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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상 뒷면의 이야기

지금 소개할 사진의 공통점을 찾아보라. 낡은 흑백 사진 속 주인공들은 우리가 알 만한 예술가들이다. 한데, 또 다른 컬러 사진 속 주인공은 낯선 무명씨다. 예술가의 초상과 예술가 없는 초상? 정확한 단서 하나는 결코 ‘초상’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2018.03.13

1  오형근, ‘신카나리아(가수)’, 1993  2 주명덕, ‘천경자(화가)’, 빈티지 프린트, 1967, 35.5×27.9cm  3 육명심, ‘박경리(소설가)’, 47×31.3cm 

 

호기심의 시작은 예술가의 초상 사진 때문이었다. 천경자, 신카나리아, 오태석, 박경리, 한강…. 흑백 사진 속 그들은 저마다 묘한 오라를 드러낸다. 몇 년간 잡지쟁이로 살면서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다양한 예술가를 만났다. 인터뷰의 마지막은 늘 그들의 사진을 찍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예술가의 인물 사진을 촬영하면서 늘 생각했다. 그들에게선 전문 모델도 품지 못한 알 수 없는 오라가 느껴진다는 것을. 나는 그것을 수십 년의 내공이 낳은 예술혼의 단상이라 여전히 믿고 있다. 남서울미술관이 올해 첫 전시로 준비한 <예술가 (없는) 초상> 전에서 그들의 오라를 다시금 목도했다. 이 전시에는 사진작가가 8명 초대된다. 주명덕, 육명심, 구본창, 오형근 그리고 천경우, 박현두, 정경자, 김문. 한데 이번 전시의 구성이 좀 흥미롭다. 앞의 작가 4명과 뒤의 작가 4명이 대구를 이루는 형태다. 주명덕, 육명심, 구본창, 오형근. 한국을 대표하는 사진가인 그들은 1970년대부터 2000년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포착한 미술가, 시인, 소설가, 영화감독, 배우 등 예술가의 초상 사진을 선보인다. “많은 예술가를 촬영했지만 그중에서 주명덕의 작업은 회화 작가 위주로, 육명심은 한 시대를 풍미한 문인 위주로 선정했다. 구본창과 오형근의 작업은 영화배우, 감독 위주의 초상이 많은데 두 작가의 다른 점이라면 구본창은 대중의 아이콘을, 오형근은 대중에게 소외된 무명 예술가의 초상을 담았다”고 여경환 전시 큐레이터가 답한다. 사진가 4명이 포착한 예술가들. 그중에는 개인 작업도 있지만 매체의 의뢰를 받고 촬영한 사진도 포함되어 있다. 주명덕, 육명심의 사진이 60~70년대 예술가를 담았다면, 구본창, 오형근은 80년대 이후 TV가 보급되면서 등장한 영화계나 대중문화의 아이콘을 사진 속 주인공으로 삼았다. 젊은 시절의 화가 천경자, 담배를 피우는 소설가 박경리, 90년대를 휩쓴 배우 채시라 등 그들의 사진 속에는 한 시대를 풍미한 예술가의 초상이 역사의 한 장면처럼 깊은 여운으로 자리한다. 당시만 해도 사진은 대상을, 시대를 기록하는 사진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다.   
 

 

 

4 육명심, ‘오태석(극작가)’, 47×31.3cm  5 구본창, ‘한강(소설가)’  6 오형근, ‘오경희’, 1993  

 

그러나 2000년 후반 이후 사진의 기조는 확 바뀌었다. 천경우, 박현두, 정경자, 김문. 이들의 사진 속에는 예술가가 등장하지 않는다. 앞선 세대의 사진이 ‘예술가 초상’을 담았다면 이들의 사진은 ‘예술가 없는 초상’에 가깝다. 물론 천경우의 사진에는 인물이 등장한다. 한데 뚜렷한 윤곽과 형상을 알 수 없는 인물 사진이다. 그는 긴 노출 시간을 통해 찍히는 사람이 아닌 그 사람의 세밀한 정신적 변화와 내면에 집중한다. 그의 사진은 분명 사람을 촬영했지만 인물 사진이라 말할 수 없다. 정경자의 사진 역시 인물이 등장하지만 뒷모습이거나 거의 보이지 않는다. 작가는 집 안, 거리, 자연, 도시 등 우리 일상의 소소한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다. 그것은 사람일 때도, 사물일 때도, 풍경일 때도 있다. 이렇듯 2000년 후반을 기점으로 현대 사진의 흐름은 뚜렷이 변화했다. 사진의 가치는 더는 기록이 아니다. 동시대 예술가들은 동시대 미술 언어, 사진 언어를 통해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것은 초상일 수도, 시대의 풍경일 수도 있다. 그리하여 3월 20일부터 5월 20일까지 펼쳐질 <예술가 (없는) 초상> 전은 ‘초상’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초상 이면에 담긴 사진의 역사이자 미래라 해야 옳을 것이다. 이번 전시는 휴대전화 카메라와 SNS로 대표되는 사진 미디어의 일상화 속에서 예술가의 초상을 복고적으로 조명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젊은 사진가들의 사진을 통해 ‘지금, 여기’ 동시대 미술 속에서 예술가, 그리고 예술의 의미를 되묻는다. 전시장 한쪽에는 문인의 육필 원고, 초판본, 소품 등 아카이브도 마련될 예정이다. 한국 대표 사진가들이 담아낸 ‘예술가의 초상’과 동시대 젊은 예술가들이 담아낸 ‘예술가 없는 초상’. 흥미로운 두 시선의 ‘초상’이 오랜만에 발길을 재촉한다.   

 

 

 

7 김문, ‘철산4동인_Cheolsan4dong’, Unique Positive Film, 2017, 20.32×25.4cm  8 정경자, ‘Speaking of Now_06’, 50×50cm  9 천경우, ‘Face of Face-3’, 140×115cm  

 

 

 

10 천경우, ‘Face of Face-4’, 140×115cm  11 정경자, ‘Suspended Landscape_01’, 100×100cm

 

 

 

 

 

더네이버, 컬처이슈,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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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초상,예술가,사진,남서울미술관,예술가 없는 초상,사진작가

CREDIT Editor 설미현 Photo 남서울미술관 출처 THE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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