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인근에서 재규어 I 페이스 엔지니어들과 시간을 보냈다. 차는 양산 설비에서 만든 첫 번째 것으로 막바지 조율을 위해 LA를 찾은 터였다. 아쉽게도 직접 운전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대신 파워트레인 프로그램 매니저 사이먼 파텔과 익숙한 도로를 달린 덕분에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결론부터 말해 I 페이스는 섀시 완성도가 뛰어났다. 나아가 승차감이 차분하고 빠르면서도 조용한 자동차였다. 

I 페이스는 두 개의 전기모터로 구동된다. 두 개의 모터는 중앙 관리식(concentric) 변속기를 통해 각각 앞뒤 바퀴를 움직인다. 재규어는 영구자석 모터를 직접 개발했다. 배터리 개념과 설계, 파워트레인과 배터리 제어를 위한 모든 프로그램 개발도 손수 해결했다. 시스템 출력 등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파텔에 따르면 양산 모델의 성능은 2016년 공개한 콘셉트카(400마력, 71.2kg·m)에 근접하고 주행가능거리는 500킬로미터에 가깝다. 파워트레인은 일반적인 주행 시 앞뒤 50대 50 비율로 토크를 배분한다. 스포티한 주행 상황이나 미끄러운 노면을 만났을 때는 구동계 관리 프로그램이 앞뒤 토크 배분 비율을 자동으로 조절한다. 여기에 브레이크 제어 방식의 토크 벡터링 기능이 코너에서 안정성과 민첩성을 끌어올린다. 회생제동은 두 가지 모드로 이뤄진다. 일반 모드는 내연기관차의 감속 느낌을 흉내 낸다. 리젠 B 모드일 때는 가속 페달 하나만으로도 거의 완벽한 가감속이 가능하다. 가볍게 힘을 싣고 달릴 때는 조용히 속삭인다. 하지만 오른발을 깊이 누르면 순식간에 앞으로 튀어나간다. 속력이 올라감에 따라 부드럽게 윙윙거리는 소리가 커진다. 아마 고성능 전기자동차가 내는 소리가 꼭 이럴 거다. 

직접 다뤄보지 못했으니 스티어링이나 브레이크 느낌에 대해선 말할 게 없다. 하지만 마이크 크로스(재규어랜드로버의 차량역동성 책임자)가 섀시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음은 조수석에서도 분명히 느껴졌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는 가속 시작과 코너 진입 시에 서로 다른 피치 반응을 보이는데, I 페이스는 이 같은 차이를 줄이고 되도록 친숙한 느낌이 나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이 파텔의 설명이다. 이를 증명하고 싶은 듯 파텔은 스티어링과 브레이킹, 스로틀을 과장되게 조작했다. 그럼에도 I 페이스는 차분하게 반응하며 돌고, 달려나가고, 멈춰 섰다. 울퉁불퉁한 LA의 아스팔트 도로에서 보여준 I 페이스의 승차감은 현대적 재규어와 다르지 않았다. 우리가 탄 차는 최고급 모델의 기본 사양으로 예정된 에어 서스펜션과 22인치 휠, 255/40 피렐리 P제로 타이어를 갖추고 있었다. 그럼에도 탁월한 유연성을 보여줬고 갖은 충격과 진동도 말끔하게 다스렸다. 무게의 도움이 크다. 여느 전기차처럼 I 페이스는 상대적으로 무겁다(재규어는 실제 무게를 아직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파텔은 모든 배터리가 바닥에 배치돼 있어 무게중심이 F페이스보다 10센티미터나 낮다고 설명했다. 코너를 야무지게 돌아나가는 모습을 기대해도 좋겠다. 

재규어는 I 페이스를 크로스오버라 부른다. 적절한 처신이다. SUV보다는 키가 큰 AWD 왜건에 가깝기 때문이다. 또 F 페이스만큼 크지 않으며 험로주행 능력 역시 확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팩 위에 앉기 때문에 의자 위치는 일반 승용차보다 높다. 반면 벨트라인과 보닛이 낮아 도로는 훤히 보인다. 인테리어에 관해선 많은 얘기를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스티어링휠만큼은 일반 재규어의 그것과 거의 다르지 않다. 계기반 자리에 놓인 12.1인치 TFT 스크린은 현행 재규어 중 가장 크다. 다른 모든 부분은 양탄자처럼 두툼한 검은색 천으로 가려져 있었다.   글_Angus MacKenz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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