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ECH 말도 안 되는 대기환경 특별법

1월 1일부터 시행된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모든 자동차 회사가 법에 위배된다

2018.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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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따뜻한 날씨와 활짝 핀 꽃을 보면 마음이 설레지만 어김없이 다가올 봄철 황사를 비롯한 대기오염 걱정에 얼굴을 찌푸리게 된다. 서북쪽에 넓게 펼쳐진 고비사막에서 날아오는 먼지를 어찌할 수 없다는 생각부터 이를 막아줄 동남풍을 기대하다 보면 한반도 위치에 대한 쓸데없는 불만이 들리기도 한다. 계절의 변화를 막지 못하듯 바람도 우리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기에 더 씁쓸하다. 넘어오는 것들을 제어하기가 어렵다 보니 이런저런 방법으로 국내 오염물질의 배출량을 줄이려는 노력이 꼭 필요하다.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에 관한 특별법’이 있다. 2017년 기준으로 2500만 명이 거주하는 수도권의 공기질 개선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더 말할 이유도 없다. 여기에는 질소산화물이나 미세먼지 등 오염물질의 종류나 배출원에 따라 어떻게 줄일 것인지에 대한 계획 등이 포함된다. 특히 자동차에 대한 기준도 있는데 여기에는 자동차 제작 및 수입을 하는 회사에 대한 내용은 물론 친환경차 보급이 핵심이다.  


여기에도 일정한 기준이 있다. 3년 평균 판매량이 3000대를 넘은 회사들이 대상이다. 차가 많이 팔릴수록 오염물질 배출이 많아질 수 있으니 규제 대상에 포함하겠다는 말인데 일견 타당해 보인다. 순수 전기차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저공해차 등급에 따라 가중치를 두어 판매 인정 비율이 올라가는 등 실제로 배출가스가 줄어드는 양에 따라 조절한다는 규정도 있어 고민한 흔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저공해차 보급 대수에 대한 목표를 보면 현실감이 떨어진다.


법 시행령에 표시된 보급 비율은 전체 판매대수 중 2017년 기준으로 9.5퍼센트, 2018년에는 10퍼센트를 저공해차로 팔아야 한다. 저공해차의 종류에 따른 환산 비율,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른 환산 비율, 대중소형 등 차종에 따른 비율을 곱해서 실질 보급 비율을 계산한다. 예를 들어 연간 3000대를 파는 회사라면 최소한 휘발유, 경유 및 가스만을 사용하는 제3종 저공해 소형차는 대당 0.5의 환산 비율을 가지므로 총 600대 이상 팔아야 한다. 여기서 소형차란 배기량 800cc 이상, 무게 3.5톤 이하의 8인 이하가 탈 수 있는, 승용차 대부분을 말한다. 제2종 친환경차인 하이브리드의 경우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라면 300대, 일반 하이브리드면 450대를 팔아야 하는데, 이것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킬로미터당 120그램 이하일 때 해당한다. 매우 까다롭고 빡빡한 규정이다. 


문제는 이런 기준을 맞출 자동차 회사가 많지 않다. 국내에 3000대 이상을 판매하는 자동차 회사 중 상당수가 친환경 모델이 아예 없다. 국산차라면 아이오닉이나 그랜저 하이브리드 등을 판매하는 현대자동차나 니로와 K5 하이브리드 등이 있는 기아자동차가 해당한다. 한국GM은 전기차 볼트가 있지만 판매대수가 미미해 이 기준을 맞출 가능성이 매우 낮다. 저속 전기차인 트위지가 있는 르노삼성이나 친환경차가 전혀 없는 쌍용자동차는 이런 기준을 맞추기가 불가능하다. 


수입차에서는 거의 모든 라인업에 하이브리드 동력계를 가지고 있는 토요타가 유일하게 이 기준을 맞출 수 있을 뿐 판매량 상위권에 있는 회사들은 불가능한 목표다. 판매량 기준을 넘어선 닛산은 전기차 리프가 있지만 2017년 판매량이 47대에 불과하고 무라노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기준을 초과해 해당되지 않는다. 혼다는 총  판매대수 1만여 대 중 2000대 넘게 팔린 어코드 하이브리드가 해당하는데, 저공해차 구분에서 이득을 보지만 이산화탄소 배출량 기준에서 손해를 봐 보급 대수 기준을 맞출 수 없다. 포드가 미국 회사 중에는 유일하게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은 마찬가지다. 하이브리드 라인이 아예 없던 벤츠를 제외하더라도 i3를 가지고 있는 BMW도 판매량이 미미해 이 기준을 통과할 수 없다. 이쯤 되면 한두 업체를 제외하고 이 기준을 통과하기란 불가능하기에 법 자체가 불합리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더욱이 2017년 3월에 고시 후 시행된 보급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각 회사의 판매량에 해당하는 저공해차를 당장 팔아야 한다. 자동차를 판매하기까지 걸리는 평균 기간이 기획과 개발 과정에서 4년 이상이 걸리는 점을 생각한다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이건 수입차도 마찬가지여서 해외에서 판매 중인 차라고 하더라도 국내 법규에 맞추기 위한 개발 기간도 필요하고 이를 국내에 도입해 인증을 받는 기간, 생산 계획에 반영해 실제로 국내에 차를 가져오는 것만 해도 1년 가까이 걸린다. 판매를 위한 교육이나 정비를 위한 시설을 갖추는 등 부수적인 기간을 제외해도 그렇다. 당장 친환경차를 보급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불가능한 목표를 던져놓고 맞추라고 하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불합리한 법을 시행하면서 제조사에만 책임을 묻는 것이 정당한지 묻고 싶다. 특히나 보급 계획서를 승인받지 않은 경우에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나중에 보급 실적을 내지 않은 경우에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리는 규정도 문제다. 국내의 수입차 회사들은 판매와 사후 관리를 중심으로 하는 판매 법인이다. 해외 본사에서 만들지도 않는 친환경차를 국내에 들여와 팔겠다는 계획을 내야 하는 셈이어서 결국 ‘도입 계획이 없다’는 보급 계획서를 내야 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계획서가 승인을 받을 수 없으니 그 회사의 대표자와 종업원, 그러니까 인증 담당자가 벌금형을 받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애초 말도 안 되는 법을 만들어놓고 개인이 처벌받는, 우스꽝스러운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자동차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 있지만 2011년 국립환경과학원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전체 미세먼지 중 자동차가 배출하는 것은 9.9퍼센트다. 이는 대형 버스와 화물차, 휘발유 승용차 그리고 타이어와 브레이크 분진 모든 자동차가 발생시키는 미세먼지를 포함한 숫자다. 전체 미세먼지의 68퍼센트가 제조업 연소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므로 상대적으로 영향이 작다. 그럼에도 미세먼지 이야기가 나오면 자동차가 가장 먼저 타깃이 되곤 한다. 진짜 환경을 생각한다면 자동차만 동네북처럼 건드리지 말고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많이 걷은 디젤 자동차 환경개선 부담금은 어디에 썼냐고 묻고 싶다. 좀 더 사려 깊고 현실적인 정책을 기대해본다.   
글_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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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이진우PHOTO : Heyhoney(일러스트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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