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집을 쫓는 모험>은 여러 매거진에서 에디터와 편집장으로 일했고, 현재는 ‘한 점 갤러리 클립’을 운영하는 저자 정성갑의 집 찾기 대장정기다. 보금자리를 찾아 떠나는 그의 모험은 스스로를 찾기 위한 분투이기도 하다.
2020.12.03
천성이 헐거운 것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주기적으로 발톱을 갈아줘야 하는 고양이들에게 날 세우기 싫어서 낡은 집을 선호한다. 돈이 없으니 선택의 폭이 좁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집에 관한 온갖 사건사고를 겪어왔다. 우리 몸도 그렇지만, 나이가 들고 낡아가면 그게 어디든 탈이 나기 마련이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낡은 빌라는 그중에서도 발군이다. 4년 살고 5년째로 넘어가는 지금 꼽아보니 집에 관해 겪을 법한 악몽은 거의 모두 섭렵했다. 불이 났고(1층에서 난 불이 치솟아 3층에서 소방관에게 구조됐다) 물이 샜으며(옥상 공사를 대대적으로 했음에도 그 다음 해 또 샜고, 그 다음 해에는 모든 방과 마루, 부엌에서 주룩주룩 떨어지는 물을 받아야 했다), 이번엔 아랫집에서 물이샌다며 우리 집 바닥을 뜯겠다고 왔다. 전기와 화장실, 보일러의 자잘한 고장은 말해 무엇하랴.
그런데 이상하기도 하지. 나는 이 집이 좋다. 통풍이 잘되어 풀과 나무가 잘 자라고 공간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 고양이가 놀기에 좋다. 생각해보니 나는 내가 살았던 모든 집을 좋아했다. 지인은 그런 내가 ‘스톡홀름 신드롬’이 아닌가 의심했다. 말도 안 된다며 웃었지만 어쩐지 알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살게 된 곳을 급기야 좋아하게 되는 마음이라는 게 비슷한 점이겠지. 그렇지만 어쩔 수 없이 살게 된 곳을 싫어하는 것보다야 낫지 않은가. 게다가 그 모든 곳은 내가 고심해서 고른 집이었으니. 물론 아무리 신중하게 골라도 살아보지 않으면 어떤 집일지 모른다. 집에 대한 내 취향도. 그래서 “자신에게 꼭 맞는 집을 찾아 모험을 해보라”는 <집을 쫓는 모험>의 저자 정성갑 작가의 말이 마음에 콕 와닿는다. 아버지가 주신 쌈짓돈 1억을 들고 신혼집으로 고른 아파트에 들어간 때부터 15년간 총 여섯 번의 이사를 거쳐 서촌에 3층짜리 협소주택을 짓기까지 그의 모험은 황홀과 복장 터지는 일의 연속이다. 아파트를 잘못 팔아 6억원을 손해 보고 울화병에 걸리기도 하고 오래된 한옥에 이사 갔다가 팔순 노모에게 “가련하게 산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아파트값 오르는 것만 생각하며 어머니 집에 얹혀살다가 가족 관계가 나빠지기도 하고 돈 때문에 끌탕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자신이 원하는 집에서 살 수 있게 되었으니, 다음에 이사 갈 집을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 되었으니, 잃은 게 있더라도 그보다 얻은 게 더 많다.
저자는 말한다. “내가 어떤 집을 좋아하는지, 불편을 어느 정도 감수할 수 있는 사람인지도 살아봐야만 안다. ‘아, 좋다’라는 혼잣말을 마음속으로 자주 되뇌게 되고, 아침저녁으로 사진을 많이 찍게 되고, 사람들을 자주 초대해 좋은 기운을 얻는 데도 적극적이게 되는 집. 아침이면 창문을 활짝 열고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게 되는 집. 좋은 집이란 이런 집이 아닐까.”
남의 집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살고 있는 집,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집을 생각한다. 지금의 집도 좋아하지만 다음에 이사 간다면 또 다른 형태의 집도 괜찮겠다. 저자는 번외편으로 ‘집짓기를 위한 가이드’를 제시한다. 실패를 줄이는 마음가짐과 자세, 설계 전에 좋은 건축가를 알아보는 법, 그래서 저자가 추천하는 건축가, 그리고 ‘좋은 집이란 어떤 것인가’를 알려준 책까지. 먼저 겪어본 이의 경험담이 있어서 다른 사람들은 그보다는 덜 고생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집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는 점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돌아보니 집을 찾는 모험은 나를 찾아가는 모험이기도 했다. 집의 모험을 통해 진정 나답게 사는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EDITOR : 양혜연PHOTO : 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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