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ECH 벚꽃과 촉촉한 흑냄새를 맞을 곳

세 명의 에디터가 스쿠터를 타고 각자의 방식으로 봄 소풍을 다녀왔다. 봄을 즐기기에 스쿠터만 한 탈것도 없다

2018.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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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AHA NMAX 기본 가격 395만원 엔진 수랭 4스트로크 단기통, 12마력, 1.2kg·m 배기량 125cc 변속기 CVT 무게 127kg 길이×너비, 시트 높이 1955×740, 765mm 시동 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탱크 용량 6.6ℓ 

 

ITALJET FORMULAR 125 기본 가격 239만원 엔진 공랭 스트로크 단기통, 9.5마력, 0.95kg·m 배기량 125cc 변속기 CVT 무게 85kg 길이×너비, 시트 높이 1860×650, 754mm 휠베이스 1250mm 시동 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탱크 용량 6.8ℓ

 

자유. 내가 스쿠터에 관심 갖는 이유는 딱 하나다. 그 활기찬 이동 과정을 사랑한다. 차에선 그림 같던 풍경이 스쿠터에선 현실이다. 공기 온도와 습도, 바람에 섞인 갖가지 향까지. 모든 감각으로 자연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난 북악 스카이웨이를 찾았다. 아련한 벚꽃과 촉촉한 흙냄새. 서울에서 봄을 맞기에 그만한 곳이 없으니까. 그렇게 난 하얀 꽃잎 사이를 달리며 온몸으로 봄을 느꼈다. 
내게 스쿠터가 낭만 도구인 건 순전히 첫 경험 때문이다. 탈것이라곤 스쿠터밖에 없는 동남아의 어느 휴양지. 자전거도 잘 못 타는 주제에 용감하게 스쿠터에 올랐다. 등골이 오싹한 순간이 왜 없었으랴. 하지만 찬란한 해안도로와 달콤한 바람이 그 긴장을 뒤덮었다. 나무 사이로 쏟아지던 햇살은 아직도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어쩌면 뒤에서 쉴 새 없이 재잘대던 그녀 때문일지도 모른다. 공기마저 아름답게 느껴지던 그때. 난 아마 그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할 거다. 뭐, 하지만 이번 봄맞이도 나쁘지 않았다. 혼자여서 좋은 것도 있는 법이니까. 류민

 

 

PEUGEOT DJANGO 125 기본 가격 398만원 엔진 공랭 4스트로크 단기통, 10마력, 0.9kg·m 배기량 125cc 변속기 CVT 무게 120kg 길이×너비, 시트 높이 1925×710, 770mm 휠베이스 1350mm 시동 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탱크 용량 8.5ℓ 

 

옷이 얇아지면 도로에서 스쿠터를 탄 커플을 자주 보게 된다. 엉덩이 네 짝을 겨우 올려놓을 수 있는 작은 시트에서 남자와 여자는 온몸으로 사랑을 속삭인다. 자신의 허리를 꼭 붙잡고 안겨 있는 여자의 모습이 남자는 얼마나 사랑스러울까. 온몸에 힘을 꽉 주고 오빠만 믿으라는 뻔한 거짓말을 하는 남자가 여자는 귀여울 테지. 사랑하는 사람과 따스한 계절을 온몸으로 느끼며 사랑을 속삭이기에 스쿠터만 한 게 없다.
문득 연애 시절 스쿠터를 타고 자주 소풍을 갔던 석촌호수가 떠올랐다. 아내에게 ‘소풍 가자’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대화창에는 대답 대신 춤추는 이모티콘이 가득 찼다. 좋다는 뜻이다. 그날 우리는 커피가 든 텀블러와 요즘 즐겨 먹고 있는 시나몬 롤을 들고 석촌호수로 달려갔다. 이곳은 봄이 되면 호수 주변에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오르고 놀이동산에서 들려오는 여고생들의 비명이 울려 퍼지는 묘한 장소다. 마치 놀이동산에 있는 기분이 드는 게 매력적이다. 비명은 여전했다. 연애 시절 감정도 되살아났다. 그때 연상연하 커플은 지금 부부가 됐다. 다음에 이곳에 오면 무엇이 바뀌어 있을까? 돌아오는 길에 아내가 스쿠터를 타고 지나가는 커플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저 커플 귀엽다. 스쿠터 타고 데이트하다 보면 우리처럼 되겠지?” 마침 초록불이 들어왔다. 냅다 달렸다. 구본진

 

 

VESPA SPRINT 125 기본 가격 435만원 엔진 공랭 4스트로크 단기통, 10.7마력, 1.1kg·m 배기량 125cc 변속기 CVT 무게 120kg 길이×너비, 시트 높이 1860×735, 790mm 휠베이스 1340mm 시동 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탱크 용량 8ℓ
 
캠퍼스의 3, 4월은 그랬다. 말 한마디, 몸짓 하나에도 자지러지는 그들의 함박웃음은 세상을 초록빛으로 물들였다. 휘날리는 봄바람과 흩날리는 벚꽃잎도 그 웃음 앞에선 바쁜 움직임을 멈췄다. 캠퍼스는 살아 있는 봄을 마주하기에 더할 나위 없다. 봄과 가장 어울리는 누군가를 선택하라면 조금의 망설임 없이 대학 다니는 그들이라 말할 거다. 그들은 봄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청춘(靑春)이라 부르지 않던가?
봄만 되면 대학 캠퍼스를 찾는다. 봄을 맞이하는 나만의 성스러운 의식과도 같다. 이번 봄엔 스쿠터와 함께했다. 스쿠터는 조작하기 쉽고 기동성이 좋아 캠퍼스 곳곳을 누리기에 제격이었다. 캠퍼스 꽃밭 앞 벤치에 앉아 사랑을 이야기하는 새내기 커플, 푸른 잔디밭 위에서 맥주를 빨대 꽂아 마시는 여학생들, 내리쬐는 태양 아래서 땀을 뻘뻘 흘리며 공을 차는 남학생들까지 누구 하나 나를 설레지 않게 하는 이가 없었다. 
안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현실에 찌든 삶이 정제되는 기분이었다. 어깨 위에 앉은 따뜻한 햇볕과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는 바람, 작은 엔진이 조잘대는 소리까지 어찌나 그렇게 완벽한지. 학교에 왔다는 소식을 들었는지 후배에게 연락이 왔다. 오랜만에 캠퍼스 왔으니 새내기들에게 밥이라도 사라는 전화였다. 기쁜 마음에 스로틀 레버를 당겨 쌩 하고 커다란 벚꽃나무 아래를 지나갔다. 간만에 휘파람도 휘휘 불었다.  김선관
 
 
 
 
 
모터트렌드, 봄소풍, 스쿠터
CREDIT

EDITOR : 김선관PHOTO : 최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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