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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T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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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skating, SNOW DANCING

눈밭에서 석 대의 네바퀴굴림 자동차를 던지고 돌리고 흘렸다. 트리플 악셀과 트리플 토르는 할 수 없었지만 네바퀴굴림 시스템의 성격을 극명하게 알 수 있었다

2018.01.30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60년이라는 세월 동안 오프로드와 전장을 누빈 랜드로버는 어떠한 노면에서도 구동력을 유지하고 접지력을 만들어내는 탁월한 기술을 지녔다. 그리고 그 경험과 노하우를 한데 모아 터레인 리스폰스라는 기술로 승화시켰다. 이 터레인 리스폰스에는 다른 차들에는 없는 눈길 모드가 있다. 바퀴가 최대한 슬립을 일으키지 않게 엔진 반응속도와 토크량을 줄여 조금씩 천천히 움직이도록 하는 방식이다. 디스커버리의 기술 점수가 가장 높은 이유다. 6점 만점에서 0.5점이 빠진 이유는 이 모드를 쓸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굳이 터레인 리스폰스 다이얼을 돌리지 않아도 디스커버리는 일반 모드에서도 눈길을 잘 달렸다. 간간이 바퀴에 슬립이 일기는 했지만 그때마다 차체 밑에서 약간의 충격이 오면서 구동력을 배분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면 거짓말처럼 차가 잘 나아갔다. 스노 모드는 이런 슬립조차 일어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오늘은 스노 모드를 사용할 이유가 없다. 오늘의 목적은 얼마큼 잘 미끄러트리느냐에 달렸으니까. 
우린 디스커버리를 가장 먼저 눈밭에 올렸다. 혹여나 차가 눈밭에 파묻혀도 자력으로 나올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기대와 믿음대로 디스커버리는 눈밭에서도 가뿐하게 별 무리 없이 나아갔다. 전자식 차체자세제어 시스템을 껐다. 이제 이 차는 슬립이 나더라도 구동력을 줄이거나 나누지 않는다. 즉 네 바퀴 모두가 미끄러지게 되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점점 더 밑으로 파고들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처음엔 가속페달을 약하게 밟았다. 출발부터 파고들면 곤란한 상황이 올 수 있으니까. 다행히 디스커버리의 큰 타이어(사계절 타이어)는 슬립을 일으키지 않고 우아하게 나아갔다. 점점 더 자신감이 붙는다. 속도를 더 붙여도 미끄러지지 않는다. 이제 우아하게 뒤를 흘릴 일만 남았다. 운전대를 꺾어 오버스티어를 유발했다. 생각보다 쉽게 뒤가 흘렀다. 사이드미러에 엄청난 눈보라가 일어나는 걸 봤다. 이제 카운터스티어로 자연스럽게 드리프트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카운터를 해도 뒤가 계속 흘러나가는 느낌이다. 2톤이 훌쩍 넘는 무게 때문이다. 뒤를 흘린 게 아니라 던진 상태여서 그 운동에너지를 카운터스티어만으로 제어할 수 없었다. 네 바퀴 그립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앞바퀴가 용을 쓰고는 있지만 던져버린 뒤는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거의 한 바퀴를 다 돌았을 즈음 운동에너지가 떨어지기 시작하자 드리프트가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드리프트 상태를 유지하는 게 까다로웠다. 뒤가 너무 잘 흐르기도 했고 앞바퀴 구동력이 너무 강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운동에너지가 떨어지기 전에 운전대를 반대로 돌려 뒤를 계속 던져주는 방식으로 드리프트를 유지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전체적인 움직임이 클 수밖에 없었고 간결한 움직임이나 짧은 원선회는 만들 수 없었다. 디스커버리의 예술 점수가 기술 점수에 비해 낮은 이유는 이 차의 무게 때문이다. 차체가 워낙 무거워 움직임이 클 수밖에 없었고 더불어 무게중심이 높다는 것도 단점이 될 수밖에 없었다.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의 몸이 작고 가냘픈 이유가 있었다. 그 몸을 유지하면서 운동까지 하는 건 정말 힘들 것이다. 

 

 

BMW M550D x드라이브
BMW의 전자식 네바퀴굴림 시스템 x드라이브의 가장 큰 장점은 반응속도와 효율성이다. x드라이브는 변속기 뒤에 있는 트랜스퍼 케이스와 다판 클러치가 앞뒤로 구동력을 배분하는데 반응속도가 1000분의 1초다. 즉 주행 중 노면 상태나 바퀴 구동 상태에 따라 실시간으로 앞뒤로 구동력을 100퍼센트까지 보낼 수 있다는 뜻이다. 좌우 토크 배분은 DSC가 담당하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BMW의 x드라이브는 브레이크를 사용해서 바퀴로 전달되는 토크를 죽이는 토크벡터링 방식이 아니라 기어 방식의 클러치가 동력을 차단해 다른 쪽 바퀴로 보낸다는 점이다. 브레이크를 사용하는 토크벡터링은 브레이크 스트레스가 높을뿐더러 출력을 억제하면서 생기는 동력 손실이 있다. 반면 x드라이브는 출력 손실이 적다. 더불어 이론상으로 바퀴 하나에 엔진이 만든 100퍼센트의 토크를 전달할 수 있다. 물론 그런 상황은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 BMW는 이를 다이내믹 퍼포먼스 컨트롤(DPC)이라고 부른다. 
처음 M550D x드라이브는 전자제어 시스템(DSC)을 끄지 않고 눈길에 올랐다. 그럼에도 별 무리 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x드라이브가 꾸준하게 접지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이유도 있겠지만 가장 주효했던 이유는 굿이어 윈터 타이어였다. M550D만이 유일하게 윈터 타이어를 끼웠으니 다른 차들보다 더 많은 접지력을 만들 것이 분명하고, 이는 곧 드리프트 상태에서도 어느 정도 컨트롤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처음엔 DSC를 끄지 않고 차를 미끄러트렸다. 잘 미끄러지기는 했지만 어느 순간 동력이 줄어들면서 드리프트 상태를 유지하는 게 어려웠다. DSC를 끄자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뒤를 흘리는 게 디스커버리보다 쉽다. 속도가 낮음에도 뒤가 흘렀고 뒤를 흘린 상태에서 카운터스티어만으로 드리프트를 유지할 수 있다. 다만 가속페달을 세심하게 조절해야 한다. 출력이 너무 높아지면 드리프트 상태에서도 오버스티어가 나는데, 이때 카운터스티어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그냥 휙 돌아서 서버린다. 속도가 너무 낮아도 안 된다. 앞바퀴 그립이 살아나면서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차체가 휙 돌 수 있다. 속도 조절도 중요하다. 속도가 높으면 회전반경이 생각보다 훨씬 커진다.
M550D의 뒤를 흘리다 보니 2년 전 스웨덴의 얼음 호수에서 사흘 동안 차를 던졌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급코너에서 드리프트로 돌아가기 위해선 코너 방향으로 뒤를 흘렸다가 코너 바로 앞에서 반대쪽으로 뒤를 흘리는 스칸디나비안 플립을 구사해야 한다. 혹시나 해서 M550D로 해보니 잘 된다. 다만 노면에 흙이 슬슬 올라오는 시점이어서 속도를 더 높여 차를 던져야 하기 때문에 약간 더 어려웠다. M550D는 미끄러운 노면에서도 BMW 특유의 정교함과 날카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구동력과 접지력을 끈덕지게 만들고 유지하는 게 놀라웠다. 역시 다이내믹은 접지력이 우선돼야 만들 수 있다. BMW는 랜드로버보다 기술 점수가 낮지만 예술 점수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낮은 무게중심과 뛰어난 접지력 덕분이다. 무엇보다 석 대 중 눈밭에서 가장 재미있는 차였다. 

 

 

제네시스 G80 스포츠 H트랙
현대차의 AWD 시스템 H트랙은 전자식 네바퀴굴림 시스템 전문 기업 마그나 슈타이어에서 가져왔다. 마그나 슈타이어는 BMW와 마세라티에도 네바퀴굴림 시스템을 납품하고 있는데, 이 시스템이 각각 x드라이브와 Q4 로고를 달아 판매된다. 현재 H트랙은 제네시스 판매량의 60퍼센트를 점유하고 있다. 애초 현대차는 판매량의 40퍼센트를 예상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높은 판매량이다. 같은 회사에서 제조되는 전자식 네바퀴굴림 시스템인 만큼 BMW x드라이브와 구조가 거의 비슷하다. 가운데 트랜스퍼 케이스가 앞뒤로 구동력을 배분하고 앞뒤 구동계에서 좌우로 토크를 나눈다. 하지만 세팅이 달랐다. 눈밭에서 약간만 운전해봤는데도 그 느낌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제네시스 G80 스포츠 H트랙은 전자제어 시스템(VDC)을 꺼도 슬립이 일어나면 동력을 차단한다. 때문에 뒤가 흐르는가 싶다가도 맥이 탁 풀려버리는 것처럼 차가 멈춘다. 바퀴에 제동을 가하는 게 아니라 엔진 출력이 차단되는 방식이다. 따라서 뒤를 흘리면서 멋지게 드리프트를 한다는 건 불가하다. 뒤를 던져서 흘릴 수는 있지만 그 상태로 드리프트를 만들고 유지하는 게 안 된다.  
이 같은 세팅은 바퀴가 슬립을 일으키는 걸 미리 방지하는데 유용하다. 더불어 슬립을 일으킨 바퀴가 진흙이나 눈길을 파고들어가는 것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뒤가 문제다. 네 바퀴가 모두 슬립을 일으킬 때는 구동력이 거의 사라지기 때문에 자력 탈출이 힘들어진다.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엔진룸에 있는 퓨즈 박스를 열어 전자제어 시스템 계통의 퓨즈를 제거하면 슬립이 일더라도 구동력을 유지할 수 있다.  H트랙은 x드라이브와 마찬가지로 전자식 네바퀴굴림 시스템이다. 기계식에 비해 기계적 장치를 최소로 줄이면서 효율성을 높인 것은 같다. 하지만 세팅이 전혀 다르다. 다이내믹을 중시하는 BMW는 슬립이 일더라도 전자제어 시스템의 개입이 많지 않다. 반면 제네시스의 것은 안전에 더 많은 초점을 두고 있다. 전자제어 시스템이 슬립 자체를 원천 봉쇄한다. 시스템이 발동하면 운전자가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예술 점수가 낮은 건 당연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사계절 타이어를 끼웠음에도 눈밭에서 직진은 잘했다. 네바퀴굴림 시스템도 귀신처럼 움직였다. 전자식 네바퀴굴림 시스템으로 소리나 충격도 없었다.  

 

 

SPEED SKATING and CURLING
사실 우린 스피드스케이팅(가속)과 컬링(감속) 종목도 개최하려고 했다. 하지만 답사해두었던 장소가 촬영 당일 폐쇄됐다. 우린 강원도 평창에서 눈 덮인 대지를 찾아 헤매고 또 헤매다 눈 쌓인 공터를 찾아냈다. 새하얀 눈밭이 ‘자, 어서 들어와서 마음껏 뛰어놀아’라고 말하는 듯했다. 우린 그곳에서 차를 마음껏 던졌고 괜찮은 사진도 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스피드스케이팅과 컬링은 개최할 수 없었다. 문제는 눈 아래의 노면 상태였다. 표면이 고르지 않아 가속과 감속에 대한 공정한 비교를 할 수 없었다. 시승차의 타이어도 문제였다. 각 시승차의 엔진(6기통 스포츠 버전)과 구동방식을 맞추는 덴 성공했지만 M550d가 윈터 타이어를 끼우고 있었다.
하지만 각 차의 네바퀴굴림 장치 특성은 확인할 수 있었다. M550d의 네바퀴굴림 시스템은 앞바퀴를 마치 안전장치처럼 사용한다. 자세제어장치를 껐을 때 이런 특성이 극대화되지만 켰을 때도 별반 다르지 않다. 운전자의 의도라고 파악하면 앞바퀴의 개입을 최대한 자제한다. 스티어링 각도나 가속페달 조작에 따라 앞뒤 동력 배분을 아주 지능적으로 바꾸는데, 내가 지금 차를 어떤 궤적으로 움직이고 싶은지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운전자가 차와 하나가 됐다는 기분은 바로 이런 데서 비롯된다. 역시 운전 재미에 목숨 거는 BMW답다. G80 스포츠 H트랙의 특성은 본문 내용처럼 ‘안전제일’이었다. 시승차가 일반 G80이면 그러려니 하겠다. 하지만 이건 G80 스포츠다. 자세제어장치도 모델 특성에 맞게 세심한 세팅이 이루어진다면 더 좋겠다.
함께했던 재규어 XF S AWD는 조금 아쉬움을 남겼다. XF S의 네바퀴굴림 시스템 역시 뒷바퀴를 더 중시하는 세팅이다. 평소에는 물론, 운전자의 조작 패턴에 문제(?)가 없다면 뒷바퀴에 더 많은 동력을 보내고 앞바퀴는 꼭 필요한 만큼만 굴린다. 그래서 눈밭이건 맨땅이건 원한다면 차체 뒤쪽을 과감하게 던지고 이를 끌고 나갈 수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커다란 원을 그리기가 쉽지 않았다. 슬립 각도를 크게 가져가려면 높은 속도에서 스티어링과 페달을 과격하게 조작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불규칙한 노면을 만날 때마다 바로 앞바퀴가 눈을 붙들고 궤적을 강제로 수정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린 XF S AWD에 대한 평가를 보류하기로 했다. 
랜드로버 디스커버리는 우리의 든든한 조력자였다. 3대의 네바퀴굴림 세단이 갈 수 있는 길과 갈 수 없는 길을 앞장서서 미리 파악해줬다(아무리 네바퀴굴림 방식이라도 세단은 세단이다). 아마 디스커버리의 도움이 없었다면 우린 아직도 평창의 어느 눈밭에서 차를 밀고 있을지도 모른다. _류민

 

 

 

 

 

모터트렌드, 동계올림픽, 랜드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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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모터트렌드 동계올림픽,랜드로버,디스커버리,BMW M550D,xDRIVE,GENESIS G80,SPORT HTRAC

CREDIT Editor 이진우 Photo 최민석, 박남규 출처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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