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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새롬이라는 새로움

노을의 풍경을 담은 아크릴 작업 ‘크리스털 시리즈’로 작품 세계를 확고히 다져가는 아티스트 윤새롬. 그는 최근에 <월페이퍼>에서 주최한 ‘디자인 어워드 2018’에서 뽑은 차세대 아티스트 중 유일한 한국인이다.

2018.03.07

양평동 작업실 옥상에 선 아티스트 윤새롬. 

 

요즘 한국의 젊은 아티스트가 성장하는 수순은 좀 묘하다. 한국에서 활동하면서도 해외에서 먼저 주목받는다. 한국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그 뒤의 일이다.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SNS 채널을 통해 자신의 작품을 타인에게 보여주는 과정이 스크롤 속도만큼 빠르고 간편한 이유도 있겠지만, 세계적인 유수의 매체에서도 ‘새롭다’고 찬탄할 정도로 신선한 작업이 유학 경험이 전무한 한국인의 작품인 경우가 제법 많으니 말이다. 윤새롬도 그러한 신진 아티스트 중 하나다. <월페이퍼>, <디자인붐>, <디자인밀크> 등 내로라하는 디자인 매체에서 집중 조명한 그는 (현재로서는) 자신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아크릴 작업 ‘크리스털 시리즈(Crystal Series)’를 발표한 지 약 1년 만에 ‘2017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 초청받았다. 홍익대학교 목조형가구학과 석사 과정을 마치기 전 일이었다. 그리고 얼마 전, 윤새롬이란 이름이 새롭게 각인될 사건이 또 한 차례 생겼다. <월페이퍼>의 주요 연례행사로 꼽히는 ‘디자인 어워드(Design Awards) 2018’에서 ‘파네라이 넥스트 제너레이션 디자이너’로 선정된 것이다. 총 7명 중 한국인은 그가 유일하다. 
“명확하게 나무와 자연 소재만 다루던 초기 작품에 비해, 윤새롬의 최근 작품은 1960년대 소재인 아크릴을 부활시켜 만들었다. 작가 스스로 확립한 기술로 아크릴 표면을 염색하는데, 투명 수지에 미세한 색상을 주입해 더욱 자연스럽게 합성 소재를 변신시킨다. 서로 다른 색상 사이 자연스러운 혼합과 그러데이션이 굴절과 반사 현상을 통해 왜곡과 착시를 불러일으킨다.” 수상자 윤새롬의 작품 아래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윤새롬의 작업에서 색감은 중요한 장치이자 언어다. 그가 사용하는 색감은 본래 알던 아크릴이라는 소재를 새롭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가끔은 아크릴이 아닌 크리스털로 보일 정도니 작품의 이름 ‘크리스털 시리즈’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색에서 색으로, 분절되거나 요동침 없이 잔잔하고 유유히,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흐르는 색의 흐름은 다소 차갑고 묵직한 소재인 아크릴에 온기와 빛을 불어넣는다. 어떠한 컬러로도 규정할 수 없는 색의 무수한 팔레트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머릿속에 어떠한 풍경 하나가 떠오른다. 노을이다. 
“어린 시절에 3년 남짓 필리핀에 살았어요. 부모님 손을 잡고 놀러 간 바닷가에서 자주 노을을 봤어요. 그때가 겨우 세 살이었는데, 믿기지 않겠지만 아직도 제게는 그 풍경이 생생해요. 바닷가에서 본 필리핀의 노을은 여전히 제게는 그리움의 풍경이에요.” 노을색이란 하늘색, 살색처럼 사람들로 하여금 개인적 경험과 상상력을 반영한다. 붉은 노을이 차츰 푸른 바다로 스며들던 필리핀의 아름다운 장면, 그 찰나의 순간이 그의 작품에 입혀진 건 그렇게 깊은 연원이 있다. “여행할 때도 도시보다는 휴양지를 좋아해요. 자연을 멍하니 바라보는 걸 즐기거든요. 그 잔상이 마음에 켜켜이 쌓여 작품을 할 때 자연스럽게 반영돼요. 표현하려고 하는 바를 은연중에 작품에 녹이는 것이 제가 추구하는 작업 방식이기도 하고요.”

 

새벽 여명, 혹은 노을이 연상되는 평면 아크릴 작업.  

 

아크릴이라는 언어 
목조형가구학과에서 4년간 줄곧 나무만 만지던 윤새롬은 아크릴을 만나 작가 인생의 제2국면에 접어든다. 단순히 종이에 그림을 그리거나 가구에 색을 입히는 차원을 넘어 본격적인 색 작업을 시도할 수 있었던 건, 불순물 없이 99% 투명도를 확보할 수 있는 신재 아크릴을 만난 뒤부터다. 관건은 어떻게 색을 입히나였다. “을지로의 작은 공장에 가면 단추나 커튼 액세서리, 저가 샹들리에에 사용하는 아크릴 조각에 염색을 해요. 보통은 한 가지 색으로 염색하는데, 염료에 담가둔 시간에 따라 색의 농도가 다르게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큰 아크릴 조각을 염료에 넣었다 빼면서 힘 조절을 하면 어떨까 싶었죠. 테스트를 몇 번 해본 뒤 ‘이거다’ 싶었어요.” 컴퓨터 그래픽으로 페인팅을 해도 비슷한 느낌을 낼 수 있었겠지만, 번거로운 수작업 과정을 굳이 반복하는 이유는 단 하나, ‘자연스러움’ 때문이다. 그의 작업에서 어쩐지 수채화의 맑은 번짐이 겹쳐 보이는 건 우연이 아니다. 그러나 우연으로 얻어진 힘도 분명 있다. “가장 처음 만든 작품이 T 자 구조 테이블이었어요. 그러데이션을 입힌 조각을 붙이면 은은하게 색만 강조될 줄 알았는데, 막상 붙여보니 굴절과 반사가 도드라진다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이참에 이걸 더 극대화해보자 싶었죠.” 즉흥적인 것을 별로 즐기지 않는 그는 늘 머릿속으로 과정을 전부 그리고 막힘이 없을 때까지 철저하게 계획하고 준비한 뒤에야 작업에 착수한다. 다양한 실험 끝에 얻은 우연의 결과를 그저 운으로 두지 않고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체득한다. 아티스트이자 동시에 테크니션. 윤새롬의 작업이 일관되게 탄탄할 수 있는 이유다. 

 

 

 

가구보다 더 큰 무대 
가구 디자이너로 잘 알려진 그이지만, 윤새롬은 당분간 설치 작업에 매진할 계획이다. 작년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 해외 관객과 만난 것이 결정적인 계기였다. “한국에서 ‘크리스털 시리즈’로 전시를 하면 보통 오브제 자체에 더 큰 관심을 보여요. 소재나 스킬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죠. 밀라노에서는 달랐어요. 작가인 ‘나’라는 사람이 어떤 공부를 했고 어떻게 살아왔으며, 어떤 감성을 지녔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제가 더 표현하고 싶은 것, 제 감성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을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죠.” 마음속에 켜켜이 쌓인 자연의 색감을 마음껏 표현하기에 제약이 많은 가구에서 설치 작업으로의 확장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최근에는 4월 전시를 앞두고 불투명한 아크릴 위에 또 다른 아크릴 조각을 붙이는 설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당장 엄청나게 위대한 작품을 만들어 세계적인 스타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다”는 그의 삶의 태도처럼 꾸준히, 천천히, 즐기면서. 순간, 작가의 삶의 태도와 작품이 겹쳐 보이는 풍경이 새삼 아름다운 노을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리스털 시리즈’ 중 ‘Table 04’, ‘Raw Side Edition 01’, ‘Table 01’. 

 

 

1,3 소, 목공, 사진 등 다양한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가 입주해 있는 양평동의 한 작업실. 장르가 서로 다른 아티스트가 만나 주고받는 영감이 꽤 많다. 2 작업 중인 ‘크리스털 시리즈’. 염료에 넣었다 빼는 반복 작업으로 자연스러운 그러데이션을 만든다.

 

 

 

 

 

더네이버, 아티스트, 윤새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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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아티스트,아크릴 작업,크리스털 시리즈,차세대 아티스트

CREDIT Editor 전희란 Photo 이재안 출처 THE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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