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VENTURER
모험과 여행은 디자이너들의 단골 키워드다. 이번 시즌 역시 다채로운 유형의 모험가를 런웨이에서 만나 볼 수 있었다. 야자수 잎으로 헤어를 장식하고 클래식한 사파리 재킷에 보태니컬한 스트랩 샌들로 마무리하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유기적인 스타일링을 선보인 돌체앤가바나의 컬렉션은 과거 할리우드 모험극 속 여배우만큼이나 근사하다. 반면 스포츠막스과 토즈는 하우스의 장기를 살려 능란하게 재단한 실용적인 가죽 아우터로 도회적인 모험가의 이미지를 구현해냈다. 모험과 일상의 간극을 좁힌 요즘 컬렉션 속 모험가들의 실용적인 스타일링은 데일리 룩으로도 전혀 과함이 없다.

A LITTLE PRINCESS
소공녀 하면 단박에 떠오르는 상징적인 이미지가 있다. 둥근 칼라, 단정하게 채운 단추와 반듯한 A라인 스커트. 충분히 사랑스럽지만 탑 속의 공주님과는 사뭇 거리가 먼 모습이다. 지나침이 없는 치마 길이와 리본과 퍼프 소매 등 하나의 포인트로 집중되는 절제된 디테일 등 더없이 깔끔한 모던함이 흐른다. 아페쎄의 컬렉션을 살펴보면 그 뉘앙스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A라인으로 퍼지는 라운드 칼라 코트에 목이 긴 양말을 단정하게 신고 투 스트랩 메리제인 슈즈를 갖춘 모델은 소공녀 스타일의 정석을 보여준다. 그 외에 오프숄더 카디건에 A라인 스커트를 매치한 미우미우와 성숙한 트위드 원피스에 귀여운 보울러 햇을 더한 샤넬은 한층 진보된 소공녀 스타일을 보여준다.

REAL PRINCESS
흙이라고는 밝아본 적 없을 것 같은, 아니 흙바닥은커녕 아스팔트 바닥도 피해야 할 것 같은 ‘공주님 드레스’가 깊숙이 숨겨둔 여성들의 동심을 자극한다. 이번 시즌 여심을 달콤하게 물들인 드레스 트렌드는 꽤 극단적이다. 일일이 세다가는 숨이 넘어갈 정도로 밀도 있게 쌓아 올린 지암바티스타 발리의 러플과 바닥의 먼지는 모조리 쓸어버릴 기세로 뻗은 로에베 드레스는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어린 시절 본 동화 속 공주님 드레스를 닮은 우아한 실루엣과 디테일에 절로 미소 지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비록 실생활에 대입하기에는 아득한 컬렉션이지만 세부적인 스타일링과 공주처럼 당당한 모델들의 애티튜드는 꼭 참고해볼 것.

WALL STREET WOMAN
레디투웨어 컬렉션을 이야기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오피스 룩 스타일이 어쩌면 식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매 시즌 시대성을 반영하며 미묘하게 변화된 트렌드를 제시하는 흥미로운 카테고리이기도 하다. 이번 시즌의 오피스 룩은 ‘뉴 하드 워커’의 면모를 반영한다. 거추장스러운 레이어드보다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실용적인 스타일링이 핵심이다. 버버리는 셔츠를 과감히 생략하며 날렵한 스리피스 슈트 룩을 선보였고, 베르사체는 셔츠와 퍼프 소매의 재킷 원피스만으로 여성미 충만한 오피스 룩을 완성했다. 와이드 팬츠에 얇은 니트 셔츠를 곁들이고 재킷은 무심히 가방에 걸친 르메르의 룩에서는 마치 방금 외근을 다녀온 듯한 현실적인 커리어 우먼의 모습이 엿보인다. 불필요한 업무를 덜어내듯 최소한의 피스로 룩을 끝맺는 과감함이 팁이다.

A FARM GIRL
회색빛 도시의 우울한 흔적은 찾아볼 수 없이 대지의 생기를 입고 뺨이 붉게 상기된 소녀들이 등장한다. 도회적인 컬렉션들 사이로 단비처럼 등장한 목가적인 무드의 컬렉션은 당장 귀농하고 싶어질 만큼 매혹적이었다. 투박하게 엮은 라피아 햇과 성글게 짠 크로셰 드레스를 차려입은 디올은 꽤나 본격적인 농장의 소녀를, 펀칭 디테일의 화이트 드레스에 카키 코트를 차려입은 케이트 스페이드의 스타일링은 마실 다녀온 소녀를 상상케 한다. 이 로맨틱한 목가 트렌드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응용하기에는 부담스럽기 마련. 소재 본연의 맛을 살린 액세서리나 베이지, 카키, 크림 같은 자연스러운 컬러 팔레트, 혹은 보태니컬 패턴을 응용해볼 것을 추천한다.

HIPPIE GIRL
지난해 화제작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속 신스틸러 푸시캣을 기억하는지. 앙상한 팔다리와 아무렇게나 기른 머리, 그리고 시선을 사로잡는 무지갯빛 크로셰 니트 톱과 쇼츠가 자아낸 기묘한 앙상블을 말이다. 1960년대 할리우드 거리의 히피 스타일을 제대로 구현해낸 푸시캣의 스타일은 분방한 컬러 팔레트와 레트로한 스타일링의 맛을 살린 알베르타 페레티의 컬렉션과 꽤 유사했다. 반면 생로랑과 셀린느는 화려한 패턴과 자연스러운 실루엣의 원피스를 베이스로 이국적인 터번과 정교한 자수 디테일 등을 더해 유럽의 창백한 히피를 연상시키는 스타일을 선보였다. 이처럼 동일한 히피 카테고리 안에서도 다양한 온도 차가 존재하니 편견은 버리고 평화를 사랑하는 히피의 열린 마음으로 다채로운 스타일링에 도전해볼 것.
더네이버, 패션트렌드, 2020 S/S 런웨이
EDITOR : 김재경PHOTO : Imax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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