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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감성의 승부사
솔직히 일본차를 열렬히 좋아하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싫지도 않다. 렉서스를 향한 내 마음은 딱 그 정도였다. 잔고장 적고 믿을 수 있는 차라는 건 알겠는데 마음을 뒤흔들 요소가 조금 부족했다. 하지만 새 플래그십 쿠페 LC를 보고 생각이 달라졌다. LC는 렉서스를 향한 그간의 체증을 풀어주기에 충분했다. 앞쪽은 길고 뒤쪽은 짧은 ‘롱 노즈 쇼트 데크’의 2도어 쿠페. 미래적이고 기하학적인 외모는 양산차가 아닌 콘셉트카로 느껴진다. 다소 거칠게 느껴졌던 스핀들 그릴도 말끔하게 다듬었다. 날카로운 삼각형 LED 헤드램프와 ‘L’자를 형상화한 주간주행등, 독특한 세로배치 코너링 램프 등 LC만의 독보적인 얼굴을 완성했다. 유려한 옆 라인과 풍성한 뒷모습은 ‘렉서스는 밋밋하고 평범하다’는 그간의 선입견을 한 방에 날려버린다. 우아한 럭셔리를 추구하지만 LC의 본성은 속도다. 비밀 병기처럼 숨어 있는 액티브 리어 윙은 시속 80킬로미터를 넘기면 그 자태를 드러낸다(에코 모드에선 시속 130킬로미터). 렉서스 최초의 인피니티 미러를 적용한 테일램프 또한 더없이 매력적이다. 

도어 핸들은 평소에는 감춰져 있다. 바의 작은 홈을 살짝 누르거나 스마트키의 버튼을 누르면 핸들이 톡 튀어나온다. 실내는 ‘사람 중심의 럭셔리’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알칸타라와 가죽을 조각조각 이어 붙인, 마치 사람을 해부해놓은 듯한 설계의 시트만 봐도 그렇다. 엉덩이와 허벅지, 그리고 등이 닿는 곳에는 알칸타라를 사용해 몸을 꽉 잡아준다. LC의 모든 디자인은 모두 타쿠미(장인)의 결과물이다. 스티치 간격 하나에도 혼을 담았다. 쿠페의 주인공은 모름지기 운전자다. LC는 이에 충실했다. 주행 조작 버튼은 운전자 주변으로, 기타 버튼은 우선순위에 따라 수평으로 배치했다. 시계가 운전석이 아닌 동승석에 자리한 것도 그 이유다. 2단계 열선을 품은 스티어링휠과 손가락 움직임만으로 조작 가능한 리모트 터치 인터페이스는 물론 각자의 공간을 위한 파티션까지. LC는 일본다운 섬세함의 끝을 보여준다. 문득 다도와 검도를 즐긴다는 수석 엔지니어 사토 코지가 떠올랐다. 사무라이의 날선 검을 품은 감성의 승부사. 브랜드에 대한 선입견만 없다면 포르쉐 911이나 메르세데스 AMG GT와도 분명 붙어볼 만하다.
설미현(<The Neighbor> 피처 디렉터)

 

“렉서스 하면 밋밋한 이미지다. 하지만 이는 LC가 등장하기 이전의 얘기다. 렉서스가 선보인 새 플래그십 쿠페는 모든 걸 다 차치하고 젊어졌다. 부족하다 여겼던 한 끗의 감성도 되살렸다. 그 반응은?” 

 

 

하이브리드도 이럴 수 있다
LC 500h의 가장 큰 특징은 외부 디자인이다. 렉서스 역시 콘셉트카의 스타일링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그동안 쌓은 모든 노하우를 쏟아부었다고 자부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적으로도 꽤 흥미로운 차다. 일단 플랫폼부터 그렇다. LS와 공유하는 GA-L을 쓰고 있지만 그 어느 부분에서도 플래그십 세단의 감각은 느낄 수 없다. 성격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모듈형 설계인 데다 적재적소에 초고장력 강판, 고인성 강판, 알루미늄,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CFRP) 등을 사용한 까닭에 스포츠카다운 강성과 탄성을 자랑한다.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에도 각종 첨단 기술이 모두 녹아 있다. 3.5리터 V6 가솔린 엔진과 두 개의 전기모터는 최고 359마력의 힘을 내며 엔진만의 최고출력도 299마력에 달한다. 지능형 가변 타이밍 밸브와 직간접 연료분사 방식(D-4S) 등으로 밀러(앳킨슨) 사이클 행정에서 비롯된 손해를 보완하고 있기 때문이다. 렉서스는 LC 500h의 시스템을 멀티스테이지 하이브리드라고 부른다. 그 이유는 아이신제 4단 자동에 CVT(무단변속기)를 조합한 변속기에 있다. 1~3단 기어를 각각 3단씩 쪼개 가상으로 10단을 구현하고 있는 것. 자동 모드에서는 물론 수동 모드에서도 10개의 전진 기어를 모두 사용할 수 있고 각 기어 간의 간격도 굉장히 좁다. 시프트 패들마저 질감이 근사한 마그네슘제다. 0→시속 97킬로미터 가속 시간은 4.7초이며 EV 모드에서 낼 수 있는 최고속도는 시속 140킬로미터다. 

하지만 핸들링 특성은 애매모호하다. 무게중심 위치와 조작에 따라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를 넘나든다. 특히 뒷바퀴가 앞바퀴의 움직임을 놓치면 리듬이 크게 깨진다. 뒷바퀴 조향 시스템의 완성도가 의심된다. LC 500h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차와의 동질감과 예측한 대로 움직여줄 거라는 믿음은 스포츠카의 핵심이나 다름없다. 
물론 LC 500h는 성능만 따질 순수 스포츠카가 아니다. 구성도 2+2다. 렉서스 역시 LC는 성능보다 감성을 중시했다고 말한다. 스마트 크루즈컨트롤, 차선 유지 시스템, 열선·통풍 시트, 열선 스티어링휠 등의 풍부한 옵션이나 고급스러운 실내, 리터당 10.9킬로미터의 복합 연비까지 생각했을 때 비로소 LC 500h의 가치가 빛난다. 게다가 LC 500h는 ‘신뢰의 렉서스’다. 수명이 다해 멈춰 설 때까지 크게 속 썩일 일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독일제 스포츠카 샀다가 수리비 때문에 집안 기둥 하나 뽑았다는 이야기는 결코 괴담이 아니다.  류민

 

“론치 컨트롤을 지원하는 하이브리드는 BMW i8 이후에 처음이다. 자연흡기 엔진 특유의 고음도 이젠 이 세그먼트에서는 맛보기 힘든 즐거움이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이런 감각을 낼 수 있는 차는 아마 지구상에서 LC 500h가 유일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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