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가장 가까운 당신의 역사

오드리 헵번, 그레이스 켈리, 마틴 루터 킹이 태어난 1929년, <달리라니 달렸다>의 저자 박정숙 여사도 태어났다. 그녀의 딸 이상정이 인터뷰해 담은 박정숙 여사의 삶의 이야기는 개인의 자서전인 동시에 역사서가 된다.

2020.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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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냉장고에 송해 사진을 붙이는 게 유행이라는 말에 갸웃했더니 설명이 따라왔다. “그 나이 때까지 벌라는 얘기야”라고. 그 나이라고? 찾아보니 오드리 헵번, 마릴린 먼로, 앤디 워홀, 체 게바라, 마틴 루터 킹이 그분 또래다. 그리고 이 책의 주인공 박정숙 여사도 또래다. 저자는 우리가 역사책에서 보았을 법한 유명한 사람이 아니다. 글쓰기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운영되는 과정에서 생긴 실버타운의 ‘자서전 작성’ 수업을 들은 엄마는 어느 날 딸에게 나 자서전 한 권 써보면 어떨까, 말을 건넨다. 딸은 “종이는 귀한 것이다. 아무나 글을 올려서 낭비할 대상이 아니다”라며 반대했지만, 자신의 딸과 고집스러운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며 생각이 바뀌게 된다. “모든 삶은 위대하며 저마다 의미가 있고 기록될 가치가 있다.” 책을 쓴 결심이 그러하고, 결국 그렇게 만들어진 이 책을 읽은 이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일본어를 모국어처럼 쓰며 학교를 다니고, 해방과 6·25전쟁을 거쳐 부산 피난 시절을 보낸 분들, 급격한 산업화 시기를 거쳐 지금에 이른 분들의 삶은 한분 한분, 모두 빠짐없이 경이롭다. 지나온 과정을 회상하며 저자는 말한다. “전쟁 이후의 삶도 평탄하지 않았으련만 최종적으로는 ‘무탈했다’고 91년의 삶을 평가할 만큼 기적처럼 살아냈다. 세상의 모든 90세 어르신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들 모두 박수를 받을 만하다. 살아남는 게 가장 중요했고 기적이었으며 그들은 기적을 이행했다”고. 


그렇지만 이 책은 기적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 책은 우리 모두가 지금도 살아내고 있는 삶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유치원에 다니며 동요와 함께 사는 법을 배우고, 학제는 조금씩 달라졌지만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다니며 공부하고 클럽 활동을 하고 자신의 꿈을 세우고 바꾸면서 자라나는 과정,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고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며 순조롭게 늙어가는 과정이 펼쳐진다. 내 삶과도, 내 친구들의 삶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 생각은 저자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전차도 타고 버스도 타고 다니고 있을 거 다 있었어.” 그리고 낡았지만 생생한 사진을 하나하나 짚으며 그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은 ‘동시대의 삶’을 보여주는 기록이다. 매일매일의 삶을 어떻게 착실히 디디며 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위기는 많았다. 중학교 1학년의 어느 날 담임선생님은 저자를 살짝 따로 불러 말한다. 교장선생님이 “공부도 시켜주고 국가를 위해 명예롭게 일하는 것으로 좋은 데 가는 건데 갈래? 정신대 가는 것인데”라고 물으면 절대 가지 않겠다고 대답하라고. 저자는 선생님이 왜 그리 말하는지 혼란스러웠지만 ‘범생이’답게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대답하고 위기를 모면한다. 전쟁이 일어나 모두들 어찌할 바를 모르고 대책 없이 굶고 있을 때 겨우 스무 살 남짓의 저자는 식량을 구하겠다며 쓸 만한 옷가지를 싸 짊어지고 근교로 농산물을 바꾸러 간다. 총알이 스쳐 지나가는 극적인 순간을 넘어, 결국 살아남는다. 


그러나 이 책에는 빛나는 순간이 더 많다. 불행한 순간이 없지 않았겠지만 그깟 기억은 오래가지 않는다. 벅차고 행복했던 기억은 힘이 세다. “밝은 추억은 남아 있고 어두운 기억은 모두 가버렸다. 그래서 웃으며 산다. 오래 살아보니 삶이 그런 것이더라.” 장수가 꿈은 아니지만, 그것을 알 때까지는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 삶은 정말 그런 것이더라, 라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는.
※ 이 글을 쓴 박사는 북 칼럼니스트이다.  

 

 

나의 문구 여행기
문구 없이 살 수 없어 문구 브랜드를 차린 아날로그 키퍼의 문경연 대표의 문구 여행기다. 7개 도시 27곳의 문방구를 다녀와 기록했다. 여행에서 만난 문구 사진과 일기, 메모가 풍성하게 수록된 이 책은 여행기인 동시에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용기에 대해 말한다. 저자 문경연 펴낸 곳 뜨인돌

 

긴즈버그의 말
차별에 맞서 세상을 바꾼 미국의 역대 두 번째 여성 연방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말. 올바른 동시에 단단한 의견을 내고자 했던 그의 신념처럼 여성의 권리를 위해 올곧게 싸워온 긴 인생의 기억을 담았다. 저자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헬레나 헌트 펴낸 곳 마음산책

 

 

 

더네이버, 북, 달리라니 달렸다

CREDIT

EDITOR : 양혜연PHOTO :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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