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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T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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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쯤이야 얼마든지 신형 랭글러

극한의 오프로드를 누비고 다음 날 아침 또다시 신형 랭글러를 탈 수밖에 없었던 이유

2018.03.13

바위쯤이야 얼마든지 신형 랭글러는 오프로드에서 얼마나 뛰어날까? 가이드들은 타이어 바람을 빼지 않아도 충분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우리는 뉴질랜드 남섬에 있는 하웨아 호수 동쪽의 가파르고 질척거리는 산비탈, 경사각 24도의 험한 곳에 멈춰 있었다. 오전 내내 프로스펙트 산 능선을 따라 내려와 린디스강을 손가락으로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건너고 난 뒤였다.


천천히 전진을 시도하는 쪽이 나은지 아니면 비탈에 난 좁은 길을 가로질러 되돌아 내려가는 쪽이 나은지를 오프로드 경험이 많은 가이드들이 의논하는 동안, 나는 신형 랭글러의 계기판에 표시된 피치(Pitch)와 롤(Roll) 수치를 슬며시 훔쳐봤다. 앞 유리는 하늘과 산마루가 채우고 있었다. 어쩌다 보닛 너머로 기웃거리는 가이드들의 모습처럼 이 상황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참고로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포장도로 경사는 20도다).
외로웠다. 이야기할 상대도 없었다. 차에 함께 타고 있던 사람은 앞서가던 지프가 같은 장애물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고는 몇 분 전에 차에서 내린 상태였다. 차에서 내린 동료가 못마땅하지는 않았다. 내가 그러라고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견인용 윈치가 달린 지원용 지프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차의 위치는 꽤 아슬아슬했다. 24도 경사의 오르막에서 왼쪽으로 꺾어 올라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왼쪽에는 더 가파른 오르막 경사가 있고 오른쪽에는 낭떠러지가 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몇 시간 전에 내린 비 때문에 비탈길은 진흙탕이 됐다. 


우리가 이곳에 온 이유는 완전히 새로 바뀐 랭글러가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보기 드문 존재이기 때문이다. 랭글러는 지프 브랜드의 강인함을 상징하는 원초적 SUV이자 피아트 크라이슬러가 만드는 차 중 가장 중요한 상징성을 지닌 차다. 이 차의 능력은 식은땀이 줄줄 흐르는 극한의 환경에서만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반면에 시대착오적인 차이기도 하다. 이전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차, 흘러간 시대의 향수가 남긴 유물 같다. 지금의 이사회라면 절대로 이 차의 생산을 승인하지 않았을 테지.


지프 랭글러는 모든 면이 설득력이 있으면서 전혀 그렇지 않기도 하다. 열광적이고 헌신적인 팬의 관점에서 받아들여야 한다. 허약함은 절대 허락하지 않기에 이런 터무니없는 장애물을 제대로 극복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차가 됐다. 지프 팬들이 원하는 건 바로 이런 능력을 입증하는 것이다. 


모든 관계자에게 좋은 소식을 먼저 전하자면 차에는 문제가 많지 않다. 사실 문제점을 드러나게 할 수 있을 만한 사람이 별로 없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첫 번째로 6단 수동변속기의 클러치 연결점이 무척 애매해서 <JP> 매거진과 <4휠 앤 오프로드> 같은 오프로더 매거진 기자들도 시동을 꺼뜨릴 정도다. 두 번째로 개선에도 불구하고 V6 엔진은 낮은 회전수에서 여전히 조금 힘이 약한 느낌이다. 단점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그뿐이다.


비탈길 상황으로 돌아가보자. 내가 탄 차는 3.6리터 V6 엔진(기본 사양)에 8단 자동변속기(선택 사양)를 조합한 2도어 루비콘이었다. 전과 똑같이 최고출력은 285마력, 최대토크는 35.9kg·m지만 연비와 저회전 토크는 나아졌다. 바위를 오를 때와 비슷한 속도로 달릴 때에는 험로 주행용 사륜구동 기어가 갖는 장점 덕분에 토크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틀 뒤에 더 무거운 차체에 3.6리터 V6 엔진과 6단 수동변속기(기본 사양)가 쓰인 4도어 루비콘 언리미티드를 몰고 마을로 돌아올 때는 부족한 추진력이 더 두드러졌다.


도로에서는 승차감이 엄청나게 개선되었다는 점도 더 분명하게 드러났다. 걱정할 일은 아니다. 신형 랭글러는 여전히 트럭처럼 달린다. 다만 요즘 나오는 차에 가까워졌을 뿐이다. 쇼크 업소버를 더 차체 바깥쪽으로 밀어내고 롤 중심을 높이면서 차체 앞쪽의 들썩임과 일상 주행 때 거칠게 전달되는 충격이 크게 줄었다. 오프로드를 거쳐 목적지까지 가는 길이 이렇게 편안했던 적은 없었다.

 

 

밑에 뭐가 있나 오프로드에서 장애물을 확인하기 쉽도록 투명 창을 단 하프도어는 모파의 지프 퍼포먼스 파츠에서 고를 수 있도록 마련해놓았다.

 

많은 사람이 오프로드보다는 포장도로를 훨씬 많이 달릴 테니 다시 진흙탕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점심을 먹은 뒤 캠프로 가는 코스는 바퀴 자국을 따라 좀 더 속도를 낼 수 있었다. 강을 건너는 곳도 있어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마치 신형 랭글러의 탁월한 특징을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하려는 듯, 지원 나온 이전 세대 루비콘 언리미티드는 신형 랭글러가 곧바로 통과한 곳을 겨우 올라갔다.


예기치 않은 폭설에 몇몇 텐트가 무너진 밤이 지나고, 우리는 와나카 호수를 지나 또 다른 오프로드를 달려 어스파이어링산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나는 완전히 새로운 2.0리터 4기통 터보 엔진 모델을 골랐다. 최고출력 270마력에 40.8kg·m의 최대토크를 내는 새 엔진에 부담을 일부 덜어주기 위해 벨트 얼터네이터 스타터 시스템이 적용됐다. 이 엔진은 10년 만에 처음으로 랭글러에 올라간 4기통 엔진이고 V6 엔진에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선택사항이어서 얼마나 좋은지 확인해봐야 했다. 날씨도 그러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우리는 어스파이어링산 밑자락에 있는 돌밭을 향해 출발했다.


8단 자동변속기만 선택할 수 있는 4기통 터보 엔진은 오프로드와 일부 포장된 구간에서 출렁이며 달릴 때 완벽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똑똑한 컴퓨터는 어느 단이 가장 알맞은지 항상 잘 알고 있는 듯했다. 변속기는 어느 엔진과 맞물려도 빠르고 부드러운 변속을 뽐낸다. 도로의 상황과는 상관없이 엔진은 V6만큼 강력한 느낌이고, 스타트 앤드 스톱 시스템은 차종과 관계없이 시판되는 것 중 가장 부드러운 축에 속한다. 그래도 바위를 타고 넘는 능력(크롤링)은 제대로 시험해봐야 했다.


시험 장소는 폭은 랭글러보다 살짝 더 넓고 3미터 남짓 되는 깊이로 돌이 깔린 도랑이었다. 나는 루비콘 언리미티드의 변속기를 4WD 저속(4LO)에 넣고, 스위치를 눌러 앞뒤 디퍼렌셜을 잠그고 앞 안티롤 바를 분리한 뒤에 도랑으로 진입했다(중간급 사하라 모델에도 랭글러에 처음으로 도입된 4WD 자동-4AUTO-모드가 있다. 바퀴가 헛도는 것을 컴퓨터가 감지하면 전자기계식 클러치팩을 잠가 앞바퀴로 동력을 꾸준히 공급한다). 타이어 공기는 빼지 않았다. 지프 사람들은 우리가 바람을 빼지 않게 할 만큼 랭글러에 자신이 있었다. 15미터쯤 달리기까지 출력과 터보 래그(반응 지연 현상)에 관한 걱정은 출고 때 달려 나온 보호용 레일의 페인트와 함께 사라져버렸다. 이 작은 녀석은 V6 모델만큼이나 크롤링을 잘한다.


다시 V6 엔진과 수동변속기를 단 루비콘 언리미티드를 몰고 달려봤다. 변속이 아니었다면 동력 전달의 차이점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벨트 얼터네이터 스타터와 터보를 더한 4기통 엔진은 더 낮은 회전영역에서 충분한 힘을 냈다.


달리 말하면, 돌밭을 기본 수동변속기가 달린 차로 달리기가 이처럼 쉬웠던 적은 없다. 지프는 수동변속기의 크롤 기어비를 73:1에서 84:1로 높였다(자동변속기에서는 55:1에서 77:1로 높였다). 덕분에 4WD 저속 모드에서 1단을 넣고 시동을 꺼뜨리지 않은 채 시속 0.8킬로미터로 천천히 움직일 수 있다. 클러치를 쓴 것은 코스를 바꾸기 위해 완전히 멈췄을 때가 전부다.


거친 오프로드, 수동변속기, 벗겨낸 지붕(반갑게도 이제 5단계만 거치면 된다), 접어 내린 앞 유리(수십 단계를 거쳐야 했던 이전과 달리 와이퍼 두 개와 볼트 네 개만 풀면 된다.) 덕분에 햇빛과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때리는 이 조건이야말로 지프를 즐기기에는 최고였다. 놓아둘 곳만 있었다면 가벼워진 도어도 떼어냈을 것이다. 차에 실려 있는 공구를 이용하면 도어와 앞 유리를 아주 쉽게 떼어낼 수 있으니 그러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낙석 상태를 확인하고, 나는 2도어 루비콘을 몰고 다시 한번 달렸다. 2도어 모델이 갈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4도어 언리미티드 모델도 당연히 갈 수 있지만, 험한 지형을 돌파하기에는 회전반경이 작은 짧고 가벼운 차만큼 뛰어난 것이 없다. 새로운 33인치 BF 굿리치 올터레인 T/A K02 타이어는 일반도로용 공기압으로도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고, 구형 32인치 머드 터레인 T/A KM 타이어로 지상고를 높인 것도 좋았다.


바위들을 빠져나와 4기통 엔진 모델을 타고 다시 오프로드로 들어서면서 우리는 하드톱 모델의 ‘프리덤 패널(Freedom Panel)’을 벗겨냈다. 프리덤 패널은 1000번은 돌려야 하는 손잡이 대신 걸쇠로 간단히 고정돼 있다. 우리가 한층 더 깊은 마투키투키강의 웨스트 브랜치를 이리저리 가로지르는 동안, 지붕 틈새로 일어서기에 더 좋은 공간이 만들어졌다. 도하 가능한 깊이인 30인치(약 76센티미터)는 다른 수치와 함께 테일게이트 안쪽 패널에 음각으로 쓰여 있어 편리하게 참고할 수 있다.

 

 

바람을 뚫고 달리는 신형 랭글러에는 앞 유리를 접고(완전히 떼어낼 수도 있다), 도어를 떼어내고, 하드톱과 소프트톱을 분리할 수 있는 공구를 함께 제공한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수동변속기 모델로 짧게나마 오프로드를 좀 더 달려보기로 했다. 새로운 아이신 수동변속기는 이전 모델의 문제점들을 대부분 해소했다. 우스꽝스러운 클러치 페달만 아니면 불평할 거리를 전혀 찾지 못했다. 레버 작동 위치는 쉽게 찾을 수 있고, 작동 거리는 ‘트럭’치고는 꽤 짧다.


기어 레버 꼭대기에는 금속과 고무로 섬세하게 만든 기어 노브가 있는데, 드러난 볼트가 개선된 실내를 완성한다. 평평한 대시보드, 둥근 계기, 동승자를 위한 손잡이는 밋밋하지만 역사적인 정보와 촌스러운 레트로 사이에서 합의점을 찾은 디자인의 굵은 노브, 벨트 버클 모양인 도어 핸들, 드러난 볼트가 단점을 보완한다. 그 속에 좌석, 스티어링휠 열선, 계기판 디지털 디스플레이, 마이크로 USB 포트, 고급 오디오 등 현대적인 편의장비가 양념처럼 끼어 있다.


리스 계곡을 따라 내려가며 같은 이름의 강을 몇 차례 건넌 뒤(이런 곳에서 그러지 않을 이유가 없다), 우리는 뜨거운 물로 몸을 씻을 수 있는 호텔로 향하는 긴 포장도로를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오프로드에서 털썩거린 사흘의 긴 여정 끝에 느끼는 개선된 승차감은 반가운 휴식이나 다름없었고, 기계적인 애매함이 완전히 사라진 새로운 전기유압식 스티어링도 마찬가지였다. 랭글러는 전에 없던 새로운 모습으로 도로 위를 자신 있고 당당하게 달렸다. 지프 골수팬이라면 구식 모델이 더 개성 있다고 하겠지만, 보편적인 오프로드 애호가들은 약간의 타협 정도는 개의치 않을 것이다.


달리는 동안 생각에 빠질 여유가 생겼다. 자동차업체에 적재 공간이 거의 없고 라이브 액슬과 개폐식 지붕(그리고 접어 내릴 수 있는 앞 유리, 떼어낼 수 있는 도어, 내부 배수 플러그가 기본으로 제공돼 물청소가 가능한 실내까지)을 단 보디 온 프레임 구조의 2도어 소형 트럭을 만들어달라고 하면 비웃음을 살 것이 뻔하다.


하지만 이번 랭글러는 이전 모델들과 같은 이유로 존재하고 있고, 그중에 가장 뛰어나다. 지프는 랭글러를 망치지 않았다. 심지어 구형과 같은 수준의 좋은 차로 만들지도 않았다. 그들은 모든 면에서 랭글러를 더 나은 차로 만들었다. 글_Scott Evans

 

지출은 계획적으로 지프 디자이너들은 굵직한 다이얼과 금속 기어 노브처럼 실내를 섬세하게 고급화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썼다. 그들이 구형 지프 CJ 모델과 닮았으면서도 현대적인 편의장비를 갖춘 평면 대시보드를 지켜내 기쁘다.

 

 

 

 

 

모터트렌드, 자동차, 지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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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지프,랭글러,오프로드카,지프 랭글러

CREDIT Editor 구본진 Photo PR 출처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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