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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에른 엔진 공장의 자존심

터보로 무장한 BMW의 V12 엔진은 거대한 7시리즈를 마치 로켓처럼 발사한다. 단, 12기통 특유의 아름다운 사운드와 회전감각이 다소 희석됐다

2017.10.13

독일 자동차 브랜드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V12 엔진을 얹은 양산차를 내놓은 것은 1987년이다. 그 주인공은 BMW 2세대 7시리즈(E32)의 최상위 모델인 750iL이었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중 독보적 입지에 있던 메르세데스 벤츠조차 가장 고급스러운 모델에 V8 엔진을 쓰던 시절, BMW의 V12 엔진은 프리미엄 브랜드 대열에 제대로 뛰어들기 위한 일종의 도전이었다. 이 도전은 꽤 큰 효과를 거뒀다. 750iL과 M70 V12 5.0리터 엔진은 BMW의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고, 사람들이 BMW와 벤츠를 같은 선상에 두고 비교하게 된 시발점이 되었다.
하지만 지난 30년간 엔진 트렌드는 크게 바뀌었다. V12 엔진의 위상도 이전과는 다르다. 다운사이징과 전동화가 대세가 되면서 소량 판매로도 충분한 설득력을 얻고 이익도 남길 수 있는 스포츠카 브랜드나 럭셔리 브랜드가 아니면 굳이 다기통 대배기량 엔진을 고집할 필요가 없어졌다. BMW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BMW 엔진 라인업의 중심이 6기통에서 4기통으로 재편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BMW가 7시리즈의 최상위 트림인 M760Li x드라이브에 V12 엔진을 넣을 수 있는 건 럭셔리 브랜드인 롤스로이스와 같은 우산 아래 있는 덕분이다. 
롤스로이스는 BMW 그룹으로 들어간 이후 7시리즈의 V12 엔진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 M760Li의 V12 엔진은 롤스로이스가 아니었다면 이미 경제 논리에 맞지 않아 퇴출되었을 수도 있다. BMW 라인업에서 V12 엔진을 쓰는 모델은 이 차가 유일하다. 롤스로이스의 심장으로 쓰인 BMW의 엔진이 이제는 BMW에 롤스로이스의 후광을 비추고 있는 셈이다. 
물론 M760Li의 엔진에는 ‘M 퍼포먼스’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따라서 일반적인 롤스로이스(고스트, 레이스, 던)에 쓰이는 엔진과는 세팅이 다르다. 부드러움을 중시한 롤스로이스의 엔진과 달리 후련한 가속 성능을 발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차체에 탄소섬유 소재를 대거 동원했음에도 경쟁모델보다 무거운 M760Li가 BMW 라인업 전체에서 ‘제로백’이 가장 빠를(3.7초) 수 있던 이유가 바로 이 엔진 덕분이다. 
그럼 BMW는 V12 엔진의 매력을 어떻게 표현하고 있을까. 시동을 걸 때와 오토 스타트·스톱 기능이 엔진의 숨통을 열 때는 고르고 미세한 진동과 세련되면서도 힘찬 배기음이 몸으로 전해져온다. 정지 가속 때에는 숨을 고르는 느낌이 뚜렷해 처음부터 가슴팍이 좌석 등받이에 꽂히는 듯한 충격은 들지 않는다. 그러나 일단 바퀴가 구르기 시작하면 매섭다 못해 무서울 정도로 뻗어나간다. 회전수가 낮을 때에도 꾸준한 토크를 낸다. 회전수와 속도에 개의치 않고 언제나 충분한 힘을 쏟아낸다는 점이 다기통 대배기량 엔진의 장점이다. 게다가 영리한 터보차저까지 갖춰 토크가 더욱 두텁게 느껴진다. 힘이라는 관점에서는 충분히 만족스럽다.
V12 엔진의 또 다른 매력은 매끄러운 회전 질감이다. 실린더의 폭발이 쉴 새 없이 오가며 진동을 상쇄한다. 잔뜩 쌓여 있는 골프공 속에서 둥근 돌멩이 하나를 찾아내는 것처럼,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고서는 거친 부분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물론 찾기 쉽지 않을 뿐 거친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터보차저를 이용해 인위적으로 힘을 키우면서 불필요한 소리와 진동이 커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동안 경험한 다른 V12 엔진들과 비교했을 때 그렇다는 것일 뿐, 훌륭한 엔진임은 틀림없다.
이 엔진은 7시리즈의 섀시가 평범하다고 느끼게 만든다. 사륜구동 시스템인 x드라이브를 달고 서스펜션도 꽤 탄탄하게 다졌음에도 차의 움직임이 어색하다. 서스펜션의 반응이 느린 것은 아니다. 움직임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피드백이 무뎌지는 것이다. 운전자가 노면에 따른 차체 움직임을 제대로 읽기가 어렵다. M 모델이 아닌 M 퍼포먼스 모델이라 그럴까? 순수한 운전의 즐거움의 구현은 적당한 수준에 머문다. 게다가 7시리즈는 뒷좌석 중심의 차다. M760Li에서 V12 엔진은 ‘뒷좌석을 위한 고성능’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로서의 의미도 크다. 
고효율과 친환경이 당연한 덕목인 요즘, 시대를 역행하는 특성을 지닌 V12 엔진이야말로 자동차의 전통적 가치를 중시하는 사람들을 위한 최고의 선물일 것이다. 바이에른 엔진 공장(Bayerische Motoren Werke)이라는 회사의 뿌리를 생각할 때 BMW 엠블럼이 붙은 V12 엔진은 ‘엔진의 시대’ 끝자락에서 가장 화려한 빛을 발하는 예술품이 아닐까? 글_류청희(자동차 평론가)

 

 

 

 

 

 

 

모터트렌드, 12기통, B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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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BMW M760LI,XDRIVE,CYLINDERS,자동차,CAR

CREDIT Editor 류민 Photo 최민석 출처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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