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사람들은 정말 나쁘다. 폭스바겐 디젤 스캔들 이후에도 미국에 수백만 대의 차를 팔아먹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이 일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EU 고위 관리들과의 회의 자리에서 내뱉은 말이다. 독일의 시사 주간지 <데어 슈피겔>이 이 내용을 처음으로 보도했는데, 백악관 경제 자문 게리 콘도 이 사실을 인정했다. 트럼프의 이런 발언은 독일 국민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속뜻은 조금 다르다. 트럼프가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은 독일과 미국 사이의 엄청난 무역수지 불균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 사람들 자체가 나쁘다고 말한 게 아닙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의장 장 클로드 융커는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열린 G7 정상회담 전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해명했다. “독일과의 무역 불균형에 대해 다른 나라 역시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사실을 말한 것 아닐까요?”

독일의 자동차 회사 경영진은 그동안 자본주의 자유시장 체제의 장점을 강조해온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에 주목한다. 왜 그는 이런 억지를 부리는 걸까? 우린 모두 누군가 미국 사람들에게 벤츠나 BMW, 폭스바겐, 아우디의 차를 강제로 판 게 아니라는 걸 잘 안다. 따라서 독일의 자동차 회사가 미국에서 판매 우위를 점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불공정한 무역 전략을 사용했다는 트럼프의 주장에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다. EU의 일원인 독일은 유로를 공통 화폐로 사용하기 때문에 환율 조작 같은 정책을 펼 수가 없다. 뛰어난 기술로 무장한 독일의 노조원들을 생각하면  생산 비용도 높을 수밖에 없다. 미국의 자동차 판매 브로슈어에서조차 독일차가 미국에서 가장 비싼 값에 판매되고 있다고 소개하는 마당에 불공정한 할인 판매 같은 일은 있을 수도 없다. 참고로 지난해 미국의 자동차 판매량은 1750만대에 달했는데, 약 8퍼센트에 해당하는 138만대가 독일이나 독일과 관련된 브랜드의 제품이었다. 이 정도로 독일이 미국 경제에 엄청난 위협이 된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반대로 미국에서 판매되는 독일차 대부분이 실제로는 미국에서 생산되고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한 것 아닐까? 독일의 자동차 회사는 미국에 공장을 세우고 1만5000명 이상의 미국인을 고용하며 미국 경제에 큰 공헌을 하고 있다. 공화당 지지 지역이기도 한 사우스캐롤라이나와 앨라배마, 테네시 등지에 있는 이들 공장은 많지는 않지만 높은 수준의 일자리를 제공해왔다. 이곳에서 지난해에만 85만대 이상의 자동차를 만들었는데 2016년의 경우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생산된 X3와 X4, X5, X6의 75퍼센트, 앨라배마에서 생산된 GL과 GLE 클래스의 59퍼센트가 미국 밖으로 수출됐다. 스파튼버그에 있는 BMW 조립 공장은 세계에서 가장 큰 BMW 공장이기도 하다. 

좌충우돌하는 행보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트럼프는 또 사실과는 전혀 다른 말을 쏟아냈다. 트럼프가 정말로 독일이 미국에 너무 많은 차를 팔고 있다고 믿는다면, 그래서 미국 자동차 산업과 일자리에 문제가 된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독일의 문제가 아닌 미국 자동차 산업 자체의 문제다. 독일산 승용차나 트럭을 선호하는 미국인이 있다면 그건 그들이 독일차의 성능과 스타일, 기능이 원하는 가격과 딱 맞아떨어진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대통령을 포함한 어떤 정치가라도 소비자들의 선택에 관여할 수는 없다. 벤츠나 BMW, 폭스바겐, 아우디와 경쟁하려면 GM과 포드, FCA의 기술진과 디자인팀, 홍보팀이 각자 최선을 다해야 한다. 판매자는 더 나은 상품을 만들고, 소비자에게는 선택의 자유를 허하라. 그것이 진짜 미국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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