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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희를 둘러싼 시선

베를린 영화제 여우주연상이라는 빛나는 영광은 불륜이라는 낙인과 함께 연기처럼 사라졌다. 하필 영화마저 유부남 영화감독과 여배우의 사랑 이야기다. 김민희와 홍상수, 그리고 영화를 둘러싼 숱한 논쟁. 그것은 과연 온당한가?

2017.04.18

더 모호해진 영화배우 김민희와 개인 김민희의 경계
_정덕현(문화 칼럼니스트)  

최근 홍상수 감독의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의 언론 시사회 및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보통의 시사회라면 이렇게 뜨거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언론과 대중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다름 아닌 불륜으로 세간의 논란 속에 있는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저 얼굴만 내민 것이 아니라 이들은 서로 사랑하는 각별한 사이임을 공식화했다. 홍상수 감독은 두 사람 사이를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고 말했고, 김민희는 “홍상수 감독과 진심을 다해 만나고 사랑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저희 앞에 놓인, 다가올 상황에 대한 것들은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대중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들이 말하는 사랑은 다른 사람에게는 고통과 상처가 되는 불륜이기 때문이다. 그런 반응이야 두 사람도 잘 알았을 터이고, 또 공식 석상에서 하는 발언이 대중에게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킬지 몰랐을 리 없다. 하지만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가 이를 정면 돌파하겠다고 마음먹은 건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일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물론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지만, 앞으로도 영화를 만들 것이고 연기를 할 것이다. 두 사람 다 작품을 통해 대중과 만나야 하는 존재다. 새로운 영화 개봉에 맞춰 그간의 ‘설’을 사실화한 건 책임질 일은 책임지되 영화는 영화로 봐달라는 메시지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베를린 영화제에서 김민희에게 은곰상을 안긴 작품이다. 보통의 경우라면 대중의 박수갈채를 받기에 충분하겠지만, 불륜 사실은 박수보다는 비난을 쏟아내게 만들었다. 사실 영화배우로서 김민희가 이룬 성취는 그 자체로 인정받아야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국내 정서상 그녀의 이런 성취와 그녀의 개인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일로 대중에게 다가온다. 영화배우 김민희와 사적인 개인 김민희 사이에 생겨나는 괴리다. 특히 우리네 대중은 능력만큼 그 사람의 인격을 보려는 심리가 강하다. 제아무리 능력이 좋은 사람도 비뚤어진 인격은 오히려 사회에 해를 끼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권력자들에 대한 혐오 역시 이런 정서를 더욱 강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밤의 해변에서 혼자>라는 작품은 교묘하게도 영화배우 김민희와 사적인 개인 김민희 사이의 경계를 흩트려놓았다. 홍상수 감독은 이 영화와 실제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지만 작품이란 감독이 원하는 대로 읽히는 박제가 아니다. 오히려 감독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관객에 의해 다양하게 해석될 때 작품은 비로소 생명력을 갖게 된다. 그런 점에서 보면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다룬 여배우가 유부남과 불륜에 빠지는 이야기를 김민희와 홍상수 감독의 불륜과 떼놓고 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영화가 보여주는 이 여배우의 사랑 이야기는 자칫 이를 연기한 여배우 김민희의 불륜을 변명하는 이야기처럼 읽힌다. 
다시금 말하지만 영화배우 김민희와 사적인 개인 김민희에 대한 평가는 나뉘어서 이뤄져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분리될 수 없고, 심지어 <밤의 해변에서 혼자>라는 영화는 이러한 분리되지 않는 애매한 경계를 영화 속으로 끌어들인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홍상수 감독은 이야기하지만, 관객은 영화가 현실을 변명하는 매개로 작동한다는 인상을 받고, 그래서 김민희에 대해 더더욱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 그녀는 왜 소리쳤을까 
_김미경(극장 프로그래머)

‘영화는 영화다’라는 말이 있다. 영화는 영화를 위해 탄생한 거짓 스토리라는 것이고, 현실이 아님을 강조하는 말이다. 그런데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현실을 그대로 투영한다. 감독은 부정했지만 그의 말에 공감한 이는 없어 보인다. 스무 살 연상의 유부남 감독과 사랑에 빠진 전도유망한 여배우의 사랑. 그리고 영화와 현실 사이에 감독 홍상수와 배우 김민희가 있다. 사람들은 영화 속 그들의 이야기를 궁금해했고, 시사회 이후 두 사람이 공식적인 연인 관계를 선언하기에 이르자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그렇다면 영화는 어땠을까? 
영화의 스토리는 심플하다. 홍상수 감독 영화만의 일상성도 고스란히 담겨 있고, 맛깔스러운 대사도 여전하다. 영화는 여배우 영희(김민희 분)가 유부남 영화감독 상원(문성근 분)과의 만남이 주는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한국을 떠나 독일에서 보내는 일상을 그린 1부, 강릉으로 돌아와 지인들과 지내며 유부남과 재회하는 2부로 구성된다. 전혀 다른 이야기의 1부와 2부로 나뉘어 있지만 스토리텔링 구조는 비슷하다. 함부르크와 강릉이라는 두 도시를 배경으로 친구와 밥과 술을 먹고 공원 벤치와 카페에서 대화를 나누거나 해변을 찾는 것과 같은 동어반복적 흐름이 이어진다. 이 액자식 구성처럼 보이는 유사한 구조 안에서 변하는 건 주인공 영희다. 유부남과의 사랑에 대한 고뇌로 소심하고 위축된 듯한 모습을 보인 1부와 달리 자신의 사랑에 대한 격정적 감정을 토하는 2부에서의 영희는 영화 속 선배(권해효 분)의 말처럼 그녀 스스로 성숙해졌음을 엿볼 수 있다. 술에 취한 채 “사랑하지 못하니까 사는 것에 집착하는 거죠. 사랑할 자격이 없으니까, 아니 사랑받을 자격이 없으니까”라고 화를 내며 이전보다 한층 당당해졌다.  
그리고 배우 김민희의 연기는 모든 장면마다 빛을 발한다. 감정의 스펙트럼을 넓게 보여주면서 능동적인 캐릭터의 영희를 적확하게 그려내고, 그녀의 연기에 대한 (국내에서의) 날 선 시선이 있음에도 그녀가 창조한 영희는 반짝임으로 영롱하다. 또 그런 모습의 캐릭터를 이끌어내고 담아낸 홍상수의 연출은 거칠고 투박했던 지난 작품 속의 궤를 벗어나 진취적 작품을 완성했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홍상수 감독의 19번째 장편 영화다. 베를린에서는 ‘그의 작품 중 최고의 영화’라 극찬을 쏟았고, 김민희는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이력으로만 보면 더할 나위 없는 걸작이지만, 영화 속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그들의 일방적 언어는 우리 관객에게는 불편함을 줘버렸다. 영화의 말미, 강릉에서 우연히 만난 상원은 영희 앞에서 고개를 떨구며 그녀와의 사랑을 후회하는 것처럼 말한다. 그러자 영희는 “후회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요?”라며 큰소리친다. 그녀에게 사랑은 후회와 비난보다 사랑했다는 사실이 중요했고, 사랑을 경험했기에 성숙해질 수 있었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결국 영희의 성장담이다.  
영화는 영화다. 당신이 보는 것은 영화일 수도 있고, 현실일 수도 있다. 그것을 선택하는 것 또한 관객의 몫이다. 영화적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을지라도,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좋은 영화다. 그들이 말하는 그 몹쓸 사랑만 아니었다면….   

더네이버, 김민희, 홍상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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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김민희,정덕현,문화 칼럼니스트,밤의 해변에서 혼자,베를린 영화제 여우주연상,홍상수,김미경,극장 프로그래머

CREDIT Editor 설미현 Photo 이누리(일러스트레이션) 출처 THE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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