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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소환하다

<다크 나이트> 속 조커를 남기고 돌연 우리 곁을 떠난 그. 영화 <아이 앰 히스 레저>는 단순히 그의 연기를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2017.10.13

히스 레저(본인 역). 영화의 인물 소개다. <아이 앰 히스 레저>는 다큐멘터리 제작자 데릭 머레리의 <아이 앰> 시리즈의 7번째 편으로, 2008년 세상을 떠난 배우 히스 레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래서 히스 레저는 이 다큐멘터리 속에서 유일하게 현재의 모습으로 등장하지 않는 ‘본인’이다. 그는 더 이상 말할 수도, 움직일 수도 없기 때문에. 한국의 대중은 앤서니 홉킨스의 한니발 렉터, 그리고 잭 니컬슨의 조커 이후 영화 역사상 최고 악역으로 꼽히는 <다크 나이트> 속 조커로 그를 기억할 것이다. 영화 팬이라면 역시 이안 감독의 <브로크백 마운틴>의 에니스가 그의 인생 캐릭터였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어떤 영화 속 어떤 연기든 좋다. 중요한 것은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되어가는 지금까지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고, 히스 레저에 대한 기억을 기록하고 싶은 사람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아이 앰 히스 레저>는 단순히 그의 연기를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목에 걸맞게 히스 레저 삶의 전반을 따라간다. 
호주 서쪽의 도시 퍼스에서 나고 자란 히스 레저는 열일곱 살이 되던 해 고향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배우가 되겠다는 거창한 목표보다는 더 넓은 세상을 보고 경험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던, 10대 후반의 소년다운 선택이었다. 자유로운 영혼과 넘치는 에너지, 그리고 한 인간과 배우로서의 매력을 갖춘 히스 레저였기에 시드니에서 배우 데뷔를 거쳐 할리우드 입성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 후 히스 레저의 삶은 모두가 아는 대로다. 결코 피할 수 없었던 유명세, 말도 탈도 많았던 수많은 연애, 온갖 가십, 그리고 약물과 죽음. 그리고 그 사이에는 채 20편이 되지 않는 작품이 있었다. 그리고 미셸 윌리엄스와 짧은 결혼 생활 중에 낳은 딸, 마틸다를 남기고 히스 레저는 2008년 1월, 세상을 떠났다. 
<아이 앰 히스 레저>는 대중 모두가 알고 있는 그대로의 삶에서, 히스 레저의 인간적 면모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네드 켈리>를 통해 연인이 됐던 나오미 와츠는 호주 출신 배우들을 자신의 집에 머물게 하면서 할리우드 도전 기회를 제공한 히스 레저에 대해 이야기하고, 뮤지션과 배우인 여러 친구들은 성공한 이후 언제나 친구들에게 많은 선물을 하고 베풀던 히스 레저를 추억한다. 히스 레저에게 첫 번째 아카데미상 후보 경험을 안긴 <브로크백 마운틴>의 이안 감독은 그를 “재능이 너무 많아 신이 질투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놀라운 재능을 소유했고 그 재능으로 부와 명예를 누렸지만 그로 인해 고통받았고, 그럼에도 주변 사람을 향한 애정과 관심을 잃지 않은 히스 레저를 요약할 만한 일화는 그의 사후에도 존재한다. 채 촬영을 마치지 못한 채 죽어 유작이 된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을 그의 친구인 조니 뎁, 주드 로, 콜린 파렐이 히스 레저가 연기한 토니의 또 다른 모습으로 출연해 완성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출연료를 모두 히스 레저의 딸에게 전했다. 
히스 레저의 이름은 <폭풍의 언덕>의 주인공 히스클리프에서 따온 것이다. 한 여자를 사랑했지만 배신당한 뒤 평생을 복수심에 불타 살아간, 고독한 남자. 하지만 쓸쓸히 세상을 떠난 히스클리프와 달리, 히스 레저가 떠난 뒤에도 그를 사랑한 많은 사람들은 그를 기억했다. 히스 레저의 고향 퍼스 해변에서, 참여한 모두가 웃으며 고인을 기리는 파티로 치른 그의 장례식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히스 레저가 남긴 마지막 명장면이다. 내년이면, 히스 레저가 떠난 지 만 10년이 된다. 그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면, 그리고 계속 기억하고 싶다면 <아이 앰 히스 레저>가 그 기억의 유통기한을 늘려줄 것이다. 

이 글을 쓴 윤이나는 영화 칼럼니스트이자 <미쓰윤의 알바일지>의 저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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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Culture Diary,Movie,히스 레저,Heath Ledger,아이 앰 히스 레저,영화

CREDIT Editor 설미현 Photo 출처 THE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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