canada, www.butchartgardens.com

1 꽃이 만발한 유리 온실 안에는 봄기운이 가득하다. 2 겨울정원에선 클래식한 돔형 유리 천장과 거대한 야자수가 싱그럽게 어우러진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식물을 위한 유리 궁전
19세기 건축가 알퐁스 발라(Alphonse Balat)가 벨기에 왕 레오폴 2세를 위해 지은 아르누보 양식의 클래식한 식물원이다. 철골로 뼈대를 세우고 유리를 얹은 ‘벨기에 왕립 식물원’은 멀리서 보면 마치 언덕 위 유리의 성처럼 보인다. 유리 돔 위에 올린 왕관의 자태와 햇볕을 받으면 찬란하게 반짝이는 외관 덕분에 ‘유리궁전’이라 불리기도 한다고. 실제 벨기에 국왕이 거주하는 라켄 궁전 안에 자리한다. 기품 넘치는 온실 안으로 들어서면 필리핀 원산의 열대식물 메디닐라(Medinilla)를 심은 화분과 아름다운 조각상이 놓인 더 피어를 마주하게 된다. 화분은 레오폴 2세가 중국 여행에서 손수 가져온 것들로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더 피어를 지나면 벨기에 왕립 식물원의 백미인 겨울정원으로 이어진다. 공간을 가득 채운 거대한 야자수와 열대식물도 아름답지만, 온실 안에서 올려다본 유리 천장은 외부에서 볼 때보다 한층 더 고아하게 빛난다. 식물원의 온실 대부분은 꽃이 만개하는 4~5월 약 3주간 개방한다.
주소 Av. du Parc Royal, 1020 Bruxelles, Belgium, www.monarchie.be/fr/patrimoine/serres-royales-de-laeken

1 거대한 온실로의 여행이 시작되는 웰컴센터. 봄이면 웰컴센터 앞에 색색의 튤립이 꽃망울을 틔운다. 2 팜코트는 빅토리아 시대에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공간으로 키 큰 야자수와 벽돌과 유리 천장이 클래식한 조화를 이룬다.
피츠버그의 녹색 오아시스
1893년 철강&부동산 대부호 헨리 핍스(Henry Phipps)가 피츠버그시에 기증한 유서 깊은 ‘핍스 음악원 식물원’. 빅토리아풍 온실의 아름다움으로 명성을 얻었지만, 친환경 건물 인증을 받은 식물원으로도 유명하다. 식물원 옆에 위치한 CSL(Center for Sustainable Landscapes)에서는 에너지를 자체적으로 생산해 공급한다. 실내는 팜코트, 오키드 룸, 갤러리 룸, 데저트 룸 등 14개 온실로 구성돼 있다. 식물원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팜코트에는 수많은 종류의 야자수가 싱그러운 자태를 뽐낸다. 팜코트에서 연결되는 서펜타인 룸에선 계절에 따라 쇼와 전시가 열린다. 나비의 숲이라 불리는 스토브 룸, 파파야 바나나 같은 열대과일과 계피, 올스파이스 등의 향신료 나무가 자라는 트로피컬 앤 스파이시 룸도 볼거리가 가득하다. 루이 14세 시대 베르사유 궁전 정원을 모델로 한 브로드리스펠 룸은 웨딩 촬영과 결혼식 장소로 인기다. 식물원 구석구석 전시된 유리 공예 작가 데일 치훌리(Dale Chihuly)의 작품도 관람 포인트다.
주소 1 Schenley Drive, Pittsburgh, USA, www.phipps.conservatory.org

1 3180장의 유리로 지은 직경 100m, 높이 18~25m 온실 안에서는 세계 12개 도시의 식물을 만날 수 있다. 2 열대우림으로 순간 이동한 듯한 서울식물원 풍경. 3 LED 조명으로 붉을 밝힌 서울식물원의 밤도 운치 있다.
서울 속 열대우림
멀리 떠나지 않고 서울에서도 이국의 열대우림을 만날 수 있다. 열린숲, 주제원, 호수원, 습지원 네 공간으로 이루어진 ‘서울식물원’은 산책하기 좋은 야외 정원과 식물원을 결합한 ‘보태닉 공원’으로 유명하다. 그중 세계 각국의 초록 식물이 가장 가득한 곳은 주제원 안 식물문화센터의 온실이다. 대부분의 온실이 돔 형태인 것과 달리 서울식물원은 중앙이 움푹 꺼진 오목한 접시 모양이다. 덕분에 방문자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중앙이 아닌 바깥쪽을 향하며, 온실 관람을 외부까지 확장시킬 수 있다. 온실 안에 들어서면 연못에 핀 아마존 빅토리아 수련과 그 주위를 둘러싼 바나나 나무가 시선을 끈다. 열대관에선 하노이, 자카르타, 보고타, 상파울루에 서식하는 식물을 마주하게 된다. 지중해관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구간 수경 시설, 로마의 노단식 정원이 차례로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낸다. 온실 관람 후 씨앗 도서관에도 들러보자. 이곳에서는 책을 빌려주듯 씨앗을 대출해준다. 빌려간 씨앗은 재배 후 수확한 씨앗을 기간 및 수량에 관계없이 되돌려주는 방식으로 반납 가능하다.
주소 서울시 강서구 마곡동로 161 서울식물원, botanicpark.seoul.go.kr
더네이버, 라이프스타일, 여행
EDITOR : WOO JIKYUNGPHOTO : <더 네이버>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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