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nside Neighbor / lifestyle

  • 기사
  • 이미지

마음을 움직이는 건축물

빛이 내리쬐지 않는 음울한 지하의 도시. 그런데 건축가는 지하의 세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리는 새로운 세상.

2017.11.09

Danish National Maritime Museum 
덴마크 국립 해양 박물관이 왜 지하에 자리하게 됐는지 이해하려면 먼저 이곳의 지리적·역사적 의미를 읽어야 한다. 셰익스피어 <햄릿>의 무대이자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지정된 크론보르 성(Kronborg Castle), 그리고 동시대 덴마크에서 가장 중요한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한 컬처 야드(Culture Yard). 덴마크 해양 박물관은 이 둘 사이에 자리한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공간으로서 그 위치만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말이다. 현존하는 건축가 가운데 가장 혁신적인 건축가로 일컬어지는 비야르케 잉엘스(Bjarke Ingels)가 이곳에 보이지 않는 미술관을 제안한 이유다. 상징적인 두 건축물을 효과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수단은 땅을 그대로 두는 일이었으니. 본래 부두였던 구조를 살려 지하 공간으로 이용하고, 건물이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은 자연스러운 흐름 안에서 박물관이 빛날 수 있도록 여백을 과감하게 활용했다. 특히 양옆에 공백을 두고 부두 사이를 가로지르게 한 전시장 설계는 지하임에도 햇빛을 충분히 품게 한다.
© Luca Santiago Mora 

 

 

Lux Aeterna Holy Cross Chapel 
종교 건축은 인간의 가능성을 확장한다. 절벽 위에 십자가 모양으로 박힌 교회 ‘채플 오브 더 홀리 크로스(Lux Aeterna Holy Cross Chapel)’를 목도하면 그 사실을 새삼 느낄 것이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한다는 의미의 절벽의 교회는 LAAV 아키텍처의 작품이다. 나무, 유리, 콘크리트 등 가장 단순한 재료만으로 만들어 주변 지형이나 풍경과 이질감이 없이 조화를 이룬다. 건축의 아버지 르코르뷔지에게 영감을 받은 건축 사조 ‘브루탈리즘’을 이들만의 스타일로 확립했는데, 이 교회에 앞서 공개한 프로젝트인 ‘카사 브루탈레(Casa Brutale)’ 역시 초월적인 브루탈리즘을 반영한다. 에게해를 향한 십자가 모양 교회의 통창은 낮과 밤에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특히 깜깜한 밤에 반짝이는 십자가는 동방박사의 별처럼 훤히 빛난다. 누군가 이 빛을 따라 먼 길을 떠나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KRKONOSE MOUNTAINS ENVIRONMENT EDUCATION CENTRE 
체코 북쪽에 자리한 도시 브르흘라비(Vrchlabi)에는 국립공원 땅속에 숨은 교육 센터가 하나 있다. 줄여서 ‘크체프(KCEV)’라고 하는 이 센터는 교육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공공시설.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한 이 지역은 르네상스 시대에 생산 시설로 이용되었는데, 그 위치 자체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공간도 빌딩과 자연의 중간 어디쯤에 자리한 하이브리드 콘셉트로 설계했다. 기하학적 건물의 구조는 센터가 위치한 산 크로코노세(Krkonose)의 지형을 창의적으로 반영한 것. 지상으로 비쭉 튀어나온 부분을 이용해 풍부한 채광을 안으로 끌어들여 밝은 분위기를 유지한다. 

 

 

Kornhauskeller 
도시에서 가장 품격 있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 지하에 있다면 믿겠는가? 스위스 베른의 ‘코른하우스켈러(Kornhauskeller)’ 이야기다. 사실 베른에는 옛 곡식 저장소나 창고를 개조한 극장 등이 구시가 곳곳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스폿은 셀러 레스토랑이자 바인 코른하우스켈러일 것이다. 이 레스토랑이 위치한 광장 이름이 레스토랑 이름과 같다는 사실만 봐도 이곳의 존재감을 짐작할 수 있다. 깊숙한 지하에 숨은 식당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상상 이상의 거대한 공간이 손님을 맞는다. 후기 바로크 양식의 아치형 천장은 성당 같은 고귀한 분위기마저 풍기고, 인상적인 프레스코화와 따뜻한 색채, 원목 자재나 차분한 조명은 이곳의 과거가 옥수수 창고였음을 깨끗이 잊게 한다. 한 번에 500명이 식사할 수 있는 거대한 공간에 자리하면 시간 감각 또한 까맣게 잊힌다. 
스위스관광청 제공  © Gian Marco Castelberg

 

 

Tirpitz 
지하 벙커에서 작품 감상을? 3개월 전 덴마크 서쪽 해안에 모습을 드러낸 인비저블 뮤지엄 ‘티르피츠(Tirpitz)’에서는 이토록 기묘한 경험이 가능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벙커로 쓰인 이곳은 변형과 확장을 통해 그럴싸한 미술관으로 거듭났다. 멀리서 보기에는 여전히 능선에 교묘하게 숨은 벙커 형태지만, 이곳에 당도하면 구획된 전시장 4개를 만날 수 있다. 묵직한 벙커 구조와 대비되는 밝은 분위기와 개방적인 구조가 특징이다. 각각의 공간은 모두 통유리로 이뤄져 구획 사이의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네덜란드의 ‘팅커르 이마히네이르스(Tinker Imagineers)’는 군수 기계를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테마의 전시를 도맡아 장기 전시와 단발성 전시 등을 선보인다. 
© Rasmus Hjortshoj

 

 

Enoteca Dai Tosi 
이탈리아 남부에 위치한 소도시 마테라. 산꼭대기 위 바위로 된 집으로 빼곡한 도시는 동화 속에서나 볼 법한 기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 마테라는 건축적으로 바라보면 폐쇄적인 도시다. 도시를 이룬 수많은 돌은 여전히 단단할뿐더러 역사적 가치를 지닌 이곳이 과감하게 변하는 것은 누구도 원치 않는 일이니까. 최근 마테라에 지하 3층 규모의 동굴을 현대적인 분위기의 와이너리로 완성한 벨기에 건축가 퓔더르 핑크 타일리외(De Vylder Vinck Taillieu)는 이런 점에서 해결할 과제가 많았을 것이다. 이처럼 깊숙한 동굴에서 건축가는 계단을 ‘시간 여행’의 수단으로 이용했다. 계단을 통해 한발 한발 내려가는 일은 마치 진귀하고 오래된 보물을 찾는 여행 같다. 테라코타 타일과 나선형 난간으로 구성된 내부에 선명한 초록색 조명과 가구를 건축의 요소로 두어 모던한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린다. 
© Delfino Sisto Legani

 

 

 

 

더네이버, 건축, 건축가

 

What do you think?
좋아요

TAGS Architecture,건축물,지하 도시,세계 건축,건축 디자인

CREDIT Editor 전희란 Photo 출처 THE NEIGHBOR

Film

film 더보기

EVENT

이벤트

애독자 엽서

한국 최초의 하이클래스 멤버십 매거진 Neighbor광고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