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럭셔리 브랜드의 예술 후원

미술과 음악, 무용, 영화에 이르기까지 예술에서 얻은 무한한 영감을 통 큰 후원으로 되돌려주는 럭셔리 하우스들의 이야기.

2021.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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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샤넬이 후원한 2021-2022 댄스 시즌의 오프닝 갈라. 2 베이징에서 열린 <발렌티노 재해석 파트 Ⅱ> 전시. 3 로에베 재단의 지원을 받는 지브리 미술관. 

 

 

패션 및 주얼리, 워치 하우스는 미술, 무용 그리고 영화 같은 예술 분야와 오랫동안 영감을 주고받았다. 최근 반클리프 아펠의 후원으로 국내에서 성황리에 공연을 마친 국립발레단의 신작 <주얼스>는 럭셔리 브랜드와 예술이 서로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보여준 대표적인 예다. 이들의 운명적인 만남은 <주얼스>의 탄생 과정부터 시작됐다. 1950년대 신고전주의 발레의 창시자이자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안무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조지 발란신(George Balanchine)이 반클리프 아펠 가문의 3형제 중 한 명이자 열렬한 발레 팬이었던 클로드 아펠(Claude Arpels)의 예술성에서 영감을 받아 창작한 작품이기 때문. 반클리프 아펠 메종은 공연을 후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얼스>의 에메랄드, 루비, 다이아몬드 3막에서 영감을 얻은 3가지 스타일의 레이디 아펠 발레리나 뮤지컬 워치를 선보이며 발레와의 끈끈한 유대감을 이어가고 있다. 샤넬 역시 무용계와 오랜 인연을 이어온 브랜드다. 20세기 초 가브리엘 샤넬이 시작한 후원은 칼 라거펠트를 거쳐 버지니 비아르까지 이어지며 수많은 무용 공연의 아름다운 무대 의상을 탄생시켰다. 최근 열린 파리 오페라 발레단 2021-2022 댄스 시즌의 오프닝 갈라 ‘발레 데필레(Défilé du Ballet)’에서도 프리마 발레리나가 샤넬이 제작한 튀튀, 코르셋, 티아라를 착용하고 등장해 눈길을 끈 바 있다. 

 

4, 6 반클리프 아펠의 레이디 아펠 발레리나 뮤지컬 디아망 워치와 에디 발레리나 클립. 5 <주얼스>를 만든 안무가 조지 발란신과 피에르 아펠. 7 미우미우 우먼스테일 신작 <I AND THE STUPID BOY>의 한 장면. 8 구찌 플레이스 프로젝트에 선정된 모스크바 쿠도제스트베니 영화관. 

 


럭셔리 업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후원과 투자는 단연 미술 분야에 집중된다. 까르띠에, 루이 비통, 에르메스, 프라다 등 럭셔리 하우스가 브랜드의 이름을 건 미술 재단을 운영하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이들 재단은 다양한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걸출한 작가들을 배출해낼 뿐 아니라, 더 많은 이들이 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가치 있는 현대미술 걸작을 대중과 공유한다. 국내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이들 재단이 소유한 현대미술 작품이나 그들이 지원하는 신진 작가의 전시를 얼마든지 접할 수 있다. 지금도 청담동에 위치한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에서 <앤디 워홀-앤디를 찾아서> 전시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고, 도산공원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는 12월 10일부터 에르메스 공방 아티스트 레지던시 1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 <전이의 형태>가 시작된다. 이 외에도 패션 하우스의 예술 후원 소식은 끊임없이 들려온다. 발렌티노는 다양한 아티스트와 컬래버레이션하거나 신진 아티스트를 무대에 선보이는 방식으로 예술계를 지원한다. 회화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들과 손잡고 그들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오트 쿠튀르 컬렉션을 선보였는가 하면, ‘발렌티노 인사이츠 2’를 통해 가상현실 공간과 NFT 아트의 새로운 지평을 탐구하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한국의 이수경 작가를 포함해 전 세계 예술가 18인과 협업한 <발렌티노 재해석 파트 II> 전시를 베이징에서 열어 관심을 모았다. 최근 로에베 재단은 도쿠마 애니메이션 문화재단과 손잡고 지브리 미술관의 문화 활동을 3년간 지원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오늘날 문화에서 ‘수작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최고급 가죽 제품, 손으로 그린 수만 장의 그림으로 만든 영화를 비롯해 다양한 종류의 공예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기념한다. 알렉산더 맥퀸은 청소년 미술 교육 지원에 힘을 보탠다. 런던 타워 햄릿 지구에 위치한 청년 미술 교육기관 ‘팀 아트 에듀케이션’을 재정적으로 지원해 미술과 디자인 분야에서 진로를 개척하려는 청소년의 꿈을 응원하고, 런던 도심 지역의 발전과 성취를 촉진하는 역할을 할 예정이라고. 

 

 

9 상하이 국제영화제를 후원하는 예거 르쿨트르. 10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  11 아카데미 영화 뮤지엄의 외관. 

 


럭셔리 하우스와 영화 산업 역시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 워치나 <티파니에서 아침을>에 등장한 오드리 헵번의 진주 목걸이처럼 명작 영화 속 주인공이 착용한 아이템들은 오랜 세월 회자되며 브랜드의 인지도를 상승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해왔으니까. 배우들은 물론 영화 제작자, 감독 등 영화계에서 우정을 쌓아온 만큼 영화제와 영화 예술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까르띠에는 지난 9월 베니스 비엔날레와 파트너십을 맺고 ‘베니스 국제영화제’의 공식 후원사가 됐다. 영화제 지원의 일환으로 현대 영화 부문에서 특별히 독창적인 기여를 한 인물에게 ‘까르띠에 글로리 투 더 필름메이커 어워드(Cartier Glory to the Filmmaker Award)’를 수여하기도 했는 데, 첫 수상자로 영화감독이자 제작자인 리들리 스콧이 선정됐다. 예거 르쿨트르는 최근 상하이 국제영화제와 11번째 파트너십을 맺으며 지속적인 영화 예술 지원 의사를 밝혔고, 아카데미 시상식의 독점 시계이자 후원자로 오랜 인연을 이어온 롤렉스는 아카데미 거버너스 어워즈에 이어 세계 최고의 영화 뮤지엄인 아카데미 영화 뮤지엄 설립에도 힘을 보탰다. 영화와 여성에 주목한 미우미우와 불가리의 행보도 눈에 띈다. 미우미우는 독창적인 작품 활동을 하는 여성 감독들과 함께 미우미우 우먼스 테일 프로젝트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지난 9월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22번째 영화 <I AND THE STUPID BOY>는 남녀 간의 갈등과 수치심 등을 신랄하고 위트 있게 담아냈다. 트라이베카 필름 페스티벌의 공식 후원사인 불가리는 트라이베카 스튜디오와 협력하여 경계를 넘어 문화적 규범을 깨는 여성들의 특별함을 강조하는 단편영화 시리즈를 완성했다. 불가리는 <클레오파트라>의 주연인 엘리자베스 테일러부터 <카지노>의 샤론 스톤에 이르기까지 영화계의 대담한 여성 인물과 함께 강력한 유산을 남겼으며, 브랜드와 장엄한 컬렉션을 영화의 가장 상징적인 순간에 연결해왔다. 구찌는 LA에서 예술과 영화 간의 대화를 활성화하는 노력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LACMA 아트+필름 갈라를 10년째 후원하고 있으며, 구찌 플레이스 프로젝트의 새로운 장소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관 중 하나인 러시아 모스크바 쿠도제스트베니(Khudozhestvenny) 영화관을 선정하며 영화에 대한 사랑을 다시 한번 입증하기도 했다. 

 

 

12 알렉산더 맥퀸이 후원하는 팀 아트 에듀케이션. 13 아뜰리에 에르메스 <전이의 형태> 전시에 참여한 세바스티앙 구쥐의 설치 작품 ‘역광’, 2019. 14 베니스 국제영화제 ‘까르띠에 글로리 투 더 필름메이커 어워드’의 트로피.

 


기업은 이해 당사자와 소비자의 공통된 관심사를 바탕으로 기업의 목표와 비전에 걸맞은 사회공헌 활동을 펼친다. 예술, 문화와 함께 성장하고 이를 중요한 시대적 유산으로 여겨온 유서 깊은 럭셔리 하우스들이 미술과 무용, 영화, 음악, 문학 등 다양한 문화 예술 분야를 적극 지원하며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도전하는 아티스트의 모습은 최고의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브랜드가 기울이는 노력과 장인 정신, 예술성을 떠오르게 한다. 그뿐만 아니라 문화와 예술을 애호하는 상류층 고객과 공감대를 형성해 브랜드 이미지와 충성도를 동시에 상승시키는 효과적인 홍보 수단이 되기도 한다. 후원의 이면에 기업의 이익을 위한 치밀한 계산이 수반되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렴 어떤가. 덕분에 예술가와 예술 단체들은 재정적으로 안정된 상황에서 창작 활동에 더욱 집중할 수 있고, 우리는 이를 통해 훌륭한 예술가와 작품을 직간접적으로 접하며 문화적 소양을 쌓을 수 있으니 말이다. 

 

 

 

 

 

 

 

 

 

더네이버, 패션, 럭셔리 브랜드 예술 후원

 

CREDIT

EDITOR : 최신영PHOTO : 각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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