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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Neighbor / life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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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읽다

집은 삶을 닮은 그릇이다. 하여, 그 사람을 알려거든 집을 보면 된다. 한윤정이 쓰고, 박기호가 찍은 그들의 집. <집이 사람이다>.

2018.02.02

한때 내 얼굴이었던 집들을 생각했다. 형편 되는 대로 겅중겅중 이사 다녔지만, 그곳에 와본 이들은 내 몸의 일부처럼 그 집을 기억할 것이다. 그 모든 집의 생김새와 크기는 제각각이었지만 그곳에 살던 당시의 내게는 딱 맞는 그릇이었다. 지금의 집이 내게 그러하듯이. 이 책에 나오는 이들은 말없이 내미는 악수처럼 집을 건너 자신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집 구경하는 재미였다. 원래 남의 집 구경을 좋아했던 터다. 그중에서도 집주인의 책장을 주의 깊게 훑어보고 내심 동질감을 품으면서 좀 더 친해졌다고 생각해왔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집주인으로서는 내 집요한 눈길이 편하지만은 않았겠다 싶다. 집을 보여준다는 것은 한 겹 덮어둔 내밀한 곳을 열어 드러내는 것임을 이 책을 보고 나니 알겠다.   
생각해보면, 집이라는 곳에서는 정말 많은 일이 일어나고 이루어진다. 사람들이 그곳에서 에너지와 생기를 얻는다는 점에서만은 아니다. 집이 사람의 삶 자체를 바꾸기도 한다. 이 책에서 살펴본 집에서는 그런 흔적이 무수하다. 싱어송라이터 장필순의 제주도 소길리집은 어떤가.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고 너무 빠르게 변하는 대중음악 시장”에 회의를 느낀 장필순은 서울에서 가장 먼 곳으로 떠나자 마음먹고 제주도로 건너온다. 그곳에서 집을 고치고 개를 키우고 텃밭을 가꾸면서, 그는 천천히 다시 음악을 시작한다. 침대에 앉아서 노래를 부르고, 책상 위에 놓인 맥 컴퓨터 한 대로 하우스 레코딩을 하면서 그는 저금하듯 한두 달 간격으로 꼬박꼬박 싱글 음원을 발표했다. 그렇게 모인 노래로 앨범을 냈다. 그 노래는 이전의 노래들과 다르리라. 제주도의 시간과 바람 소리가 섞여 더 그윽해졌으리라. 그와 집의 합작품이다. 
홍대 앞 유흥가에 자리 잡고 있던 ‘시어터 제로’를 운영하던 연극배우 심철종의 ‘한평극장’은 거실을 용도 변경한 것이다. 2012년 광화문 시대 오피스텔에서 시작한 이 극장은 그가 이사하면서 함께 옮겨 다녔다. 혼자서 극작, 연출, 무대, 조명에 손님 접대까지 할 수 있는 작은 극장인 덕에, 유지비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가늘고 길게 오래가고 싶은 희망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는 그곳에서 수행하듯 일인극을 이어오고 있다. 
사람이 집을 찾기도 하지만, 집이 사람을 끌어들이기도 한다. 일본사, 한국사, 조선족 역사를 두루 공부한 저널리스트 도다 이쿠코를 이끈 인천 관동의 집처럼. 그곳은 한국에 있지만 개항 이후 일본 조계지였고, 차이나타운이 지척에 있다. 도시형 서민 주택인 마치야, 그중 여러 채의 집이 이웃과 벽을 공유한 채로 이어 지은 연립형 목조 주택인 ‘무네와리 나가야’인 이 집이 지어진 것은 1925년경. 도미이 마사노리 건축학 교수는 이 집의 역사를 확인한 뒤 그에게 말했다고 한다. “이 집은 정말 도다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아요!” 
설치 미술가 최인준이 아버지께 물려받아 새롭게 가꾼 고택 ‘자이당’, 사진가 민병헌을 끌어당긴 군산의 근대 가옥, 역사학자 박옥걸이 부인의 친정이었던 인연으로 살게 된 보길도 고택이 그렇다. 철물 디자이너 최홍규는 아예 ‘이화동 성곽마을’을 새로 만들다시피 했다. 그러니, 사는 사람을 닮게 지어진 집이야 오죽할까. 환경 운동가 차준엽이 폐가가 된 집 벽에 물에 갠 흙을 몇 차례나 맨손으로 발라가며 만든 토담집, 건축가 김재관이 집을 수리하며 집의 구조를 낱낱이 이해한 후 자신의 몸에 맞게 수리한 ‘살구나무집’, 건축가 김수근이 누이를 위해 지은 ‘고석공간’은 사는 이가 누구인지 집의 목소리로 조곤조곤 들려준다. 저자는 말한다. “사람을 알려면 집을 보면 된다. 거기에는 그들의 일, 취미, 취향, 관계, 가치관 등 삶의 모습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살아온 시간과 경험, 거기서 건져 올린 추억이 축적된 장소이기도 하다. 각자의 얼굴, 지문만큼이나 독특하고 유일한 개성을 지닌 공간이 집이다.” 그러니 이 책은 집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집 이야기로 시작해서 결국은 사람 이야기로 끝난다. 아니, 이 모든 것이 사람 이야기임을 알게 된다.  
※ 이 글을 쓴 박사는 북 칼럼니스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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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책,도서,한윤정,집이 사람이다

CREDIT Editor 설미현 Photo 인물과사상사 출처 THE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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