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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을 드립니다

이원우 작가의 특별한 마법

2017.08.17

온통 하얀 전시장. 사실 결코 편안한 공간은 아니다. 때로는 위압적이며, 때로는 압도적인 적막감 탓에 숨구멍이 조여드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아티스트 이원우, 그가 펼쳐놓은 화이트큐브 공간에는 왠지 모를 편안함과 순수함이 흐른다. 대체 그 이유가 뭘까. 조각, 영상,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드는 이원우 작가는 불안감이 흐르는 화이트큐브를 특별한 행운의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8월 26일까지 열리는 이원우 개인전 <내일 날씨 어때? How’s the weather tomorrow?>가 그 현장이다. 한데 뜬금없이 왜 날씨 타령이냐고? 여기에서의 ‘날씨’는 어쩌면 미래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원우, 그는 인간, 특히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불안’을 탐구해왔다. 누군가는 실패에 대한 불안일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일 수도 있다. 그렇게 각자의 마음속에 내재된 다종다양한 불안. 사람들은 그 불안을 떨치기 위해 종교에, 미신에, 또 다른 무언가에 의지하고는 한다. 이원우는 불안에 대한 대응의 통로로 작업의 단서를 행운, 춤, 거인, 미래로 제시했다. 이번 전시인 <내일 날씨 어때?>는 바로 ‘행운’에 대한 이야기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 작가 역시 늘 불안 속에 사는 인간 중 한 명이다. 그런데 과연 네잎클로버가 행운을 가져올까? 사람들은 그것이 진실이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지만 끌리듯 네잎클로버를 찾게 된다. “행운, 니가 있으면 와봐, 네잎클로버? 웃기지 마. 처음엔 저도 그 말도 안 되는 도그마를 파괴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걸 파괴할 수도 없고, 저 역시 사실은 그 행운의 상징에 기대고 있더라고요.” 그 후부터 그는 거부보다는 오히려 즐겁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화이트큐브를 채운 조각 10여 점과 영상 1점. 그것은 바로 행운의 아이콘을 그만의 미학적 방식으로 풀어낸 결과물이다. 하나 그는 불안을 심각하게 풀어내지 않는다.   

 

 

이원우, 그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불안’을 탐구해왔다. 그가 펼쳐놓은 전시장에는 네잎클로버가, 별이, 동전이 등장한다. 도대체 왜? ‘모델 출신’ 아티스트라는 흥미로운 단서는 또 어떤가.

 

 

Dancing Star(Blue and White), Steel, Paint, 117×90×85cm, (벽면) Hidden Clover (Yellow), Steel, Paint, Acrylic, 185×167cm

 

색종이 너머의 별, 네잎클로버  
“어릴 때 색종이를 자르며 놀던 기억, 데칼코마니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실제 그에게는 여섯 살, 네 살배기 두 아이가 있는데 아이와의 색종이 놀이에서 영감을 떠올렸단다. 1층 전시장에는 흰색, 검은색, 파란색 등 다양한 컬러의 색종이를 만 형태의 조각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그런데 그 형태가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하다. 붉은 네잎클로버, 블루와 화이트의 별 등. 마치 어린아이가 색종이로 오려놓은 듯한 익숙한 형태의 조각이 바닥과 벽면에 설치되어 있다. 얼핏 그것은 알렉산더 칼더의 조각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아이들이 만든 형태, 그 순수함을 그대로 옮기고 싶었어요. 실제로 보시면 잘린 형태 역시 고르지 않죠. 기계가 만든 인위적인 느낌을 피하고 싶었어요.” 그는 이를 위해 실제로 색종이를 자르고, 그중 마음에 드는 형태를 골라 거대한 모형을 만든 후 그 위에 색을 칠했다. 한데 자세히 보니 색이 칠해진 그것은 종이가 아니다. 바로 철판. 그는 종잇장처럼 가벼워 보이면서도 세울 수 있는 조각의 형태를 만들기 위해, 종이와 같은 얇은 철판을 사용했다. 멀리서 보면 영락없는 색종이다. “종이를 모티프로 가볍게, 마치 불안을 털어내듯 만들고 싶었어요.” 사실 그는 별, 하트, 클로버 등 특정 형태가 아니라 추상적인 그 어떤 형태이기를 원했다. 그 때문에 그것이 어떤 모양인지는 관객이 판단할 몫이다. “조각과 페인팅의 경계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불안도 욕심도 없던 순수한 어린 시절. 그는 가장 심플하고 순수한 형태의 추상을 통해 관객을 그 시절로 인도한다. 그 틈에서 네잎클로버를 찾을 수 있을지, 또 다른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지는 관객의 몫인 것이다.  

 

 

Hidden Clover (Orange), Steel, Paint, Acrylic, 145×188cm

 

Dancing Star (Black and White), Steel, Paint, 117×90×85cm

 

기이한 퍼포먼스의 힘 
더욱 흥미로운 작품은 2층에 설치된 영상 작업이다. 화면 속에는 작가 자신이 모델이 되어 서울 어딘가를 걷고 있다. 여기에서 재밌는 반전 하나. 사실 그는 10여 년 전 모델 일을 했다. 그것도 4년씩이나. 마침 그 시기는 퍼포먼스 작업을 하던 시기와도 오버랩된다. “재미있는 사람도 많이 만났어요. 주지훈, 김영광이 저와 함께했던 세대죠.” 모델 출신의 아티스트. 그러고 보니, 유독 훤칠한 그의 키가 눈에 들어왔다. 185cm의 큰 키. 친구이자 그래픽 디자이너 장 줄리앙의 심플한 캐릭터 티셔츠를 시크하게 소화한 연유를 이제야 알 듯하다. 마치 모델처럼 퍼포먼스를 즐기는 그만의 숨겨진 끼도.    
“특정 지역보다는 서울의 풍경을 배경으로 하고 싶었어요. 동네 골목길 같은 그런 풍경요.” 영상 속 촬영지는 연남동. 그가 대학생시절을 보낸 추억의 장소이기도 하다. 무표정한 화면 속 모델은 마치 로봇이 캣워크를 하듯 엉거주춤하게 거리를 걷는다. 가끔 손으로 무언가를 던지고 받는 듯한 행동을 취한다. 더 이상한 점은 모델만 앞으로 걷고, 주변 사람들은 뒤로 걷고 있다는 것. “실제로는 사람들이 앞으로 걷고 제가 뒤로 걷는 거예요.” 영상 작품은 촬영 장면을 반대로 돌린 것뿐인데, 묘하게도 낯설게 다가온다. 분명 서울이지만, 서울이 아닌 듯하고 엉거주춤 우스꽝스럽게 걷는 모델과 함께 제3의 길을 걷고 있는 기분마저 든다. 풍경은 현실이지만, 현실이 아닌 듯한 기묘한 풍경. 더 흥미로운 것은 그가 걸으면서 하는 행동이다.   
“잘 보시면, 동전을 던지는 거예요. 영국에서 공부할 때의 일인데, 이탈리아 친구가 주운 1페니 동전을 저에게 주면서 행운을 줄 거라고 말했죠. 무언가에 끌리듯, 그때부터 4~5년간 길거리에서 주운 동전을 모았어요.” 전시장 한쪽 벽면에는 그가 몇 년간 모은 동전이 그대로 전시되어 있다. 행운의 미신. 이원우에게는 ‘동전’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는 거리를 걸으며 자신이 받은 동전의 행운을 누군가에게 되돌려주듯 동전을 던진다. 그만의 주술적 행위처럼 말이다. “가장 최근에 주운 거요? 3주 전 놀이터에서 주운 200원요(웃음).” 사람마다 느끼는 행운은 다르겠지만, 자신은 ‘동전을 다 주운 것이 행운’인 것 같다며 웃는다. 하나, 퍼포먼스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전시장 곳곳을 마치 네잎클로버를 찾듯 샅샅이 둘러보기 바란다. 그가 슬쩍 던져놓은 행운(동전)을 거머쥘 수 있는 찬스가 당신에게 주어질지 모르니. 
“8월 12일부터 열흘간 아트선재센터에서 퍼포먼스 전시가 함께 펼쳐질 예정이에요.” 제목은 ‘무도장의 분실물센터’. 그는 합판, 철사 등 작업실의 남는 재료를 가져다가 전시장을 하나의 댄스홀처럼 꾸밀 예정이다. 물론 아직 어떤 재료가, 어떻게 놓일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엉성한 형태의 무도장일 거라는 점은 확실하다. “저는 열흘 동안 회사원처럼 출퇴근하며 분실물센터의 직원이 되는 거죠.” 사람들이 직원인 그에게 과연 말을 걸지, 아니면 며칠 동안 입도 못 뗀 채 자리만 지키게 될지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듯하다(물론 그는 후자에 한 표를 던졌다). 몇 년 전 핫도그를 관객에게 만들어주는 ‘누구나 핫도그를 먹을 자격이 있다’ 퍼포먼스를 펼쳤는데, 외국과 달리 한국 관객은 핫도그를 먹기 위해 그 어떤 수고도 하지 않았다고. 자, 이제 당신은 어떤가. 그가 만들어놓은 이 흥미로운 연극판(춤판)에서 퍼포먼스를 즐길 준비가 되었는가. 무겁고 무거운 현실의 벽 앞에 선 현대인에게 건네는 그만의 위로와 유머. 불안이 행운으로 바뀌는, 그 찰나의 순간이 지금 펼쳐진다.     

 

 

더네이버, 행운을드립니다, 네잎클로버,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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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이원우 작가,아티스트 이원우,모델 출신 아티스트,네잎클로버,행운을 드립니다

CREDIT Editor 설미현 Photo PR 출처 THE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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