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라면 누구나 컨버터블을 꿈꾼다. 결혼하지 않고 가끔씩 ‘썸’이나 타는 싱글남이라면 그 욕망이 더 클 거다. 조수석에 앉을 그녀가 얼마나 좋아하겠나. 하지만 결혼해서 아이 둘, 아니 하나만 있어도 컨버터블은 유니콘이 돼버린다. 꿈이 사라지는 거냐고? 아니, 현실이 발목을 잡는다. 큰돈 들여 산 컨버터블을 세컨드카로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건 진짜 부자들이나 누릴 수 있는 사치다. 

그런데 죽어도 짝사랑을 못하는 게 남자다. 한번 ‘꽂혔으면’ 어떻게든 결실을 맺어야 한다. 세상에 모든 것을 만족시키는 컨버터블은 없다(라고 쓰고 비싸다라고 읽는다). 그래서 현실과 어느 정도 타협해야 한다. 이것만 보장되면 ‘지르자’. 아이와 엄마가 앉을 수 있을 정도의 뒷자리와 작은 유모차가 들어가는 트렁크다. 작은 가방도 하나 더 들어가면 금상첨화다.

이런 고민을 했다면 자연히 시선은 벤츠 C 200 카브리올레로 향한다. C 쿠페에서 진화한 컨버터블이긴 하지만 뒷좌석 크기는 C 세단과 큰 차이 없다. 드나들기가 그렇게 불편하지도 않다. 앞 시트 옆쪽의 손잡이를 젖히면 등받이가 앞으로 쓰러지며 방석이 앞으로 움직여 통로를 만든다. 또한 도어가 커서 입구도 넓다. 덕분에 첫발만 잘 디디면 아주 우아하게 들어갈 수 있다.

앉았을 때의 느낌은 생각보다 안락하다. 두 명을 위한 자리인 까닭에 등받이와 방석이 쑥 들어가 있어 몸이 ‘착’ 하고 포개진다. 가운데에는 거대하고 단단한 고정식 컵홀더도 있다. 가운데가 꽤 널찍해 성인 남성 둘이 앉아도 몸을 치대는 일이 없다. 등받이가 조금 서 있는 편이지만 유아용 카시트를 설치하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물론 트렁크는 쿠페보다 작다. 소프트톱 수납공간 때문이다. 하지만 아주 불편한 정도는 아니다. 의외로 꽤 쓸 만하다. 이런 생각은 오늘 모인 차들과 비교하면서 한층 더 강해졌다. 사실 쿠페, SUV, 해치백 중 실용성이 가장 떨어지는 차는 쿠페다. 하지만 ‘오픈카’가 되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사실 SUV와 해치백의 실용성은 우뚝 선 C필러와 커다란 해치도어에서 나온다. 그런데 ‘오픈카’에선 이게 다 사라진다. 하지만 3박스 구조의 쿠페는 오픈톱을 달아도 큰 차이가 없다. 특히 루프를 닫고 파티션을 위로 올리면 트렁크가 세단처럼 널찍해진다. 캐리어든 유모차든 척척 들어간다. 

C 200 카브리올레는 주행 감각도 출중하다. 일단 가벼운 소프트톱을 쓰기 때문에 루프 개폐에 따른 무게 변화가 적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하드톱을 단 4인승 컨버터블은 루프를 열었을 때와 닫았을 때의 운전감각 차이가 꽤 있다. C 200 카브리올레는 강성도 꽤 괜찮다. 와인딩 로드나 트랙에 가면 쿠페와의 차이가 도드라지겠지만 일상적인 운전에선 큰 차이를 느낄 수 없다. 

게다가 C 200 카브리올레는 겨울에도 즐길 수 있다. 성능 좋기로 유명한 벤츠의 히팅 시트와 목 주위에 따뜻한 바람을 불어주는 에어스카프, 그리고 실내에 들이치는 바람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에어캡 덕분에 찬 바람이 두렵지 않다. 자, 그동안 ‘오픈카’를 그림의 떡처럼 구경만 하던 이 땅의 아빠들이여, 오늘 집으로 들어가 아내에게 이렇게 말해보자. “여보, 우리도 한겨울에 뚜껑 한번 열어 볼까?”  
글_김선관

 

이만큼 들어가요
트렁크 30인치 캐리어와 20인치 캐리어 or 20인치 캐리어와 절충형 유모차 or 26인치 캐리어와 휴대용 유모차 뒷좌석 30인치 캐리어, 26인치 캐리어, 20인치 캐리어, 절충형 유모차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낭만이 밥 먹여주냐고. 부모님과 식사를 하다 ‘오픈카’를 사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물었더니 이에 응답해주신 거다. 어머니의 말씀은 거드름이나 무시가 아니었다. 지극히 현실적인 조언이었다. 그 뜻에 공감 못하는 건 아니다. 사실 SUV가 잘 팔리는 건 바로 이 현실적인 고민 때문이다. 공간이 넉넉한 데다 높고 넓은 시야를 제공하며 험로 주파까지 가능하니 인기가 없을 수가 없다. 심지어 요즘 SUV는 세단이나 해치백 못지않게 스타일도 좋다. 한마디로 쓸모도 많고 폼도 좀 난다는 얘기다.

폼 나는 SUV라면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만한 게 없다. 스타일 좋고 자세도 잘 잡혔으며 안정감마저 좋다. 180마력에 43.9kg·m를 발휘하는 2.0리터 디젤 엔진과 9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은 가속성능이나 발진 감각이 기대에 못 미치지만, 골격이 탄탄해 운전대를 돌리는 맛은 꽤 괜찮다. 연비도 좋다. 그러면서 험한 길도 능숙하게 달린다. 50센티미터 깊이의 강을 건널 수 있고 접근각 19도에 이탈각 31도다. 램프각(Ramp Breakover Angle)은 18.9도다. 본격적인 오프로더만큼은 아니지만 도심형 SUV로선 분명 괜찮은 수준이다.

이런 레인지로버 이보크에 고맙게도 컨버터블이 있다. SUV 컨버터블이니까 쿠페 컨버터블이나 해치백 컨버터블보다 낫지 않을까? 컨버터블 한 대로 ‘열 일’하기에 말이다. 뭐, 앞좌석이야 다를 게 없을 거다. 관건은 뒷좌석과 트렁크다. 나중이라도 아이가 생길 거라 생각하면 충분히 확보돼야 할 공간이다.

이보크 컨버터블의 뒷좌석에 진입하려면 앞좌석과 등받이를 앞으로 밀고 숙여야 한다. 이게 레버 조작 한 번으로 다 되면 좋으련만 그렇지가 않다. 레버를 당겨 등받이를 앞으로 젖힌 뒤, 또 버튼을 눌러 시트를 앞으로 밀어야 한다. 살짝 아쉽다. 지붕을 닫은 상태에서 뒷좌석으로 들어가기엔 그나마 수월하다. 지붕이 높기 때문이다. 뒷좌석은 꽤 넉넉하다. 특히 무릎공간이 기대 이상이다. 넓다고 호들갑을 떨 정도는 아니지만 성인 두 명이 충분히 앉을 만하다. 팔걸이도 있다. 팔걸이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꽤 크다. 

유아용 카시트를 설치해 아이를 태울 정도의 공간도 확보된다. 사실 유아용 카시트는 의외로 많은 공간을 차지한다. 대체로 자동차 시트 방석 길이에 꽉 채워진다. 가끔은 앞으로 튀어나오기까지 한다. 그런데 영유아의 경우 카시트에 앉으면 대개 다리를 앞으로 쭉 뻗게 된다. 아직 허벅지 길이가 유아용 카시트 방석 길이만큼 자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뒷좌석이 좁으면 아이의 발이 앞좌석 등받이에 닿는다. 그럼 또 앞좌석에 앉은 부모는 아이가 불편할까 봐 시트를 앞으로 당겨 앉는다. 이러면 정말 서로 불편해질 수 있다. 이보크 컨버터블은 그래도 뒷좌석 공간이 그리 박하지 않다. 다행이다.

 

이보크 컨버터블의 작달막한 트렁크 문짝은 위로 들어 올려 여는 방식이다. 버튼을 누르고 힘줘서 들어야 하는데 문이 짧아 일반적인 해치백보다 힘이 더 든다. 불편하다. 지렛대에서 작용점과 받침점 사이의 거리가 짧을수록 힘이 더 드는 것과 같은 원리다. 트렁크는 또 작기까지 하다. 그런 데다 트렁크 바닥 아래 굳이 커다란 예비 타이어를 실었다. 실용성이 더 떨어졌다. 왜 펑처 수리 키트로 대체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게다가 이보크 컨버터블은 지붕을 열었을 때와 닫았을 때의 트렁크 크기가 같다. 지붕을 닫았을 경우 지붕 수납공간까지 짐공간으로 사용하도록 만드는 게 보통인데 이보크는 지붕이 들어가는 공간과 트렁크 사이를 철판으로 딱 구분해뒀다. 차체 강성 확보 때문이다.

랜드로버는 이보크 컨버터블 발표 당시 무게 배분과 비틀림 강성 변화를 최소화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붕이 없는 컨버터블은 좌우를 굳게 붙잡고 있는 부분이 적어 아무래도 비틀림 강성이 약하다. 그래서 이보크 컨버터블은 짐공간을 할애하면서까지 좌우를 붙잡는 철판을 하나 더 넣어 보강했다. 실용성보다는 주행감성을 더욱 배려한 조치다. 이보크답다. 그래도 휴대용 유모차와 기저귀 가방, 배낭 등을 같이 실을 수 있으니 됐다. 국내 여행 중 굳이 캐리어까지 꺼낼 일은 거의 없을 것 같다.

따져보니 컨버터블로 퍼스트카의 역할을 하기엔 아무래도 이보크가 가장 나은 것 같다. 연비 좋고 뒷좌석 넓고 레저용으로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를 생각하자. 유아용 카시트에 앉아도 불편해하지 않을 아이. 그리고 그 앞에 앉아 운전대 돌리는 재미를 만끽할 큰 아이까지. 답은 이보크 컨버터블이다.  
글_고정식(객원 에디터)

 

이만큼 들어가요
트렁크 30인치 캐리어 or 절충형 유모차 or 20인치 캐리어와 휴대용 유모차 뒷좌석 30인치 캐리어, 26인치 캐리어, 20인치 캐리어, 절충형 유모차

 

 

정말 있다. 컨버터블을 패밀리카로 쓰는 아빠 말이다. 내 친한 형 한 명도 몇 년 전 그랬다. 당시 네 살짜리 딸의 아빠였던 그는 비상용 유모차와 기저귀 가방을 넣을 수 있는 4인승 컨버터블을 찾아다녔다. 후보는 BMW 3시리즈 컨버터블, 벤츠 E 클래스 카브리올레, 렉서스 IS C, 인피니티 G37 컨버터블 등이었다. 모델을 결정한 그는 몇 달간 아내를 집요하게 설득하더니 결국 BMW 328i 세단(E90)에서 328i 컨버터블(E93)로 갈아타는, 평범한 아빠라면 누구라도 부러워할 빅딜에 성공했다. 

그러나 그의 봄날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아이 때문에 공간 압박에 시달렸고, 아이가 차에서 내리겠다고 할 때마다 동승석에서 내려 시트를 접어야 했던 아내가 어느 날 갑자기(라고 한다) 폭발했기 때문이다. 난 ‘오픈카를 사랑한 아빠’가 등장하는 그 한 편의 드라마를 라이브로 지켜보며 패밀리카로서의 컨버터블은 수명이 굉장히 짧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니깐, 아이가 조금만 크면 어차피 쓸모가 없어지니 적당히 앉을 수 있는 뒷자리와 작은 유모차를 실을 수 있는 트렁크만 갖추면 크게 상관없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난 ‘아빠를 위한 컨버터블’이라는 주제가 확정됐을 때 주저 없이 미니를 골랐다. 어차피 ‘오픈카’는 낭만을 위해 타는 차 아닌가? 아담한 차체와 감성적인 안팎 디자인에 오픈 에어링까지. 미니 컨버터블만큼 낭만을 극대화할 수 있는 차는 흔치 않다. 혹시 누가 아나. 아내와 아이가 이 차를 사랑하게 될지. 게다가 미니 컨버터블은 운전재미까지 끝내준다. 경쾌한 엔진과 빠릿빠릿한 스티어링, 그리고 탄력 넘치는 서스펜션 덕분에 운전하는 매 순간이 즐겁다. 

그런데 막상 촬영일이 되자 조금 불안해졌다. 우리가 준비한 테스트용 소품들이 미니 컨버터블에게는 너무 거대해 보였기 때문이다. ‘이거 천하에 쓸모없는 차 취급을 받는 거 아냐?’라는 걱정까지 들었다. 작년 세대교체를 거치며 짐공간이 24퍼센트나 늘었다고 하던데 도무지 왜 이 모양인 건지 알 수 없었다. 특히 트렁크 입구가 너무 좁아 보였다.

‘트렁크 배틀’에서 지기 싫었던 난(종종 세상 쓸모없는 일에 승부욕이 발동한다) 미니 컨버터블의 트렁크 안을 유심히 살폈고 두 개의 스윙 레버를 젖히면 소프트톱 끝부분이 들리며 입구가 넓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덕분에 미니 컨버터블의 트렁크가 코끼리처럼 큰(미니 입장에선 그렇다) 이보크 컨버터블의 그것보다 더 실용적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이보크 컨버터블의 트렁크에는 우리가 준비한 3개의 캐리어(20, 26, 30인치) 중 어떤 조합으로도 2개를 넣을 수 없었지만 미니 컨버터블의 트렁크에는 20인치와 26인치가 한꺼번에 실렸다. 

물론 뒷좌석은 미니가 가장 좁았다. 차체가 작기도 작은 데다 톱 개폐 기구가 숨겨져 있는 뒤 펜더 안쪽이 비좁아 내장재가 실내로 꽤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릎공간이 넉넉하고 시트 방석 뒤쪽이 푹 꺼져 있어 자세는 그럭저럭 편안하다. 

 

미니 컨버터블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선루프 기능이다. 루프 앞쪽만 뒤로 밀어 여는 기능인데 윈드실드가 바짝 서 있어 개방감이 엄청나다.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돼 루프를 열 수 없을 때 아주 유용하다. 지붕을 열거나 닫는 데는 약 18초가 걸리며 시속 30킬로미터 이하라면 언제든지 작동된다. 기존 미니 컨버터블의 가장 큰 디자인적 단점이었던 크롬 롤오버 바도 이제 자취를 감췄다. 

사실 이전의 미니 컨버터블은 많은 것을 포기해야 탈 수 있는 차였다. 실내와 트렁크가 지금보다 훨씬 좁았고 운전 감각과 승차감도 거칠었다. 엔진 소리도 사나웠다. 그래서 디자인을 보고 샀다 놀라서 되파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미니 컨버터블은 다르다. 이전보다 훨씬 나긋나긋하고 쓸모 있다. 동급에선 경쟁자를 찾을 수 없을 정도. 음? 그러고 보니 이제 이 급 오픈톱 모델은 미니 컨버터블밖에 없다. 시장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았다는 건 그만큼 경쟁력이 크다는 이야기다.  
글_류민 

 

이만큼 들어가요
트렁크 30인치 캐리어 or 26인치 캐리어와 20인치 캐리어 or 절충형 유모차 or 20인치 캐리어와 휴대용 유모차 뒷좌석 30인치 캐리어, 26인치 캐리어, 절충형 유모차

 

 

모터트렌드, 오픈카, 컨버터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