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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Neighbor / Fash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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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 들어 온 럭셔리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 하이패션의 영역으로 진입했다.

2017.10.10

당분간은 새로운 잇 백을 찾아 헤맬 필요가 없을 듯하다. 브랜드 로고만 심플하게 프린트된 쇼핑백이 시즌 트렌드로 떠올랐기 때문. 17 F/W와 18 S/S 시즌에는 온갖 종이백 디자인이 출현해 잇 백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바게트를 담는 빵 봉투를 연상시키는 백을 출시했던 12 F/W 시즌의 질샌더, 그리고 오래전 샤넬에서도 종이백 같은 백을 선보인 바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새 시즌의 종이백은 유독 다양한 디자인으로 등장했다는 것. 레더 소재의 쇼핑백을 여러 개 겹쳐 든 발렌시아가, 햄버거 종이봉투를 연상시키는 모스키노의 클러치, 빈 쇼핑백을 돌돌 만 듯 연출한 헬무트 랭 등 브랜드도 다채롭다. 종이백이 아니더라도 최근 런웨이 위에서 누구나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아이템이 하이패션으로 둔갑한 경우가 종종 발견된다. 압도적인 자연과 새로운 장소로의 여행, 창의력이 돋보이는 아트 작품 등 주로 신비하고 이국적인 것에서 영감 받던 데에서 벗어나 평범하고 사소한 일상의 무언가가 쇼에 등장한 것. 너무나 평범해서 그냥 지나치던 것들이 쇼의 메인 아이템으로 등장하거나 심지어 전체 컬렉션의 모티프가 되기도 한다.
패션 아이템으로 변신을 꾀한 건 종이백뿐만이 아니다. 발렌시아가는 자동차에서 영감 받은 여성복 컬렉션을 발표했는데, 자동차 시트로 만든 벨트와 스커트로도 모자라 사이드미러를 그대로 떼 온 듯한 클러치를 선보였다. 게다가 열쇠 꾸러미를 연상시키는 네크리스와 브레이슬릿도 등장시키며 전체적인 컬렉션에 위트를 부여했다. 한편 MM6는 17 F/W 컬렉션을 통해 아이폰 충전기의 또 다른 사용법을 전파했다. 바로 벨트로 활용하는 것! 매니시한 슈트 위로 질끈 동여맨 충전기의 모습이 조금 낯설긴 하지만, 일상적 아이템으로 참신한 스타일링을 완성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 MM6는 17 프리폴 시즌에도 택배 상자에서나 볼 법한 취급 주의 테이프를 칭칭 감은 슈즈와 클러치를 선보인 바 있다. 이는 메종 마르지엘라의 06 S/S 컬렉션 피스를 오마주한 것. 한편 테이프를 컬렉션 전반에 등장시킨 디자이너도 존재한다. 모스키노는 리사이클이라는 테마 아래 17 F/W 컬렉션을 선보였는데, 박스의 주재료인 골판지와 취급 주의 스티커, 박스 테이프를 칭칭 감은 듯한 디테일이 주를 이뤘다. 여기에 드라이클리닝 포장지, 신문지, 캔, 비닐봉투 등 각양각색의 폐기물이 쿠튀르 터치를 입고 참신한 패션 아이템으로 변신했다. 산업과 생활 폐기물을 활용해 가장 동시대적 컬렉션을 완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셈이다. 라프 시몬스는 18 S/S 컬렉션의 메인 소품으로 우산을 선택했다. 희미한 불빛이 가득한 차이나타운을 배경으로 등장한 찢어진 우산과 편의점에서 산 듯한 비닐우산은 비 내리는 차이나타운의 무드를 극대화하기에 무척 적절해 보였다. 일상적인 아이템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현상은 하이 주얼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투박한 못을 모티프로 한 까르띠에의 주얼리 저스트 앵 끌루는 이미 까르띠에의 아이코닉한 디자인이 되었고, 에르메스는 옷핀을 모티프로 한 하이 주얼리 샹 당크르 펑크를 선보인 바 있다. 물론 하이엔드 브랜드가 평범한 아이템에서 영감 받거나 패러디한 아이템을 선보이는 일은 꾸준히 시도되었다. 쇼핑센터를 테마로 비닐 패키지에 플랩 백을 담았던 샤넬, 런드리 백에서 영감 받은 루이 비통의 쇼퍼백, 가장 최근에는 이케아 백을 패러디한 발렌시아가 등이 대표적. 그 기류가 점점 거세지며 온갖 평범한 것들이 디자이너의 터치를 입고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생각지도 못한 아이템을 런웨이에서 발견했을 때, 신선함은 배가된다. 누군가는 이를 상표에 집착하는 패션계에 보내는 풍자라 평하기도 한다. 또 다른 이는 패션계가 아이템을 바라보고, 접근하는 시선이 다를 뿐이라 이야기한다. 중요한 것은 버려지고 무시당하는 모든 것도 언제나 쿨하게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이다. 책상 한 쪽에 처박아둔 싸구려 아이템이 지금 가장 트렌디한 패션 아이템으로 변신할지 모르는 일. 브랜드의 무궁무진한 아카이브와 이국적 풍광을 제쳐두고 일상에서 새로움을 찾는 디자이너가 점점 많아지는 이유이자 반가운 이유다.  

 

1 여러 개의 쇼핑백이 등장한 발렌시아가 17 F/W 맨즈 컬렉션. 
2 예전 마르지엘라 컬렉션을 오마주한 MM6의 17 프리폴.
3 못 디자인의 까르띠에 저스트 앵 끌루 컬렉션.
4 비닐우산을 소품으로 활용한 라프 시몬스의 18 S/S 컬렉션.
5 비닐 봉투를 드레스로 변신시킨 모스키노의 17 F/W 컬렉션. 
일상적인 소품을 등장시킨 아크네 스튜디오 블라 콘스트의 캠페인. 
비닐 봉투를 후디처럼 연출한 크리스토퍼 케인의 16 F/W 컬렉션. 
8 옷핀을 모티프로 탄생한 에르메스의 샹 당크르 펑크. 
9 유리잔을 프린트한 룩을 선보인 포츠1961. 
10 쇼핑백을 클러치처럼 활용한 헬무트 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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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발렌시아가,MM6,까르띠에,라프 시몬스,모스키노,아크네 스튜디오,크리스토퍼 케인,에르메스,포츠1961,헬무트 랭

CREDIT Editor 박원정 Photo 출처 THE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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