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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마이자였나

11년간 17차례의 퇴고를 거쳤고, 출간과 함께 그는 유명 작가가 되었다. 중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마이자, 그의 걸작 <암호 해독자>가 국내 출간됐다.

2017.11.15

곁눈질을 허락받지 못한 천재에 대하여 
어느 정당이 몇 년 전 교육 정책 공약으로 ‘악기 연주는 필수, 미적분은 선택’을 내세웠다. 모든 학생이 악기 하나씩을 익히게 한다니, 두 손 들어 찬성이었다. 그러나 그게 미적분을 몰아내면서 해야 할 일인가 싶었다. 나는 미적분이야말로 핵심적인 인문 교양이라고 생각한다. 간단한 방정식으로 수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수학은 실용적이지 않아서 타박을 받는데, 오히려 그 때문에 학교가 아니면 만날 기회가 없지 않을까? 여기까지는 적당한 수학 애호자의 입장이다. 하나, 신이 내게 카를 가우스, 앨런 튜링, 폰 노이만 같은 천재 수학자의 능력을 주겠다고 하면, 나는 뒤도 보지 않고 달아날 것이다. 중국 소설가 마이자가 들려주는 룽진전의 이야기는 그런 확신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주었다. 지상에서 가장 외로운 소년 대두충(大頭蟲)은 한 스승의 도움으로 겨우 삶을 지탱한다. 스승이 죽으며 “내가 살았던 날만큼 꽃잎 수를 계산해 무덤에 넣어 달라”는 말을 따라 혼자 수학 공식을 찾아낸다. 그 능력 덕분에 삶의 의미를 찾고, 새 이름을 얻고, 대학에서 또 다른 좋은 스승을 만난다. 하나 그의 숨길 수 없는 천재성은 유일한 복(福)이었지만, 또한 최악의 재앙이었다. 변란의 시대는 그를 가장 외로운 전장으로 데려간다. 영화 <에니그마>, <이미테이션 게임> 같은 암호 제작자, 혹은 해독자의 골방이다. “암호 제작은 정신병자에 가까워지는 일입니다. 정신병자에 가까워질수록 천재에 가까워지지요. 그들은 비밀의 광산과도 같아 우리 인류가 채굴해주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수백만 명의 생명이 오가는 전쟁을 앞두고 국가는 진전이 최고의 능력을 뽑아내기를 바란다. 진전은 묵묵히 그 숙명을 따라간다. 수학만 아는 바보여서가 아니다. 그는 책과 꿈과 수를 읽는 법을 함께 깨우쳤다. 어느 누구보다 현명하기도 하다. “천재가 천재인 것은 그들이 어떤 한 분야에서 자신을 늘이기 때문이라더군요. 그렇게 고무줄처럼 늘이고 늘이다 보면 결국에는 거미줄처럼 가늘고 투명해져서….” 그 운명을 알지만 그래도 자신의 길을 간다. 불행하게도 천재로 태어난 이는 진전만이 아니다. 이 사회는 어떻게든 똑똑한 아이를 찾아 그들 능력의 극한까지 채굴하고자 한다. 능력이 있더라도 굳이 다 발휘할 필요는 없지 않나? 때로는 곁눈질하며 재능은 없지만 재미있어 보이는 것에 매달려도 좋지 않나? 엉터리 기타 연주도, 남들 세 배는 걸리는 미적분 문제 풀이도.

 


온전한 삶을 살았던 천재에 대하여
수학의 즐거움을 알지 못한다는 것은 수학을 잘하는 사람의 삶을, 그들이 지향하는 삶의 기쁨을 알지 못한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내가 생각하는 삶의 기쁨, 내가 생각하는 삶의 슬픔에 그들의 삶을 대입해볼 수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궁금하다. 찬란한 수학자나 과학자의 위업과 영광을 포기하기를 강요당하고, 그저 갈아넣어질 뿐인 암호 해독 분야에서 극소수만의 인정을 받으며 비밀리에 명멸하다가 결국 정신병자로 마감하는 삶. 그 삶이 불행할까? 그가 삶에서 실패했다고, 그의 천재성이 오히려 그를 머리부터 꼬리 끝까지 와작와작 잡아먹었다고 애도할 수 있을까? 평범한 사람이자 ‘수포자’인 나로서는 어설픈 짐작만 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마이자는 이 책에서 스스로를 가둔 채 정복하고 싶은 난제를 향해 열정을 태우는 천재의 모습을 보여주며, 그들이 과연 불행할 것인지 독자에게 묻는다. 그것은 일종의 ‘답정너’다. 룽진전이 높은 담 안쪽 비밀 기지에서 어느 누구의 재촉도 없이 혼자서 무시무시한 암호 ‘퍼플코드’를 풀어내는 과정은 일종의 신화다. 주변인에게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눈부신 성과이자, 천재가 자신의 천재성을 어떤 방해도 없이 마음껏 풀어내는 환희의 공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후 ‘블랙코드’를 풀어내는 과정은 주변인이 짐작하다시피 그저 압박과 부담이기만 했을까? 단 한 발 앞에서 좌절하지 않았다면 그에게는 어마어마한 삶의 기쁨이 되었을 것이고, 사실 이 책의 암시에 따르면 그는 자신의 삶을 던져서 그 위업을 완수했다. 다시 물어보자. 그가 과연 불행할 것인가? 
수학을 잘 모르는 나는 그가 어떻게 삶을 기쁘게 누렸는지 ‘꿈’으로 짐작한다. 그는 엄밀함과 합리성을 생명으로 삼는 수학자로서의 삶과 신비적인 꿈해몽가로서의 삶을 아무런 모순 없이 겹쳐 산다. 그의 이러한 자세는 부국장에게 보낸 한 줄의 반성문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암호를 비롯해 세상의 모든 비밀은 꿈속에 숨겨져 있습니다.” 암호를 만들고 해독하는 숨 가쁜 숫자의 전쟁을 다루는 이 책의 묘사가 무협지와 같이 몽환적인 것은 그러므로 모순이 아니다. 나와 같은 숫자맹도 납득하고 몰입할 수 있게 풀어낸 이야기 속에서, 나는 충만한 한 천재의 삶을 되짚어 경험한다.

 

 

 

 

더네이버, 책,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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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베스트셀러,작가,마이자,암호 해독자,컬처 다이어리

CREDIT Editor 설미현 Photo 김도윤 출처 THE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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