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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인가, 희생양인가

그는 왜 희대의 악인이 되었나. 기형적 외모 뒤에 감춰진 그림자를 그린 셰익스피어의 걸작 <리차드 3세>가 연극 무대에 오른다. 국민 배우 황정민이 그 뒤에 있다.

2018.02.07

 

“이제 불만의 겨울은 가고 영광된 여름이 왔도다. 우리 가문을 뒤덮던 구름도 바다에 박혔으니, 이마에는 승리의 휘장인”이라며 남자가 말을 이으려는데, 멀찌감치 그를 바라보던 무리 중 한 남자가 끼어들며 말한다. “발음이 좋군요. 로그 씨, 하지만 아쉽게도, 왕을 갈망하는 꼽추의 절규가 약해요.” 결국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오디션에서 탈락한 로그는 바로 조지 6세의 말더듬을 고친 라이오넬 로그다. 라이오넬의 도움으로 언어 장애를 고친 조지 6세가 왕으로서 진정한 위엄을 세우는 영화 <킹스스피치>.  

영국 작품이어서인지, 영화에는 셰익스피어의 문장이나 작품명이 자주 언급된다. 일례로 라이오넬이 조지 6세에게 처음으로 읽으라고 한 문장은 <햄릿>의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다. 그중에서도 이 영화에 가장 큰 모티프를 제공한 작품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리차드 3세>일 것이다. 공교롭게도 <킹스스피치>와 <리차드 3세> 사이엔 연관성이 많다. 앞에 인용한 대사는 <리차드 3세>의 첫 대사다. 두 작품은 모두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다. 조지 6세와 15세기의 왕 리처드 3세. 조지 6세에게 언어 장애가 있었다면, 리처드 3세에게는 척추 장애가 있었다. 시쳇말로 리처드 3세는 곱사등이, 꼽추인 것. 두 사람 다 장자가 아니었지만, 둘 다 왕좌에 앉는 것도 공통점이다. 차이가 있다면, 한 사람은 왕관에 관심이 없었고, 다른 한 사람은 욕심이 있었다는 것. 리처드는 형제와 친족을 숙청하고 왕위를 찬탈한 악인이다. 부차적이나 조지와 리처드의 형 이름이 에드워드라는 사실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사설이 길었다. 이번에 다룰 작품, 연극 <리차드 3세>다. 요크 왕가의 마지막 왕 리처드 3세, 악명에서는 그를 따를 자가 없다. 그는 왕위를 찬탈하기 위해 조카를 유폐하고 친족을 살해했다. 심지어 그는 야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이 척살한 정적의 아내에게 구애를 한 파렴치한인가 하면, 그렇게 혼인한 앤이 또 다른 정략 결혼에 장애가 되자 아내를 독살하라고 명령하는 냉혈한이기도 하다.
셰익스피어는 그가 이렇게 삐뚤어진 심성을 지니게 된 게 그의 신체적 결함 때문이라고 한다. 이는 맨 처음 인용한 문장에 이어지는 대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나는 우아한 신체의 균형도 빼앗긴 상태이고, 교활한 자연의 농간으로 준수한 용모도 박탈되어 일그러진 미완의 상태로, 사지 이목구비 절반도 갖추지 못한 채, 이 세상에 때도 안 되어 태어났지. 절름대며 걷는 것이 하도 볼썽사나운 모습인지라, 내가 절뚝거리고 가면, 개들도 나를 보고 짖지.” 기형적 외모 탓에 사랑받지 못하고 성장해 악당이 된 리처드 3세를 셰익스피어가 묘사한 대목이다. 그리고 이는 여러 역사학자들도 정설로 받아들이는 부분이다. 하지만 일군의 역사가들은 희대의 악마로 묘사된 리처드 3세의 이미지는 튜더 왕조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후대의 연출가 중에는 리처드 3세의 인간적 면모를 강조하는 이들도 있다. 2월 6일 개막하는 연극 <리차드 3세> 속 리처드 3세는 어떤 모습일까?
하지만 사람들 관심은 리처드 3세라는 인물보다 그를 연기하는 배우에 있을 터. 타이틀롤을 맡은 배우가 1억 관객의 국민 배우 황정민이기 때문이다. 영화와 뮤지컬, 연극을 오가며 활동하는 그가 이 작품으로 2년 만에 무대에 복귀한다(연극 무대로는 10년 만이다). 말 그대로 신들린 연기로 생생한 인물을 구현하는 황정민이라, 그가 그릴 리처드 3세에 대한 기대가 높다. 또 이번 공연에는 영화 <베테랑>에서 트레일러 기사 역할로 황정민과 호흡을 맞춘 배우 정웅인이 출연해 리처드 3세의 형 에드워드 4세를 연기한다. 배우 김여진은 에드워드 4세의 부인 엘리자베스 왕비로 분한다. 공연계 부부 커플 한아름이 각색하고, 서재형이 연출한 연극 <리차드 3세>는 2월 6일부터 3월 4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 이 글을 쓴 김일송은 공연 칼럼니스트이다.

 

 

 

 

 

더네이버, 연극, 리차드 3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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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연극,공연,리차드 3세,황정민,셰익스피어

CREDIT Editor 설미현 Photo (주)샘컴퍼니 출처 THE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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