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감성을 덜어낸 우아한 한 끗

2019 F/W 시즌은 어깨로 시작해서 어깨로 끝난다.

2019.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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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숄더가 사람들 머릿속에 문신처럼 새겨진 건 발맹이 파워 숄더 재킷을 선보이면서부터다. 디자이너 크리스토프 드카르넹은 전에 본 적 없던, 높게 치솟은 어깨 라인 재킷을 출시해 몰락의 문턱에 있던 발맹을 패션의 꼭짓점으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도발적이고 관능적인 무드로 가득한 이 재킷을 평범한 여자들이 늘상 즐길 수는 없었다. 아이돌 가수의 옷을 훔쳐 입은 듯 불편한 것이 사실이니까. 그렇게 파워 숄더 재킷은 속절없이 과거의 유물로 남겨졌다. 하지만 유행은 돌고 도는 법. 파워 숄더가 다시 돌아왔다. 단순히 파워 숄더라는 한마디로 트렌드를 단정짓기에는 스타일의 형태를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 다채로운 방식으로 재킷과 드레스, 니트, 셔츠의 어깨 부위를 크게 부풀리는데, 브랜드들은 어깨를 ‘어떻게’ 부각할 것인가가 논쟁의 중심인 듯 보인다. 각각의 ‘어깨 스타일’을 면밀히 살펴보면 지금 유행하는 키워드들이 녹아 있다.


살바토레 페라가모, 프로엔자 스쿨러, 포츠 1961, 펜디 등에서 선보인 광활한 어깨와 넓은 품(마른 모델 두 명쯤은 족히 들어갈 것 같은)의 재킷은 1980년대 영화 <워킹걸>의 주인공들이 줄기차게 입고 나온 각진 슈트 스타일을 떠오르게 한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올라가면서 남성적인 요소를 여성복에 적용한 점, 이는 곧 남성복과 여성복의 경계가 모호해진 젠더리스 패션과 맞닿아 있다. 한때는 이런 재킷이 촌스럽다고 여겨진 때도 있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가장 동시대적인 무드를 풍긴다. 스타일링은 대략 두 갈래로 나뉜다. 앞서 언급한 브랜드에서는 피부처럼 얇은 톱과 롱스커트를 매치해 고전적인 분위기를 강화시킨 반면 자크뮈스나 아크네 스튜디오, 마가렛 호웰에서는 통이 넓은 와이드 팬츠를 더해 젠더리스 패션에 좀 더 가까운 스타일을 제시한다. 

 

 

직각 형태의 파워 숄더가 아닌, 둥글고 부드러운 숄더 실루엣도 눈에 띈다. 드리스 반 노튼, 스포트막스, 토즈, 시몬 로샤, 로샤스 등에서 볼 수 있는데, 과도하게 인위적인 형태를 취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파워 숄더 패션에 처음 도전한다면 이렇게 여유로운 분위기의 낙낙한 옷이 제격이다. 얼핏 풍성하지만 몸을 따라 흐르는 유연함, 이게 바로 코트나 재킷의 미덕이므로. 


볼륨감 넘치는 어깨는 재킷을 넘어 블라우스나 셔츠, 니트, 원피스에서도 목격된다. 패드를 넣어 딱딱하거나 각진 형태를 강조하는 식이 아니라 다채로운 디테일을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드레이핑을 이용한 이자벨 마랑, 원피스 어깨 부분에 주름을 잡아 봉긋하게 솟아 오르게 만든 알렉사 청, 대범한 프릴 장식을 활용한 미우미우까지. 익숙한 요소지만 접근 방식을 다르게 하니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덕분에 두 배로 풍요로워졌고, 사랑스러운 분위기도 묻어난다. 영국의 다이애나 왕세자비, 마거릿 대처 수상도 퍼프 소매 블라우스와 재킷을 즐겨 입었다. 권력과 힘을 상징하는 옷차림이라고 해서 ‘파워 드레싱(Power dressing)’이라 명명했는데, 이는 위엄과 권위를 표현하기 위한 비즈니스맨과 커리어우먼의 대표 스타일이며, 넓은 의미로 봤을 때 결국 젠더리스 패션의 연장선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한편, 복고를 현대적 시선으로 재해석한 ‘뉴트로’ 스타일에 기댄 파워 숄더도 있다. 지방시, 프라다, 마르니는 어깨를 키우고 허리는 성냥개비처럼 가늘게 조여 현대적이면서도 ‘옛날’ 느낌을 강하게 드러냈다. 이 밖에도 직선적인 실루엣만을 강조한 하이더 애커만, 르스모킹 슈트의 어깨에 더욱 힘을 준 생로랑, 파워 숄더의 본령인 발맹은 예전의 터프한 감성을 덜어내고 우아한 한 끗을 더했다. 크리스토퍼 케인이나 발렌시아가, 알렉산더 맥퀸은 화려하고 호사스러움이 흘러넘치는 룩을 선보여 쉽게 접근하기 망설여지지만, 그 자체만으로 봤을 땐 감각의 조합이 너무 단단하다. 


이제는 하나의 아이템이 유행하는 시대는 지났다. 어떠한 흐름과 현상이 패션이 되고 트렌드로 부상하는 것이다. 어깨 패드나 러플, 드레이핑, 프릴 등 파워 숄더를 이루는 것이 무엇이든 상관없다. 이 룩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파워 숄더를 입었을 때 묻어나는 팽팽한 자신감, 그 ‘태도’를 좋아하는 것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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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홍혜선PHOTO : Imax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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