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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첫 경험

교통사고가 났을 때 필요한 건 빠른 상황 판단과 수습이다. 오빠 말고 119나 보험사에 먼저 연락해야 한다는 사실도 잊지 마시고

2017.11.01

얼마 전 이든은 31개월의 짧은 인생 중에서 가장 인상 깊을 사건을 경험했다. 불과 몇 미터 앞에서 교통사고가 나는 장면을 목격한 것이다. 시간이 지나도 당시 상황을 반복해서 이야기하고 그때의 무섭고 불안한 감정을 재차 표현하는 것을 보면 적잖이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세 살 아이에게 첫 트라우마가 되진 않을까 걱정될 정도다. 
사고는 사고 당사자나 목격자 모두에게 당황스럽고 공포스럽다. 한 번의 사고가 육체적 또는 정신적 상처를 남겨 다시 운전대를 잡는 것이 두렵다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무사고 수십 년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 운전자들도 첫 사고 앞에서는 초보가 될 수밖에 없다. 레이스 드라이버들은 상대적으로 사고에 초연한 편이다. 경기에서 사고를 경험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이스트랙 위에서의 내 첫 사고는 지금 생각해도 너무 어설프다. 2003년 봄,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의 헤어핀 코너를 향해 두 대의 경주차가 나란히 뛰어들었다. 두 대 모두 코너 안쪽을 파고들기 위해 간격을 좁히다 측면끼리 부딪쳤고 함께 빙그르르 스핀을 하면서 버지 안으로 미끄러졌다. 상대 차량 드라이버는 레이스 경험이 많은 선수였고, 나는 갓 데뷔한 신인이었다. 자갈밭 위에 차가 멈추자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차에서 내려야 하나? 상대방에게 괜찮느냐고 안부를 물어야 하나? 심판을 불러야 하나? 우습게도 보험사에 연락해 과실 비율을 따져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했던 거 같다. 그러나 내가 당황하고 있는 사이, 상대 선수는 다시 시동을 걸고 재빨리 트랙 위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것도 모른 채 몇 초간 서 있던 나는 소중한 순위 몇 계단을 허무하게 다른 차에게 내줘야 했다. 그 사건 이후, 난 사고 상황을 수없이 머릿속으로 상상해봤다. 몇 가지 사고의 유형을 세우고 각각 최적의 해결책을 고려해 대응하는 모습을 그려봤다. 그 덕분인지 이후 트랙에서 사고가 나도 대담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됐지만 고백하건대, 여전히 사고에 익숙해지기란 쉽지 않다. 
사고 자체를 막을 수 있다면 가장 좋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라면 신속히 효율적인 수습에 집중해야 한다. 일반도로 위나 레이스트랙 어디든 사고 발생에 대한 시시비비부터 가리려고 하면 문제가 커진다. 상대방에게 화를 낼 이유도 없다. 수많은 블랙박스와 CCTV가 지켜보는 요즘,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이야기는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쉽지 않겠지만 침착하고 또 침착해야 한다. 
내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은 아빠의 대응 절차는 이렇다. 먼저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몸을 움직이는 데 불편한 곳이 있는지, 혹은 찌그러진 차체에 신체가 끼인 곳은 없는지 살피고 자력으로 차 밖으로 나갈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심각한 충격량이라면 운전대와 시트 사이에 몸이 끼어버릴 수도 있다. 신속하게 시트 조정 레버가 작동되는지, 스티어링 칼럼의 위치 조정이 되는지도 살펴보자. 스스로 차 밖으로 벗어날 수 있다면 내려도 안전한 도로 상황인지 살필 차례다. 사고 지점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다른 차량은 없는지 체크한다. 차량 안에 남아 있는 것이 2차 사고에서 안전할 수 있다. 
차에서 빠져나올 때는 사고 차량이 정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 사고를 당한 운전자가 당황한 나머지 경사로에서 중립에 두고 내리거나 평지에서 D에 두고 내리는 경우가 있다. 하차 후에는 갓길 펜스 너머나 인도 등 도로 가장자리로 피신한다. 아무리 경미한 사고라 해도 주변 교통 흐름이 사고를 인지하고 평균속도가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때 다른 부상자가 있으면 상태를 살펴 응급조치를 하고 119에 신고한다. 사고 차량이 자력으로 이동 가능한 경우, 사고 현장 주변을 원으로 한 바퀴 맴돌면서 영상을 촬영한 후 안전한 공간으로 이동시켜 다른 통행 차량들의 불편을 최소화한다. 현장 보존을 하기 위해 경미한 사고임에도 오랜 시간 도로를 가로막은 채 서 있는 것을 자주 목격하는데, 현장 촬영을 잘 해두면 보존은 큰 의미가 없다. 차량이 이동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졌고 제한속도가 높은 도로라면 지체 없이 사고 지점 전방에 비상삼각대를 세워야 한다(그러기 위해선 가지고 다녀야겠지만). 그리고 차량 탑승객 모두 사고 지점 근처가 아니라 사고 지점 전방으로 수십 미터 이상 이동해 대기해야 한다. 미처 사고 현장을 피하지 못한 다른 차량이 덮치더라도 사고 지점 앞쪽에 있어야 피해를 입지 않기 때문이다. 안전한 곳으로 이동했다면 보험사에 알려 사고 상황을 접수한다. 보험 접수 이후에도 원치 않으면 보험사 지급금을 받지 않을 수 있으니 접수를 고민할 필요는 없다. 
이든이가 하지 말아야 할 일은? 비상삼각대 대신 차로 위로 뛰어 올라가 손을 휘젓는 것과 사고 현장에서 상대방과 과실 비율을 따지는 일. 아! 119보다 남자친구에게 먼저 전화하는 것도. 

 

 

 

 

모터트렌드, 교통사고, 사고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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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사고,교통문화

CREDIT Editor 강병휘 Photo 최신엽 출처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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