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옛 추억을 되새기며

1996년엔 무슨 일이 있었을까. 23년간 장수한 디자인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누군가의 23세는 어떠했을까. <더 네이버> 매거진과 시간을 나란히 하는 이슈를 모았다.

2019.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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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화정과 파워타임
정오가 되면 낭랑한 목소리로 나른한 오후를 깨우는 <최화정의 파워타임>. 놀랍게도 이 프로그램은 3개월 시험 방송을 거쳐 1996년 11월 14일 개국한 SBS 파워FM과 역사를 나란히 한다. SBS의 종합 라디오 방송 채널은 1991년과 1999년에 각각 AM과 FM을 개국하는데, SBS 파워FM은 음악과 오락에 특화된 채널로 주파수 FM 107.7㎒, 100.3㎒로 송출된다. 배우이자 MC로 활동하는 최화정은 23년간 줄곧 낮 12시부터 2시까지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지난 4월 한국PD연합회가 주최한 제31회 한국 PD 대상에서 라디오 진행상을 받았다. 

 

 

 

23세 피아트 판다
1980년대 태어난 판다 1세대는 23년을 살다 2003년에 단종됐다. 가격이 합리적이고 사용이 편리하며 유지 보수 또한 용이해 이를 탄생시킨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자로 (Giorgetto Giugiaro)가 인터뷰를 통해 실용적이고 간결한 이미지를 부각시키며 패션의 청바지 아이템에 빗대어 표현했던 모델이다. 그의 디자인은 이후 두 번 부분 변경 작업을 거쳤다. 1995년 영국의 배출 가스 규제와 안전 관련 규제로 1세대 모델은 2003년 5월까지 생산되었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 생산된 소형차 중 하나로 기록된다. 현재 판다는 3세대 모델이 출시되고 있다. 

 

 

H.O.T. 신드롬 
H.O.T.는 한국 대중음악에서 ‘아이돌’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세운 5명의 보이 그룹이다. 1996년 9월 1집 <We Hate All Kinds Of Violence>를 들고 등장했는데 데뷔곡 ‘전사의 후예’, ‘캔디’ 등을 통해 스타가 된다. 당시 라이벌이라 부를 만한 보이 그룹은 단연 젝스키스였으나 음반 판매량은 물론 수상 이력에선 H.O.T가 월등히 앞섰다. 음악뿐만 아니라 재기 발랄한 의상과 소품 등이 인기가 높았다. 1997년에는 방송 3사 연말 가요 무대 대상을 싹쓸이하고 1999년에는 잠실 서울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한국 가수 최초로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2001년 2월 마지막 콘서트 때는 예매 시작 10분 만에 5만여 표가 전부 매진된다. 30대가 된 H.O.T는 다시 모여 콘서트를 열며 20여 년간 식지 않은 인기를 증명해 보이기도 했다. 오는 9월 콘서트를 앞두고 각종 논란을 빚고 있지만 여전히 기다리는 팬들이 많다. 팬들이 간직하고 싶은 기억은 그들의 이름 ‘High-Five Of Teenagers’, 10대들의 승리가 아닐까. 

 

 

제 1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를 목표로 부산국제영화제가 1996년 처음 개최됐다. 그해 9월 13일부터 21일까지 9일간 진행된 영화제에서는 개막작 마이크 리 감독의 <비밀과 거짓말>을 시작으로 27개국 170편의 영화가 상영됐다. 초청 인사만 27개국 224명에 달했으며 18만71명의 관객이 찾는 성과를 얻었다. 주요 수상작으로는 한국 다큐멘터리를 대상으로 수여하는 운파상의 <내 안에 우는 바람>(전수일 감독), 한국과 아시아 단편 영화를 대상으로 수여하는 선재상의 <기차의 도착>(안드레이 슐레즈니아코프 감독), 신인 감독을 대상으로 하는 뉴커런츠상의 <무산의 비구름>(장밍 감독), 뉴커런츠에 출품된 한국 영화를 대상으로 하는 넷팩상의 <세 친구>(임순례 감독)가 있다. 

 

 

 

프라다와 나일론 백
1990년대 중반에는 글로벌 패션 하우스들이 국내 속속 입성한 시기였다. 1995년 설립돼 1996년 재경부에 정식 등록하고 본격적인 사업을 전개한 프라다 코리아는 나일론 백으로 국내 패션 애호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사실 미우치아 프라다가 군용 텐트의 주요 소재였던 방수 나일론 포토노 천을 사용해 토트를 만든 건 1980년대였다. 당시 이 패브릭으로 가방을 만든 건 파격적이었는데 출시 초반에는 인기가 높지 않았다. 1990년대 미국 미니멀리즘의 부상으로 관심이 높아졌고 국내에서는 프라다의 입성과 함께 인기를 모은다. 올해 나일론 백은 폐기물을 리사이클링해 리나일론사로 만든 새 컬렉션을 선보였다. 환경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시대의 요구를 반영한 클래식의 진보다. 

 

 

한강의 첫 장편소설  
한국 소설 최초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채식주의자>. 소설을 집필한 한강 작가의 비범함은 젊은 시절부터 숨길 수 없었다. 1994년, 만 23세의 나이로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며 등단한 것. 2005년에는 소설 <몽고반점>으로 제29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심사위원 7인의 만장일치로 선정된 굉장히 드문 경우였다. 당시 나이 만 34세, 최연소 수상자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 기록은 2013년 소설가 김애란이 만 32세의 나이로 수상하기 전까지 깨지지 않았다. 그녀는 소설가로 살아온 25년 동안 장편소설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흰> 등 굵직한 작품들을 발표했으며 지금도 글쓰기에 정진하고 있다. 

 

 

 

일민미술관과 사비나미술관
1996년, 동아일보의 옛 광화문 사옥에 미술관이 들어섰다. 바로 일민미술관이다. 1994년 동아일보가 충정로의 새로운 사옥으로 이전한 후 오랜 역사를 지닌 옛 사옥 건물을 리노베이션해 미술관으로 꾸렸다. 이후 23년간 다양한 현대 미술 작품을 선보이며 서울의 주요 미술관 중 하나로 거듭났다. 한편 1996년에는 현 사비나미술관의 전신인 사비나갤러리도 문을 열었다.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안국동에서 다양한 기획 전시를 선보이던 사비나갤러리는 이후 은평구 진관동으로 이전하며 사비나미술관으로 이름을 바꿨다. 은평구 내 최초의 미술관이기도 한 사비나미술관은 현재 예술과 타 분야를 결합한 융복합 전시를 비롯해 예술 교육프로그램, 아카데미, 세미나, 문화 행사 등 다양한 문화 예술 활동을 개최하며 예술의 의미를 사회 전반에 전하는 역할을 톡톡히 수행 중이다. 

 

 

 

일산호수공원 개장
1996년 5월 4일, 고양시의 명소 중 하나인 일산호수공원이 문을 열었다. 일산신도시 남쪽에 위치한 생태 공원으로 면적만 103만4000㎡에 이른다. 공원의 중심에 자리한 호수는 30만m2의 규모를 자랑한다. 개장 당시 ‘동양에서 가장 큰 인공 호수’란 타이틀로 홍보되기도 했다. 일산호수공원은 일산신도시 기획 단계부터 개발이 예정돼 있었다. 100여 종의 야생화와 20만여 그루의 수목이 자라며 인공섬, 약초섬, 자연학습원, 인공폭포 등 도시인이 일상에서 접하기 힘든 자연 생태계를 재현했다. 그 외에 잔디광장, 수변광장, 야외무대, 자전거 전용 도로, 어린이 놀이터, 다목적 운동장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춰 고양 시민은 물론 인근 수도권 시민의 휴식처로 자리매김했다.

 

 

 

크라잉넛과 노브레인
크라잉넛은 1996년 우리나라 최초의 인디 앨범 <Our Nation> 1집 아티스트로 ‘말달리자’로 유명해진다. 1993년 어릴 때부터 친했던 고교 동창 4명이 밴드를 결성, 1995년부터 홍대 클럽 드럭에서 본격적인 공연을 시작한다. 1집 정규 앨범 <말 달리자>는 인디 앨범으로는 최고인 10만 장이 넘는 판매고를 기록한다. 1999년 아코디언과 키보드 파트 김인수를 새로 영입하여 총 5명이 되었고, 최근 8집 앨범 <다음에 잘하자>까지 냈다. 한편 인디 신을 이끄는 또 하나의 그룹이 1996년에 탄생했다. 바로 노브레인이다. 펑크 록 밴드로서 ‘넌 내게 반했어’, ‘리틀베이비‘, ‘소주 한잔’ 등의 히트곡을 내며 3000회 이상의 라이브 공연을 해왔다. 노브레인과 크라잉넛은 3년 전 20주년을 맞아 콘서트를 함께 진행하기도 했다. 그들은 끝나지 않을 한국 펑크 록의 역사다. 

 

 

 

영화계의 1996년
한국 영화계에서 중요한 변화가 일어났던 1996년. 영화 사전 심의제도 위헌 판결, 부산국제영화제의 시작, 신인 감독들의 대거 등장 등의 이슈가 있었으며 ‘한국 영화계의 르네상스’라는 평가를 받은 해이다. 당시 가장 흥행한 한국 영화는 강우석 감독의 <투캅스 2>와 강제규 감독의 데뷔작인 <은행나무 침대>. 그 외 <리틀 포레스트>로 유명한 임순례 감독의 데뷔작 <세 친구>, 배우 이정현의 데뷔작 <꽃잎>이 개봉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국내 상영된 외화 리스트 또한 한국 영화 개봉작 못지않게 훌륭했다. 많은 마니아층을 보유한 비포 시리즈의 서막을 알린 <비포 선라이즈>, 최고의 반전 영화 중 하나로 꼽히는 <유주얼 서스펙트>,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저수지의 개들>, 아직도 많은 이들이 인생 영화로 손꼽는 <굿바이 마이 프렌드> 등이 국내 개봉했다.

 

 

 

스포츠카의 태동
국내 스포츠카 콘셉트는 1991년 현대자동차에서 출시한 스쿠프가 처음이었다. 제로백이 10.5초였으니 미국 육상선수 그리피스 조이너의 100m 신기록이 10.49초임을 감안하면 스포츠카치고는 형편없는 속도였다. 그럼에도 스쿠프는 새로운 스포츠카 콘셉트로 적지 않은 인기를 모은다. 국내 스포츠카는 1996년 기지개를 켠다. 바로 현대차 티뷰론과 기아차 엘란이다. 티뷰론은 문이 2개 달린 준중형 쿠페였고, 영국 로터스 엘란 2세대를 모델로 제작한 엘란은 2인승 오픈형 스포츠카였다. 당시 ‘오렌지족’, ‘압구정’ 등의 키워드로 자유분방하고 개성 강한 젊은 세대의 문화에 제대로 편승한다. 그러나 그들의 생은 길지 않았다. 티뷰론은 2001년까지 생산되었고, 엘란은 1999년에 짧은 생을 마감한다. 

 

 

 

햇반의 파란만장
전자레인지 2분이면 갓 지은 고슬고슬한 쌀밥이 완성되는 햇반. CJ제일제당은 밥을 동결 건조시켜 보존료를 넣지 않은 무균화 방식으로 포장한 햇반을 1996년 12월 출시한다. 당시 맨밥을 사 먹는다는 개념이 없던 시절이라, 과감한 시설 투자에도 불구하고 고배를 마셔야 했다. 인기 시트콤 <순풍산부인과> 출연진을 광고 모델로 삼아도 소용이 없었다. 그로부터 4년 후 대중의 인식이 변화하며 천천히 매출이 올랐다. 무엇보다 밥맛 좋은 햇반을 위한 23년간의 노력은 기념할 만하다. 1997년 오곡밥, 2001년 흑미밥, 2003년 발아현미밥, 2015년 슈퍼곡물밥 등 웰빙 트렌드에 맞춰 영양 성분이 풍부한 잡곡을 섞고, 2006년에는 3일 이내 도정한 쌀을 사용해 신선도를 높였다. 그뿐만 아니다. 2009년 선천성 대사 질환자를 위해 단백질을 1/10까지 줄인 저단백밥, 2013년에는 식후 혈당 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밥도 개발했다. 최근 햇반은 당일 도정한 쌀을 사용하고, 여기에 밥 향까지 추가된 구수한 쌀밥까지 출시했으니, 23년간 정말 잘 크지 않았나. 

 

 

모터사이클 백
모터사이클 백의 역사에서 니콜라 제스키에르의 존재는 중요하다. LVMH로 이적하기 전까지 그는 1996년 라이선스 디자이너로 발렌시아가에 합류해 이듬해 정식 디렉터가 된다. 모터사이클 백은 그가 발렌시아가 입성 초기에 발표한 아이템으로 첫 시연 때는 그다지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기존의 백 디자인보다 너무 가볍고 부드러우며 구조가 단순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첫 반응에 포기하지 않고 그는 런웨이에 선 모델들에게 이 백을 들게 한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슈퍼모델 케이트 모스를 비롯한 모델들은 이 백과 사랑에 빠졌고,  현재까지 다양한 버전으로 제작되는 클래식 백이 된다. 가볍고 부드럽고 심플한 구조는 변화한 패션 소비 세대의 취향에 부응해 현재까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디자인이 되고 있다. 

 

 

 

국내 첫 타이 레스토랑, 타이가든
‘고수’의 존재조차 한국에서 생소하던 시절 국내 첫 태국 요리 레스토랑 ‘타이가든’이 이태원에 문을 열었다. 1996년 처음 오픈할 당시 이름은 타이오키드였지만 몇 해 후 타이가든으로 바꿨다. 이태원 타이가든의 건너편, 타이오키드란 레스토랑이 있었지만 이는 타이가든 오픈 멤버가 새롭게 개업한 레스토랑으로 현재는 문을 닫았다. 타이가든은 현지 출신 요리사들이 태국에서 직접 수입한 식자재로 정통 태국 요리를 만들어 선보인다. 메뉴의 수만 100여 가지에 이를 정도로 다채로운 태국 요리를 선보이며, 국내 대표 태국 요리 레스토랑으로 자리매김했다. 2014년엔 명동 눈스퀘어에 직영 2호점을 냈다. 

 

 

김영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1990년대 메마른 도시 감수성을 냉철하게 포착해 글을 쓴 소설가 김영하. 1995년 계간지 <리뷰>에 <거울에 대한 명상>을 발표하며 소설가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1년 후, 김영하라는 이름을 한국 문단에 각인시킨 대표작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가 출간됐다. 자살조력자라는 직업을 지닌 주인공이 그간 만난 계약자들과의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파격적인 내용이 대중에게 커다란 느낌표를 던졌다. 이 소설은 제1회 문학동네 신인작가상 수상작이어서 더 의미가 깊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국내뿐 아니라 미국, 독일, 프랑스, 중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번역돼 출간됐다. 영화 <매트릭스>의 감독 라나 워쇼스키 역시 이 책을 읽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2003년에는 프랑스와 공동으로 동명의 영화가 제작되기도 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초연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인 <레미제라블>이 국내에서 첫 무대를 가졌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이 원작인 이 뮤지컬은 1980년 프랑스 파리에서 처음 공연됐고, 3개월간 50만 명의 관객이 찾는 성공을 거뒀다. 이후 영국의 뮤지컬 프로듀서 캐머런 매킨토시의 프로듀싱, 로열 셰익스피어 극단의 예술감독 트레이버 넌의 연출을 통해 대형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레미제라블>의 브로드웨이 오리지널팀은 1996년 6월 27일부터 7월 28일까지 한 달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라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여 관객과 평단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아크네의 실험
아크네는 1996년 스톡홀름에서 탄생했다. 창작 스튜디오로 출발한 그들은 이듬해 파란 예술이라는 뜻의 ‘블라 콘스트’ 청바지를 100장 만든다. 질 좋은 원단으로 정교하게 제작해 프로모션용으로 소개했는데, 입소문을 타며 패션 브랜드로 발돋움한다. 정교한 디테일, 테일러링에 중점을 두며, 절묘하게 조합된 색다른 소재와 맞춤 방식의 원단을 사용, 컨템퍼러리 디자인을 옷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들의 창작은 패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의류뿐 아니라 광고와 영상 프로덕션, 장난감, 가구, 서적 등의 분야에서 창작을 펼치고 있다. 처음 만든 100장의 청바지는 패션 너머 그들의 근간이 된 아크네 정신이 아니었을까. 

 

 

 

 

더네이버, <더네이버>23주년,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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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한지희, 양혜연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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