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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Neighbor / life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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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외로움

호퍼, 워홀 등 고독에 저항한 예술가들. 사랑을 좇아 뉴욕으로 이주한 저자는 그들에게서 자신과 비슷한 감정을 발견한다. 혼자가 된다는 것, <외로운 도시>다.

2017.04.18

외로운 아이가 달아나 외로운 도시에 갇혔다
어떤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우주의 주사위 놀음이 자신을 떨어뜨려놓은 그 위치가 너무 견디기 어렵다. 국가, 인종, 가족은 가혹한 굴레가 되고, 이해받지 못하는 성(性) 정체성은 무자비한 낙인이 된다. 그렇게 운명에 내몰리다가 그런 자들이 쓸려 들어오는 쓰레기 하치장 같은 곳으로 간다. 뉴욕이나 시카고 같은 거대 도시다. 그들은 그 도시의 창에 불을 켜둔 수많은 사람 중 자신을 이해해줄 누군가가 있기를 기대한다. 헛된 희망이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그 압도적인 익명 속에 조용히 숨어 있기를 바란다. 이 역시 가능한 것인지 모르겠다. 앤디 워홀은 유명해졌고, 자신의 스튜디오를 오가는 연예인, 기자, 재간꾼 사이에 가발을 쓰고 들어가 스스로를 숨겼다. 헨리 다거는 철저하게 지워진 존재였고, 자기만의 방에 <비현실의 왕국에서>를 건설했다. 밸러리 솔라나스는 워홀의 유명세를 이용해 성마른 <스컴 선언문>을 외치려다 실패했고, 워홀의 배에 커다란 총구멍을 냈다. 에드워드 호퍼는 그런 종류의 인간들이 서로에게 어떤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카페에 앉아 있는 모습을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에 그렸다. 올리비아 랭은 이런 예술가들의 외로운 삶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우리 앞에 지상에서 가장 외로운 아이들을 데려다놓는다. 데이비드 워나로위츠는 회고록에서 말했다. “우리 집에서는 아무도 웃을 수 없었고, 지루해도 표현하지 못했고, 울 수도 없었고….” 그는 아버지의 정신적·육체적·성적 학대를 견디다 못해 전화번호부를 뒤져 뉴욕의 어머니에게 연락했다.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몇 시간을 보낸 그는 화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외로운 아이들은 외로운 도시로 흘러갔다. 도시는 그들을 쉽게 반겨주지 않았다. 워나로위츠는 10달러짜리 남창 노릇을 하며 번 돈을 번번이 소매치기에게 빼앗겼고, 결국 에이즈로 고통받으며 도시의 사악한 병균 취급을 당했다. 그토록 지독한 외로움이 그들의 놀라운 예술 세계로 변신했다는 건 가혹한 역설이다. 부질없는 가정이지만 그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만약 돌아가 평범하고 행복한 아이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그러고 싶나? 그래서 당신이 고통 속에 만든 작품이 지상에 태어나지 않는 평행의 우주를 선택하고 싶나? 어쩌면 고개를 끄덕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좀 더 잔인하게 물어보자. 그리하여 지금 당신의 작품을 보며 고독을 견디고 있는 수많은 이들의 안식을 빼앗아간다 해도? 

이 글을 쓴 이명석은 문화 칼럼니스트이다.  

 

 

외로운 이들이 모여 제각각 외로운 도시
이 책은 한 외로운 사람이 외로움의 냄새를 맡아가며 다른 외로운 사람을 찾아간 여정이다. 찾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을 것이다. 뉴욕이라는 도시는 외로운 사람으로 가득하니까. 그토록 비좁게 어깨를 겯고 있으면서도 외롭다는 것은 모순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이 그렇다. 그들은 단체로 외롭다. 그들은 외로움이라는 이름을 가진 민족이다. 앤디 워홀을 쏜 밸러리 솔라나스가 앤디 워홀과 관계 맺을 수 있었던 이유는 둘 다 ‘고립’이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공유한 고립감은 만나면서 완화되지 않고 오히려 증폭된다. 외로운 사람의 옆에 있는 사람 또한 완전하게 외롭다. 어째서일까. 모든 외로움이 다들 너무나 다른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톨스토이의 유명한 문장을 빌려 쓰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행복한 사람은 모두 엇비슷하지만, 외로운 사람은 외로운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고. 외로움의 유형을 나누려는 시도는 늘 허탕칠 수밖에 없다. 들여다볼수록 이 사람들을 모두 ‘외롭다’는 말로 묶을 수 있는 게 놀라울 뿐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외로움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경험은 각별하다. 그들은 자기 나름의 방법으로 외로움을 겪고 그에 대항하고 굴복한다. 특히 예술가들이 내놓는 작품의 다양함을 보면 외로움의 다양함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에드워드 호퍼의 외로움과 헨리 다거의 외로움과 앤디 워홀의 외로움과 데이비드 워나로위츠의 외로움은 각기 다르다. 그들의 주변 사람이 겪는 외로움도 다르다. 저자는 작가의 주변에서 또 다른 외로운 사람을 발굴한다. 그들의 외로움이 입체적으로 빛나도록. 그들의 외로움이 모두 독특하고 다양한 모습을 띤 이유는 이 사회가 획일적인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워나로위츠는 “다양성을 열정적으로 선호하며, 균질적인 사회가 사람들을 얼마나 고립시키는지를 예리하게 알아차린다.” 솔라나스는 사회 시스템에서 문제를 찾았다. “고독이 전개되는 악순환은 단독으로가 아니라 개인과 그들이 놓인 사회 사이의 상호 작용으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평균화되고 균질화된 사회 속에서 튕겨 나올 수밖에 없는 분자들, 그 수많은 이들이 외로움으로 도시를 이룬다. 

이 글을 쓴 박사는 북 칼럼니스트이다.  
 

더네이버, 책, 외로운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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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외로운 도시,책

CREDIT Editor 설미현 Photo 김도윤 출처 THE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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