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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으로 가는 미술

오늘날의 미술은 ‘아름답다, 아름답지 않다’의 문제를 넘어섰다. 형식과 경계가 사라진 동시대 미술을 대하는 새로운 방식. ‘관객 참여’라는 새로운 흐름이 전시장에 또 다른 에너지를 만들고 있다. 감상을 넘어 경험으로 가는 미술, 그 흥미로운 챕터의 주인공들과 함께했다. EDITOR SEOL MI HYUN

2018.02.08

1 안규철, 1000명의 책, 2015, 사진 이의록,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Courtesy of the Artist and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
2 James Turrell, Horizon Room, 2013, Image Courtesy of Museum SAN 
3 Dont Follow the Wind, A Walk in Fukushima, Biennale of Sydney, Image Courtesy of Gangwon International Biennale

 

 

 

회화, 조각 등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시장의 주인공은 그들이었다. 한데 요즘 미술관, 갤러리의 풍경이 사뭇 달라졌다. 사진, 설치, 영상, 빛, 사운드, 퍼포먼스 등 비주류로 치부되던 것들이 미술 시장의 신흥 세력으로 떠올랐으니. 컨템퍼러리 아트, ‘동시대 미술’로 지칭되는 현대 미술이 전시장에 새로운 풍경을 조형하고 있다. 동시대 미술? 어렵게 생각할 건 없다. 우리와 함께 호흡하고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동시대 예술가들이 만들어가는 미술이 그것이므로. 그들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당대의 뜨거운, 때로는 방치된 이슈를 미술 안으로 끌어들인다. 아울러 관객에게도 달라진 감상법을 요구한다. 더 이상 눈으로만 보는 관찰자 역할을 벗어나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를 유도한다. 그들이 찾아낸 해답은 바로 ‘관객 참여’. 관객 참여는 1990년대 이후 동시대 미술에 나타나는 새로운 흐름 중 하나다. 지금 만날 이들은 영향력 있는 동시대 미술 작가들로, 그 흐름을 알 수 있는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미리부터 말하지만 눈으로 봐서는 알 수 없다.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단서를 달고 출발하겠다.   

 

그들은 어떻게 관객을 매혹시키나  
현대 미술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이라면 ‘김수자’라는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보따리 작가로 알려진 그는 세계가 주목하는 설치 미술가다. 한국 작가지만 외려 국내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그의 전시가 2년 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렸다. <김수자-마음의 기하학>전이 그것인데, 많은 설치 작품 중 특히 주목을 끈 프로젝트가 있었다. 손으로 찰흙을 굴려 동그란 구(球)를 만드는 관객 참여형 워크숍 작품 ‘마음의 기하학’이 그것이다. 전시장 안에는 지름 19m의 대형 테이블이 놓여 있고, 그 옆에 도자기 재료인 찰흙이 종류별로 준비되어 있었다. 작가는 관객에게 원하는 찰흙을 골라 구를 만들어줄 것을 청했다. “재미있는 건 각자 형태, 크기가 제각각이라는 거예요. 사람들의 수많은 마음이 테이블 위에 채워졌죠.” 나 역시 수많은 사람 중 하나였다. 소원을 비는 마음으로 찰흙을 돌리고 돌렸다. 생각처럼 동그란 구를 만들기란 쉽지 않았다. 남들의 구보다 예쁘게 만들고 싶다는 욕심마저 생겼다. 욕심이 과했던 걸까, 찰흙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아차! 싶었고, 이내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테이블 위에 놓인 수많은 마음, 과연 그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어느 순간, 구의 모양은 잊히고 마음이 평온해졌다. 물론 작가는 말없이 찰흙 한 덩이만 던졌을 뿐이다. 그리고 그 기억은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았다.   
경험, 그것은 눈으로 보는 것보다 깊은 기억을 남긴다. 재미 설치 미술가 강익중도 이 점에 동의할 거다. “공공 미술은 세상을 바꾸는 일종의 문화 혁명입니다. 모든 혁명에는 대의명분과 주도자, 이를 따르는 대중이 필요하죠. 저는 무겁고 진지함 대신 밝고 명랑함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싶습니다.” 강익중 하면 수많은 글자와 그림으로 이루어진 설치 작품이 떠오른다. 가로세로 3인치 정사각형 패널에 새긴 글자와 그림. 더욱 주목할 것은 3인치 패널 안에 쓴 글자(그림) 하나하나가 모두 대중의 참여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뉴저지주 프린스턴시 지역 주민과 합동 작업을 한 적이 있는데, 프린스턴대 교수와 학생, 지역 주민이 보내준 오브제로 작품을 만들었어요. 90세 넘은 흑인 할아버지가 보내준 이발소 명함, 아인슈타인 박사의 조카가 보내온 아인슈타인이 사용하던 플레잉 카드 등이 기억에 남아요.” 전 세계 149개국 어린이들이 참여한 프로젝트 ‘Amazed World’ 등 그는 하나의 드로잉이자 시로 세상과 소통하며, 문화로 이어진 어망을 넓은 바다로 던져 ‘평화’라는 대어를 끌어 올린다. 
안규철 역시 적극적으로 대중을 개입시킨다. 그는 웹사이트를 통해 예약한 관객 1000여 명에게 국내외 문학 작품을 전시 기간 동안 각각 1시간씩 주어진 책을 필사하도록 했다.  ‘1000명의 책’은 지난 시대의 유물처럼 밀려나버린, 손으로 글을 쓰는 행위의 의미를 되새기고 익명의 개인이 공동의 일에 참여함으로써 보이지 않는 연대를 이루는 작품이다. 여러 사람의 손글씨로 완성된 필사본은 전시가 끝난 후 한정판으로 복제되어 참가자들에게 배포됐다. 사진 자판기 형식의 이동식 스튜디오를 만들어 관객에게 시간 여행을 선사한 정연두 작가의 ‘타임캡슐’, 방울을 연결해 관객이 직접 옷을 입고 경험할 수 있도록 한 양혜규 작가의 ‘소리 나는 의류’ 등 주제와 매체는 저마다 다르지만 관객의 경험이 더해져 비로소 작품이 완성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안규철, 기억의 벽, 2015,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5 강익중, Amazed World(In Detail), 2001~2002, 34,000 Children’s Drawings from over 120 Countries, United Nations, New York, Courtesy of the Artist 
김수자, 마음의 기하학, 관객 참여 퍼포먼스와 설치, 16 채널 사운드 퍼포먼스 ‘구의 궤적’,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지금 경험해야 할 코스  
컨템퍼러리 아트의 묘미를 살짝 맛보았다면, 이제 동장군의 기세를 물리치고 직접 경험할 차례다. 첫 번째 코스는 백남준아트센터. 3월 4일까지 이곳에서는 블라스트 씨어리 개인전 <당신이 시작하라>가 열린다.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 작가로 선정된 영국의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 ‘블라스트 씨어리’. 이들은 ‘관객과 참여’라는 주제를 놓고 다양한 미디어 양식을 실험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에서 촬영한 신작 영상 작품 ‘앞을 향한 나의 관점’을 포함해 총 7점을 선보인다. ‘앞을 향한 나의 관점’은 2017년 런던 박물관 커미션으로 제작된 것으로, 한국의 풍경을 담은 영상을 추가해 새롭게 선보인다. 전시장에는 한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 하나가 마련되어 있고 그 안에는 영상이 흐른다. 영상은 한곳에서 360도 파노라마로 촬영된 도시 곳곳의 풍경을 매우 느린 시각으로 보여준다. 관객은 그들의 삶의 터전을 천천히 살펴보며 공동체와 도시의 미래를 생각해보게 된다. 마지막에 그들은 관객에게 질문 하나를 던진다. 관객의 답은 녹음되어 다시 작품의 일부로 사용된다. 그들의 질문이 무엇인지는, 직접 현장에서 확인하길 바란다. 이 밖에도 물에 잠겨 있던 폐선을 여러 사람이 함께 공원으로 옮기는 과정을 다룬 ‘내가 평생 동안 할 일’은 쓰나미와 상처, 그리고 이로 인해 망가진 공동체의 회복이라는 은유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강릉국제비엔날에서도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2월 3일부터 3월 18일까지 펼쳐질 강릉국제비엔날레에는 23개국 58명의 작가와 팀이 참여한다. 시간에 쫓기더라도 다국적 아티스트 그룹 ‘돈 팔로 더 윈드(Don’t Follow the Wind)’의 작품은 놓치지 말 것. ‘A Walk in Fukushima’로 아무도 살지 않는 방사능 오염 지역의 안팎을 360도로 촬영한 비디오 작품이다. 이 영상 관람 시에는 특별한 헤드셋이 사용되는데, 후쿠시마에 거주해온 3대가 아티스트 본타로 도쿠야마와 함께 제작한 것이라고. 그들의 불안과 미래가 헤드셋을 통해 전달된다. 강원도 이주 여성 6명이 함께할 흑표범 작가의 퍼포먼스도 주목할 만하다. 2월 3일 오프닝 무대를 시작으로 전시 기간 중 토요일 4회 진행된다. 강릉을 거쳐 원주 뮤지엄 SAN에 들러도 좋겠다. 김수자 작가의 철학적인 감성을 나는 이 작가에서도 엿보았다. 그에게서는 동양의 색채인 비움과 철학의 깊이가 느껴진다. 빛과 공간의 예술가 제임스 터렐이다. 사람들은 그의 작품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환상적인 빛과 공간에 집중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경험’이다. 그가 만든 빛의 공간 안으로 걸어 들어가 빛이 선사하는 명상과 사색의 시간을 오롯이 누려보길 권한다. 마지막 종착역은 4월 8일까지 열리는 전시 <MMCA 현대차 시리즈 2017: 임흥순-우리를 갈라놓는 것들>이다. 이곳에는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 등 현대사 속에서 희생되고 소외된 사람들의 삶이 펼쳐진다. 특히 정정화, 김동일 등 할머니 4명이 등장하는데, 그들이 남긴 유품이 역사의 흔적처럼 전시장 한쪽을 지키고 있다. 전시가 끝난 후 할머니들의 유품은 관람객에게 나눠줄 예정이라고. 장르의 경계를 넘어 끝없이 새로운 화두를 던지는 동시대 미술. 눈으로 감상하는 회화의 그것보다 난해하고 어려울 수도 있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가장 리얼한 우리 삶의 이야기라는 것. 우리가 그저 눈으로 보고만 있을 수 없는 명백한 이유다.   

 

 

 

7 흑표범, Appellant, Argh! (불러내는, 악!) by 고원, 근희, 기봉, 렌쥔, 루비아나, 맑은, 한나, 30분 내외, 퍼포먼스, 2018, 강원국제비엔날레 
8 양혜규, 소리 나는 의류, <코끼리를 쏘다 象 코끼리를 생각하다>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Leeum, Samsung Museum of Art

 

 

 

9 블라스트 씨어리, 내가 평생 동안 할 일, 2013, 싱글 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1분, 백남준아트센터  
10 블라스트 씨어리, 앞을 향한 나의 관점, 2017, 미디어 설치, 백남준아트센터  

 

 

 

11 James Turrell, Ganzfeld, 2013, Image Courtesy of Museum SAN
12 <MMCA 현대차시리즈 2017: 임흥순>  
13 정연두, 더 캡슐,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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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미술 전시,관객 참여,컨템퍼러리 아트

CREDIT Editor 설미현 Photo PR 출처 THE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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