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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립 박수의 이유

흑인+여성+수학자. 1960년대 ‘나사 프로젝트’ 뒤에 숨겨진 이야기. 차별과 편견에 맞선 원조 뇌섹녀들의 실화, <히든 피겨스>의 반격이 심상치 않다.

2017.04.19

 

“누구의 도약이든, 우리 모두의 도약이잖아.” <히든 피겨스>는 흑인이라는 소수 인종에, 여성으로 살아가는 인물들의 연대를 이렇게 요약한다. 단 한 명이라도 ‘처음’이 된다면 그다음은 만들어갈 수 있다. <히든 피겨스>는 그 길을 혼자 걷지 않는 여성‘들’을 따라간다.
1960년대. 그 당시 소련과 한창 냉전 중이던 미국에는 여전히 인종 차별 정책이 존재했다. 도서관과 법원을 비롯한 공공장소에는 모두 ‘유색인종 전용’ 공간이 따로 있었고, 화장실도 당연히 마찬가지였다. 흑인은 버스의 뒷자리에만 탈 수 있었고, 고급 정보가 담긴 책은 빌릴 수 없었으며, 백인과 함께 교육을 받을 수도 없었다. 이런 시대에도, 우주선은 사람을 태우고 먼 미지의 세계로 나아갔다. 사람들은 거의 알지 못하지만, 이 시대 최첨단 과학의 중심인 나사(NASA, 미국항공우주국)에는 흑인들이 있었다. 주로 수학 계산을 주 업무로 맡은 전산원 여성들이었다. 백인들과 건물도 따로 사용했고 온갖 선입견에 따른 차별을 받았지만, 이들도 분명 미국 우주 산업의 초석을 닦는 데 기여했다. 그것도 사소한 기여가 아니라 막대한 기여였다. 캐서린 존슨(타라지 P. 핸슨 분)은 천부적인 수학 재능을 가진 인물이다. 로켓 궤도와 재진입 경로를 계산하는 능력을 인정받아 미국 최초 우주 궤도 비행 프로젝트 전산원으로 발탁된 캐서린은, 막대한 임무를 맡았다는 설렘도 잠시, 백인 남성 중심의 그룹에서 냉대와 차별을 겪는다. 도로시 본(옥타비아 스펜서 분)은 흑인 여성 전산원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았지만 마땅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과중한 업무에 시달린다. 역시 전산원인 메리 잭슨(자넬 모네 분)은 나사의 정식 엔지니어가 되고 싶어 신청서를 내지만, 엔지니어링 수업을 따로 이수할 것을 요구받는다. 문제는 이 엔지니어링 수업이 백인 전용 고등학교에만 개설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흑인에 여성이라는 조건은 결승선을 통과할 수 없게 만드는 이중의 굴레로 작용한다. 메리의 말처럼 “우리가 통과할라치면 결승선을 미뤄두는 것”이다. 
 

 

하지만 끝내 결승점에 이르지 못했다면, 이 실화는 영화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세 여성은 각자의 방식으로 차별 너머로 향해 간다. 이 과정에서 가장 돋보이는 지점은 세 주인공의 연기, 그리고 앙상블이다. 타라지 P. 핸슨은 캐서린 존슨이 이룬 기적 같은 성취가 단순한 천재성에서만 비롯한 것이 아님을 섬세한 연기로 보여준다. 2017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을 수상한 <문라이트>에서도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가수 겸 배우인 자넬 모네는 <히든 피겨스>를 통해 폭넓은 연기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비슷한 시기의 흑인 가정부들 이야기를 다룬 <헬프>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옥타비아 스펜서가 보여준 영민함은, 어느 시대든 영웅이며 리더가 갖추어야 할 조건이다. <히든 피겨스>의 수상 기록 중 대부분이 앙상블 상과 캐스팅 상인 이유를, 이 세 배우를 보면 알 수 있다. 
영화의 도입부, 캐서린의 천재성을 발견한 선생님은 캐서린의 엄마에게 캐서린이 고급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어떤 인물이 되는지 보셔야 해요.” 그리하여 그녀는 누구도 흑인, 그리고 여성의 가능성과 능력을 믿지 않았던 시대. 
아직 존재하지 않은 미래를 먼저 보고, 거기 첫발을 내딛기 위해 도약한 여성들은 역사를 바꾼 인물이 됐다. 캐서린 존슨은 우주 과학 분야에 기여한 공로로 2015년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오바마에게 대통령 자유 훈장을 받았고,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 올라 모두의 기립 박수를 받았다. 역사는 어떤 방식으로든 진보한다. 그리고 어떤 영화는 그 진보를 증언한다. <히든 피겨스>처럼. 

이 글을 쓴 윤이나는 영화 칼럼니스트이자 <미쓰윤의 알바일지>의 저자이다. 

더네이버, 2017년영화, 실화, 히든피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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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히든 피겨스,2017년 영화,감동실화,나사 프로젝트

CREDIT Editor 윤이나 Photo PR 출처 THE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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