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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Neighbor /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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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을 선택한 여자들

버트런드 러셀은 저서 <게으름에 대한 찬양>에서 일을 강요받지 않아야 세상을 향한 호기심을 키울 수 있고 삶이 행복과 환희로 충만해진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전히 ‘열일’을 미덕으로 삼는 풍조가 만연한 시대. 여기 치열함 대신 ‘달콤한 게으름’과 여유를 택한 용감한 여자들이 있다.

2018.06.05

 

 

출근하지 않는 여자 
허미하 나비컴 전 대표

5개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그는 출근하지 않았다. 디자이너로 시작해 패션 홍보 마케팅 회사의 대표를 역임할 때까지 쉼 없던 노동을 오로지 자의로 멈춘 허미하 나비컴 전 대표의 결단은 하루 아침에 내린 것이 아니었다. “퇴직을 오랫동안 준비했어요. 트레이닝을 했다고나 할까? 처음 금요일 출근을 멈췄죠. 일주일에 나흘 일하고, 사흘 쉬는 일상을 2년 정도 지속했어요. 익숙해진 다음에는 목요일 출근도 멈췄어요. 월, 화, 수 출근하고, 목, 금, 토, 일 쉬었어요.” 범상치 않은 그의 근무 패턴은 업계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소문은 빠르게 퍼졌고, 만나는 사람마다 쉬는 날에는 무얼 하느냐 물어왔다. 그럴 때면 그는 요가와 도자기를 배우고, 매일 남산을 산책하며 여가를 알차게 즐긴다고 대답했다. 마치 쉼에 대한 사회적 인정을 구하는 것 같았다고, 소회한다. “하루는 나인웨스트 다이애나 강 대표와 점심 미팅을 하는데, 여느 때와 같은 질문을 받았어요. 그런데 불현듯 매번 하는 레퍼토리를 읊고 싶지 않은 거예요. 저도 모르게 실상을 얘기했죠. 느지막이 일어나 누워서 밀린 아침 드라마를 몰아 보고, 아침 겸 점심을 먹고 고양이들과 좀 졸다가 또 잔다고요. 강 대표가 저를 빤히 쳐다보더니, 한마디 하더라고요. 너무 부럽다, 라고.” 지난 12월 31일부로 후배인 권희균 현 대표에게 회사를 넘기고 오롯한 휴식에 접어든 그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기 위해 연습하고 노력하는 중이다. 일생에 한 번도 ‘아,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라는 생각을 해본 적 없던 그였다. “회사 다닐 때 누군가 행복하냐 물으면 선뜻 ‘정말 행복하다’고 답하기가 어려웠지만, 일은 마땅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계속해서 무언가를 하고, 심지어 성취까지 해야 한다고 교육받은 세대니까요. 내가 나로 살기 위해서는 노력과 용기가 필요한 세대예요. 퇴직 후 남편에게 1년간 아무것도 권유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어요. 저 역시 스스로 뭘 하고, 뭘 배우라고 푸시하지 않기로 했고요. 지금도 특별히 하는 일은 없어요. 올 초에는 남편이 준비하는 카페 키(ki)의 내부를 꾸미고 집기 장만하는 재미에 빠져 지냈고, 4월 19일 카페를 오픈한 이후에는 뒹굴거리다가 금요일 저녁에만 슬슬 가게에 나와 뒷설거지나 도와주는 정도죠.” 이제는 참으로 행복하다고 주저 없이 말하는 그에게, 인터뷰 끝에는 빼놓지 않는 ‘그래서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라는 질문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였다. 

 

 

 

 

365일 여행하는 여자
김모아 작가

2010년까지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다가 전업한 김모아 작가는 여전히 여행 중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그는 남편 허남훈 감독과 신혼집을 정리하고 돌연 밴 한 대를 마련해 국내 각지를 여행하며 살았다. 말 그대로 밴에서 먹고 자고 일하며, 여행하듯 살고 살 듯 여행했다. 2017년 3월 17일부터 2018년 3월 16일까지 꼭 1년이었다. 이들의 엉뚱하고 특별한 주거 생활은 지난달 책 <여행하는 집, 밴라이프>
로 출간돼 ‘차박(車泊)’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끌어내기도 했다. 한데, 밴 라이프를 끝내고 남산 자락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한 지 두 달이 채 안 된 사람이, 여전히 여행 중이라니? 의아했다. “남편과 저는 지금 서울을 여행하는 중이라고 생각해요. 밴 라이프 때처럼 저희에게 맞는 삶의 방식을 찾아가는 여정의 일환인 거죠. 우리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 고민하고 얘기하다가 밴 라이프를 시작하게 됐거든요. 우리는 여행하듯 살고, 또 살 듯 여행하고 싶은데, 그러면 집이 움직이면 되겠네, 생각했어요. 그렇게 밴 라이프를 실행하며 용기와 소소한 깨달음, 행복을 얻었어요. 1년간의 밴 라이프 ‘실험’을 마치고 새롭게 시도한 삶이 이곳이에요.” 현재 김모아 작가가 허남훈 감독과 함께 살고 있는 집은 두 사람이 10여 년 전, 연애 시절부터 눈여겨본 곳이다. 호텔로 사용하던 건물을 주거용으로 용도 변경한 맨션. 두 사람은 스쿠터를 타고 남산 자락을 지날 때마다 우거진 나무 사이에 폭 싸여 있는 맨션을 보며 저 안은 어떤 모습일까, 저런 집엔 누가 살까 궁금했다. “언젠가 살아보고 싶은 집이었어요. 때마침 집이 운 좋게 나와서 들어올 수 있었죠. 꼭 욜로가 아니더라도,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버킷리스트 중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바로 실천해보자는 주의예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툭툭 질문하고 실천하는 전 과정을 삶이라 명명하는 김모아 작가. 그런 삶의 방식을 여유라고 부른다면, 자신은 여유를 가지기 위해 치열하게 사는 역설 속에 있노라 그는 말한다.

 

 

 

1년의 절반만 일하는 여자
박소희 엘트라바이 대표

한 해의 절반가량은 일하고, 남은 절반가량 프랑스 파리에서 ‘먹고, 놀고, 사랑한다’고 알려진 여자가 있다. 플라워 스튜디오 엘트라바이의 박소희 대표다. 틈이 나면 출국 이틀 전에 대뜸 파리행 항공권을 사서 훌쩍 떠나버리는 그를 보고 지인들은 “어디 경기도 가듯이 파리를 간다”고 탄복하지만, 정작 본인은 대수롭지 않은 모양이다. “어려서부터 프랑스를 향한 동경이 있었고, 스무 살 이후부터는 못해도 1년에 한 번씩은 꼭 파리에 갔어요. 그 도시와 문화, 사람들이 늘 그리웠어요. 20대 후반에 이렇게 오갈 바에는 한번 살아보자, 싶어서 무작정 짐 싸 들고 파리로 유학을 갔죠.” 영상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실제로 손을 쓰는 일을 하고 싶었던 그는, 프랑스 앙제의 권위 있는 플라워 스쿨 ‘라 피베르디에르’에 들어가 3년간 디플로마를 수료하고 1년 더 프랑스에 머물며 플로리스트로 활동했다. 한국에 돌아와 플라워 스튜디오 엘트라바이를 설립해 젠틀몬스터, 슈콤마보니, 메트로시티, 록시땅 등 여러 브랜드의 공간 연출과 미술관 협업 전시, 개인 전시 등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중에도 프랑스를 향한 향수는 늘 가슴 한편에 있다. “자주 파리에 가는 것이 알려지며, 여유로운 사람으로 오인받곤 하는데, 사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편이에요. 프로젝트가 주기적으로 있지 않고, 몰릴 때는 밤낮없이 일하는 업무 특성상, 계획을 세우고 여행하는 것이 불가능해요. 스케줄러를 봤는데 앞으로 2주 이상 프로젝트가 없다, 하면 바로 항공권을 사버려요. 체류 기간이 반년까지는 안 되지만, 3개월에 한 번씩은 가죠. 파리에서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고, 쉬고 싶은 만큼 쉬고, 놀고 싶은 만큼 놀고, 먹고 싶은 만큼 먹어요. 대체로 하릴없이 보내요. 그러나 하루에 한 번씩 꽃가게에서 꽃을 사는 일을 거르지 않아요. 플로리스트의 애티튜드를 보거나, 새로운 트렌드를 읽고 영감 받는 최소한의 직업적 행위죠.” 성취보다 현재의 즐거움을, 소유보다 자유를 택했노라 말하는 그에게, 직업은 놀기 위한 치열한 수단이자 여유를 찾는 여정처럼 보인다.

 

 

 

 

하루에 2시간 글 쓰는 여자
최정화 소설가
“사실 난 하루 2시간 쓴다.” 모르긴 몰라도 꽤 많은 작가들이 최정화 소설가의 발언에 놀랐을 것이다. 벌써 세 번째 소설집 출간을 앞둔 다작 작가이며 문단에서 주목받는 젊은 소설가인 그가 SNS를 통해 한 고백(?)은 매일 워드프로세서 창과 씨름하는 모든 글쟁이가 질투할 만한 내용이었다. 하루 2시간 글쓰기 외에 무얼 하느냐면, 오로지 취미의 연속이다. 근래 하고 있는 운동만 해도 세 가지. 요가 지도자 과정을 밟고 있고, 브라질 무예인 카포에라와 주짓수도 한다. “며칠 전에 몸이 너무 피곤해 한의원에 갔는데, 의사 선생님께서 몸에 문제는 없고, 다만 운동 강박증에 걸린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적당히 놀 줄 모르고 몸을 축내가면서 노는 거죠. 에너지를 발산시켜야 하는 스타일인가 봐요.” 깊이 반성하고 운동을 줄였다. 오전과 오후 두 타임 뛰던 운동을 하루 한 번으로 줄였는데, 취미 총량이 충족되지 못했는지 다시 ‘딴짓’을 향한 욕망이 꿈틀댔다. 하여 취한 특단의 조치 또한 취미. 혼자 집에서 그림을 그리고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취미 활동으로 못다 한 운동량을 대신하고 있다. “사실 2시간이래도 집중해서 글을 쓰고 나면 힘들어서 뻗어버려요. 더 오래 잡고 있어도 좋은 것이 안 나오고요. 일이 몰릴 때는 2시간 이상 쓸 때도 있고, 없는 날은 안 쓰기도 하지만, 다른 작가들보다 앉아 있는 시간이 짧은 건 사실이에요. 보통 작가들은 굉장히 고통스러워하며 책상에 앉아 있잖아요.” ‘초고는 걸레다’라는 말을 좋아한다는 그는 일단 자의식 없이 막 써 내린 원고를 고치고, 또 고치는 방식으로 창작한다. 엄청난 천재가 훌륭한 작품을 마치 읊조리듯 단번에 뱉어내는 창작법은 할 수도 없고 좋아하지도 않는다고 그는 말한다. “등단하기 전에도 글 쓰는 직업은 피했어요. 낮에 글을 쓰고 저녁에 집에 가서 또 글을 쓰기는 싫었으니까요. 대체로 육체노동을 많이 했어요. 임금이 적었고 대우가 좋지 않았죠. 잘 맞지 않는 일을 하며 스트레스를 받으니 번 돈을 원하지도 않는 데 소비하면서 풀었는데, 지금은 생활비 대부분이 취미 생활에 들어요.” 퇴근 후 늦은 밤까지 글을 쓰던 과거에는 무척 불성실한 사람이었는데, 짧게 쓰고 길게 노는 지금 도리어 성실한 사람이 되었다는 최정화 소설가. 최근에는 브래지어에 억압된 여성들의 해방을 독려하는 SNS 캠페인, ‘석가모니도 유두가 있는데 왜 여자는 안 되나요?’를 자발적으로 주최할 정도로 활동가가 되었다. 이 역시 취미의 긍정적 산물이 아니겠느냐, 말하는 그의 얼굴에는 활기가 넘쳐 흘렀다. 

 

 

 

 

 

더네이버, 인터뷰, 라이프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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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박수현 Photo 양성모, 국창근 출처 THE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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