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 패션 범주에서 하이엔드 세계로 당당히 입성한 데님이 이번 시즌에도 역시 빛을 발했다. 벨보텀 팬츠를 필두로 1970년대 룩이 다시금 전성기를 맞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번 시즌 데님은 유독 다양한 스타일을 뽐낸다. 그중에서도 단연 나의 마음을 빼앗아버린 아이템이 있으니, 바로 오버올이다. 어린 시절, 나는 유독 오버올(당시에는 ‘멜빵 바지’라는 말이 더 친숙했다)을 좋아했다. 넉넉한 실루엣이 편안하기도 했거니와 평범한 맨투맨이나 티셔츠조차 근사한 스타일로 만드는 오버올의 독특한 캐주얼함이 맘에 들었기 때문. 게다가, 나이에 맞게(?) 귀여워 보이기도 했던 것 같다. 당시 오버올 디자인은 가슴 부분에 포켓을 만들어 동전지갑 같은 것을 넣고 다니며 다른 옷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기능’을 뽐내기도 했다. 텔레비전에서 듀스, 터보 등의 오빠들이 새로운 힙합 장르를 선보일 때까지도 나는 오버올 예찬자였다. 서스펜더를 이어주는 한쪽 요크를 풀어 헤치거나, 모자를 뒤집어써 당시의 ‘핫’한 문화를 즐겼다. 이렇듯 오버올은 나에겐 어린 시절의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을 회상하게 하는 아이템이었다. 오랜만에 옷장에서 오버올을 꺼내 입고 거울 앞에 섰다. 그런데 이게 웬일, 상상 속에 있던 그 귀여움은 온데간데없고, 20대 때보다 자그마치 10kg이나 불어난 체중 덕에 펑퍼짐한 실루엣이 현현! 두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었다. 중앙 집중된 군살을 커버해주는 것은 물론 다섯 살은 어려 보이게 만들어줄 것만 같았던 오버올에게 발등을 찍히고 말았다. 가느다란 보디라인만이 정답인가? 추억의 아이템과는 정녕 작별을 고해야 하는가?

여기서 오버올과 다시 친숙해지기 위해서는 두 가지 공식을 기억하자. ‘시크하거나 혹은 섹시하거나’.

스트리트 패션의 최강자, 리한나의 스타일을 통해 팁을 얻어보자. 오버올은 그녀가 즐겨 입는 팬츠 중 하나인데, 90년대 힙합 패션의 공식을 오버올 스타일링에 적극 활용한 룩을 확인할 수 있다. 오버올 속에 브라톱만 입어 적당히 노출하기. 리한나의 과감하고 자신감 있는 스타일링은 섹시하기까지 하다. 여기에 레드 립스틱을 더한다면 금상첨화! 또 하나의 예로는 패션 블로거이자 모델인 아이린의 오버올 패션을 꼽을 수 있다. 상의는 피트되고, 하의는 벨보텀 스타일의 오버올은 깡마른 보디라인이 각광받던 70년대의 아이콘을 떠올리게 한다. 에스닉한 블라우스와 프린지 장식의 숄더백, 그리고 헤로인 시크를 연상시키는, 제멋대로이나 시크한 그녀의 헤어스타일까지, 한마디로 ‘쿨’하다.

디자이너들의 조언도 빼놓을 수 없겠다. 이번 시즌 런웨이에서는 다양한 디자인과 길이의 오버올이 등장했는데, 테일러링이 근사한 셀린의 오버올과 스커트 형태로 변형된 스텔라 매카트니의 오버올은 70~80년대에 머물러 있던 오버올에 대한 편견을 깨며 근사하게 거듭났다. 나이를 망각하고 톰보이 룩에만 몰두하던 나에게 디자이너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시크하거나 혹은 섹시하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