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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T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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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주의 VS. 열정

‘2018 올해의 SUV’ 뒷이야기

2018.02.09

차가 멈췄다. 끔찍하다. 안전벨트를 풀고 끈적이는 오렌지색 로그 스포츠에서 내려 모하비사막의 고운 모래밭으로 들어갔다. 덥다. 가혹할 정도로 덥다. 나와 다른 심사위원이 고작 한 시간 전에 혼다 주행시험장에서 평가를 시작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모래 구덩이에 박힌 로그의 난처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뒤로 물러났을 때 <모터 트렌드> 전 편집장 앵거스 매켄지가 새파란 마세라티 르반떼를 몰고 즐거워하며 달려왔다. 그에게 손을 흔들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난 구덩이에 빠진 닛산에 다시 주의를 돌리기 전까지 르반떼가 수탉 꼬리처럼 먼지를 휘날리며 멀어져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다른 심사위원들은 37대의 SUV를 돌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사진과 영상 팀은 후보들의 움직임을 담으려고 열심히 움직였다. 그들을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다. 내가 직접 하는 것. 대학생 시절, 머스탱으로 눈길 드리프트를 100만 번 정도 하면서 배운 모든 기술을 시도했다. 하지만 다 소용없었다. 쓰디쓴 패배만 맛봤다. 몇 분이 지나자 로드 테스트 에디터 크리스 월턴과 사진기자 제이드 넬슨, 그리고 인턴 사진기자 대런 마틴이 ‘2017 올해의 트럭’에 오른 포드 F-250을 타고 도착했다. 제이드와 대런은 로그 스포츠의 B 필러 쪽에 자리를 잡았다. 변속기를 후진에 넣고 가속페달을 조금 밟자 닛산이 구덩이에서 빠져나왔다.

 

‘올해의 SUV’ 콘테스트는 심사위원이 모든 후보의 주변을 걸으며 간단히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런데 왜 우리는 항상 하루 중 가장 더울 때를 시작 시점으로 정하는 걸까?

 

카우보이 스콧과 크리스티안이 크고 웃긴 모자를 좋아하는 스콧의 취향에 대해 이야기하는 중이다.

 

혼다 주행시험장 같은 곳에서 테스트를 진행할 때 가장 좋은 건 심사위원 모두가 동일하게 반복하는 방식으로 24대의 후보(총 37대의 차량)를 평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동차에 대한 개개인의 관점과 경험을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난 미국 북동부 출신이다. 남동생과  매년 겨울이면 가족이 살던 아파트 건물 현관에서 눈을 파내며 성장했다. 용돈이 필요할 때면 모든 네바퀴굴림은 똑같다고 생각하는 운전자가 타고 있는 SUV를 찾아 동네를 돌아다녔다. 열심히 찾을 필요도 없었다. 지프와 스바루는 모두 구할 수 있었지만 이스케이프와 CR-V 초기 모델은 6대가 구해준 모델의 전부였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내가 모래밭에서 꼼짝 못하고 있는 이유를 설명해줄 것이다. 모래는 눈의 완벽한 대체품이 아니다. 하지만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눈과 비슷한 역할을 하기에는 충분하다. 우린 어떤 SUV가 모래를 잘 다루는지 보기 위해 오프로드 코스의 모래밭 부분에서 시내를 달리는 속도로 달리고, 정지와 출발을 반복했다. 대부분 모델은 잘 해냈다. 로그 스포츠와 토요타 C-HR을 빼면 말이다. 음, 오프로드 성능으로 잘 알려진 일부 모델은 우리의 기대보다 좀 더 어려움을 겪었다. 2.2킬로미터의 오프로드 코스는 우리가 참가자들에게 제시했던 4개의 고난 중 하나일 뿐이다. 

 

영차영차 모래 수렁에 빠진 닛산 로그 스포츠를 꺼내려면 여러 명의 손이 필요했다. 

 

또 빠졌어요 앞바퀴굴림 C-HR은 오프로드 주행을 금지시키기 전까지 네 번이나 모래에 빠졌다.

 

이곳 말고도 12.2킬로미터의 타원형 트랙과 3킬로미터의 구불거리는 도로, 그리고 0.8킬로미터의 비포장도로에서 충분한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 테스트의 목적은 누군가를 비웃기 위해서가 아니다. 악천후 속에서 허둥대지 않고 스키장이나 사냥터가 있는 산장으로 가기에 가장 좋은 SUV가 어떤 것인지를 소비자가 충분히 알 수 있도록 평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혼다 주행시험장에서 보낸 시간의 목적은 단순히 우승자를 선정하는 게 아니다. 형편없는 SUV를 걸러내는 것이다. 이틀 동안 모든 후보를 반복해 테스트하고 6개 기준에 따라 평가한 뒤 우리는 경쟁자와 우승 후보자를 충분히 구별할 수 있게 됐다. 최종 테스트는 나머지를 확정짓게 될 것이다. 내 경우는 오프로드 코스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나머지 심사위원들은 각자의 독특한 관점을 보여줬다. 테크니컬 디렉터 프랭크 마커스(직업이 엔지니어다)는 서스펜션의 압축, 복원 능력과 충격 정도를 시험하느라 비포장 코스의 벨기에 도로 구간에서 고생을 겪었다. 크리스는 구불거리는 도로를 반복해서 달렸고 모든 후보를 같은 차로에서 거의 같은 속도로 달리게 해 각각 성능 한계치를 어떻게 다루는지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었다. 

 

달려라 달려! 캘리포니아주 남부에 있는 특색이라고는 없는 모하비사막에서 오프로드 코스는 반가운 쉼터였다. 

 

마크 렉틴은 바람 소리나 에어컨 성능, 고속에서의 크루즈컨트롤 정확도 등 소비자들이 차를 사기 전 시승할 땐 거의 알아차리지 못하다가 몇 달 후에야 문제가 되는 요소들을 평가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특히 크루즈컨트롤 평가를 어찌나 열심히 했던지 ‘우발적’으로 시속 160킬로미터의 속도제한을 넘었다가 혼다 주행시험장의 감시 요원으로부터 주의를 받았다. 이게 다 과학이라는 미명하에 벌어진 일이다. 그렇지 않나?

마크가 타원형 트랙을 맴도는 동안 스콧 에번스는 좀 더 거시적인 접근 방법을 취했다. 오너가 실생활에서 어떻게 SUV를 사용하게 될지 재연해보고, 추월 능력과 급제동, 승차감을 평가한 거다. 객원 심사위원 고든 디키(기아와 마쓰다, 볼보, 포드 등 자동차 회사에서 연구개발 임원을 역임한 자동차 엔지니어링 컨설턴트)는 실내조명을 평가하고, 뒷좌석을 접고 펴며 쓰임새와 편의성을 체크했다. 이 밖에 차체 패널의 간격을 측정하거나 종합적으로 자동차를 훌륭하게 만드는 수백 가지 특성을 조사하느라 시간을 보냈다.

모든 후보가 테스트 트랙의 고문을 자유롭게 통과한 것은 아니다. 토요타 C-HR과 현대 싼타페의 앞바퀴굴림 모델은 로그 스포츠와 함께 모래밭에서 주저앉는 클럽을 결성했다. 쉐보레 이쿼녹스는 이 클럽에 합류할 뻔했지만 간신히 벗어났다. 스텔비오와 Q5는 각각 알파로메오와 아우디의 전기 배선 문제에 관한 얼룩진 역사를 그대로 이어갔다. 스텔비오는 주기적으로 테일램프가 꺼지거나 헤드램프 경고등이 들어오는 현상을 보였다. Q5의 충돌 방지 시스템은 구불거리는 도로에서 자주 개입해 브레이크를 세게 밟곤 했다.

 

가짜잖아! 프랭크가 SQ5의 가짜 배기구를 살펴보는 중이다.

 

일부 SUV의 주가가 폭락하는 동안 다른 차들의 평가는 올라갔다. 뷰익 언클레이브 어베니어는 조용하고 단정한 승차감과 근사한 겉모습으로 심사위원들에게 깊은 인상을 줬다. 하지만 여러 심사위원들은 시승차의 가격(특히 사촌 격인 쉐보레 트래버스와 비교했을 때)에 충격을 받았다. 혼다 CR-V는 완벽히 갖춘 준자율주행 기술과 훌륭한 주행감각, 넉넉한 실내공간으로 좋은 점수를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폭스바겐 아틀라스의 성인 친화적인 3열 시트에도 크게 놀랐다. 아틀라스의 실내 공간이 이렇다면 대체 누가 새로 태어날 마이크로버스를 필요로 할까?

 

장비 운반 객원 심사위원 고든 디키가 SUV를 바꿔 타면서 자신의 테스트 기기 일부를 옮기는 중이다.

 

무뚝뚝한 SUV에 질릴 때쯤 여러 심사위원들이 메르세데스 AMG GLC 43과 알파로메오 스텔비오에 관심을 보였다. 예민한 V6 트윈터보 엔진과 거대한 타이어, 뒷바퀴를 기반으로 하는 네바퀴굴림 시스템을 갖춘 GLC 43은 구불거리는 트랙에서 괴물처럼 달렸다. 스텔비오 역시 정말 멋졌다. 자신 있게 코너를 도는 모습은 생동감이 넘쳤다. 경쟁력 있는 모습 속에 여러 크로스오버가 놓친 영혼의 감각을 보여줬다. 스포티한 유럽산 SUV들은 하루가 길어지고 카페인 수치가 떨어지는 시점에 반가운 휴식이었다.

사막의 불가마 속에서 이틀 동안 9000킬로미터 이상을 달리며 테스트를 마친 다음 우린 자비롭게도 에어컨이 나오는 회의실에서 탈락자 명단을 두고 입씨름을 했다. 한편 우리의 강인한 사진·영상 팀은 밖에서 먼지 폭풍은 물론 제트기의 저공비행과도 싸우며 고생을 이어갔다.

 

모래 돌풍 AWD 모드를 작동시키자 쉐보레 이쿼녹스가 오프로드 코스에서 모래 파도를 일으켰다. 

 

무자비한 사람들
최종 후보를 추리는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바라보는 일은 늘 흥미진진하다. 어떤 해에는 누구도 후보군의 범위를 좁히려 하지 않았다. 또 다른 해에는 중세 로마의 검투장을 찾은 소란스러운 관중처럼 기준에 못 미치는 차에게 무자비하게 엄지손가락을 내렸다. 올해의 논의는 재빨리 후자의 방식으로 진행됐다.

편집장 에드워드 로가 모래밭에 자꾸 빠져 오프로드 테스트가 금지된 차를 빼자는 의견을 넌지시 내놨다. 토요타 C-HR이다. 연비와 가치 기준에서 C-HR은 논의의 여지가 있었지만 ‘엔지니어링이 탁월하고 의도한 기능을 잘 발휘하는가?’를 따져보면 떨어뜨리는 게 마땅했다. 네바퀴굴림 시스템이 아예 없는데다 승용차와 같은 지상고는 크로스오버여야 한다는 우선 과제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곳곳에서 피비린내가 나기 시작했다. GM의 삼형제인 뷰익 인비전과 쉐보레 이쿼녹스, GMC 터레인에 대한 뜨거운 논의가 이어졌고 결국 셋 다 탈락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뭐가 즐거운가요? 에드워드와 앨리사가 휴대전화를 보며 웃고 있다.

 

목록을 따라 내려가면서 첫 번째 최종 후보에 합의하기까지 45분 동안 냉정하지만 치열한 토론이 이어졌다. 하지만 일단 쉬운 목표부터 처리하자 나머지 거품 낀 후보들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아우디 SQ5의 생생한 성능은 Q5의 간소한 스타일과 괴상한 충돌 방지 시스템을 덮기에 충분한가? 근사한 알파로메오의 잦은 고장은 탈락의 충분한 이유가 됐나? 뷰익 언클레이브 어베니어는 쉐보레 트래버스라는 대량 판매용 사촌보다 비쌀 자격이 충분한가? 더 나은 7인승 SUV인가? CX-5는 결승에 진출할 정도로 훌륭한가? 다른 부분은 괜찮았지만 끔찍한 기어 셀렉터 버튼 탓에 점수를 깎아먹은 GMC 터레인은 최종 후보가 될 수 있나? 논의는 점점 달아올랐다.

마침내 몇 시간에 걸친 논의 끝에 ‘24’라는 후보 수가 ‘7’로 줄어들었다. 결승 진출자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올해의 SUV’ 콘테스트는 비교 테스트가 아닌 게 장점이다. 이번 결승 진출자들은 모든 요소를 조금씩 갖고 있다. 스포티한 알파로메오 스텔비오, 가족 친화적인 폭스바겐 아틀라스와 쉐보레 트래버스,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혼다 CR-V, 오프로드에 적합한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저렴하고 재미있는 스바루 크로스트렉, 그리고 호화로운 볼보 XC60. 

7대의 후보를 추린 다음 우리는 이틀 동안 실제 도로에서 어떤 차가 황금 캘리퍼를 받을 가치가 있는지 따져봤다. 그리고 모하비사막에 해가 저물기 시작할 무렵 짐을 꾸렸다. 테하차피와 테스트용 실제 도로는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다. 각자 타게 될 차를 놓고 다툰 뒤 사막 외곽의 오래된 마을을 향해 출발했다.

 

에디터-인-칠리 에드워드가 어느 날 밤 저녁 식사에서 할라페뇨가 담긴 접시를 자랑하고 있다.
 

 

가족사진 사진 속의 SUV들은 아무렇게나 주차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진기자 로빈 트라하노는 올해의 그룹 사진 중 하나를 위해 정확하게 이들을 배치했다.

 

 

 

 

모터트렌드, 자동차, 2018년 올해의 SU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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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2018년 올해의 SUV,올해의 SUV 콘테스트

CREDIT Editor <Motor Trend> Editor Photo <Motor Trend> Staff 출처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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