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빛이 쏟아지는 폭포 
작년 한 해 동안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많이 리그램된 사진은? 바로 캐나다의 나이아가라 폭포다. 명불허전의 여행지 나이아가라 폭포는 작은 스마트폰 화면 속에서도 독보적으로 빛을 발하는데, 눈앞에서 목도하는 감상에 대해선 굳이 말할 필요가 없겠다. 한여름 밤 나이아가라는 조금 더 특별해진다. 5월 초부터 10월까지 밤마다 무지갯빛 조명이 더해진 폭포가 신비한 빛을 뿜으며 쏟아지는 것. 거기다 금요일, 일요일, 캐나다 공휴일에는 불꽃놀이가 더해진다. 일루미네이션과 불꽃놀이 시간에 맞춰 운행되는 혼블로어 크루즈에 오르면 그토록 고대하던 인생 샷이 눈 깜짝할 사이에 완성된다. 이 웅장한 광경을 목격한 뒤에는 경사진 언덕길을 따라 번화가인 클리프턴 힐로 향할 것. 형형색색으로 빛을 발하는 숍, 레스토랑, 호텔, 카지노, 박물관은 현실감 없이 아름다워서 마치 영화 속 <라라랜드>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프랑스, 파리 낭만의 극치 
파리로 말할 것 같으면 낮에는 눈부시고, 밤에는 낭만적이다. 어느 시간대라도 늘 사랑스러운 도시지만 한여름 밤은 조금 더 특별하다. 그 증거는 도시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첫째,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열리는 야외 영화관이다. 북동쪽 19구의 라발레트 공원에서는 매년 여름 다른 테마로 영화 축제가 열리는데, 올해의 테마는 ‘요리’다. 프랑스의 최신작뿐 아니라 컬트 영화, 독립 영화 등 다양한 영화를 무료로 볼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작년 여름부터 야간 개장을 시작한 파리의 공원도 서머 시즌의 핫 플레이스. 파리에서 기차로 30분만 벗어나면 또 다른 낭만의 밤이 기다리고 있다. 베르사유 궁전은 여름철에만 열리는 야간 분수 축제로 세월이 축적한 아름다움이 빛을 발하고, 베르사유 궁전 건축에 영감을 준 보 르 비콩트 성에서는 2000여 개 초로 밝히는 촛불의 밤으로 영롱해진다. 

스위스, 취리히 힙스터가 노는 방법 
취리히 로컬에게 ‘요즘 가장 핫한 밤의 명소’를 물으면 너 나 할 것 없이 ‘프라우 게롤츠 가르텐(Frau Gerolds Garten)’이라고 외친다. 오래전, 산업 지대였던 취리히 서부에 각종 문화 공간이 들어서면서 프라임 타워 공사장 근처에 임시 프로젝트로 시작된 비어 가든이다. 여름밤 오직 차가운 맥주 한잔을 찾는 이들이 모이던 프라우 게롤츠 가르텐에는 현재 스위스의 아트 신을 생생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다양한 숍과 가든 커뮤니티가 들어섰다. 취리히 시민의 어엿한 아지트가 된 것. 특히 여름에는 늦은 밤까지 문이 활짝 열려 있어 종일 눌러앉아 사랑방 삼기 좋다. 차가운 맥주 한 모금 입에 문채, 차갑고 오래된 컨테이너를 배경으로 철도가 뻗어 나가는 극적인 풍경을 만끽하며 즐기는 문화의 장은 스위스의 밤을 새롭게 바꿨다. 

페루, 금빛의 광장 
페루 쿠스코에 밤이 찾아오면 형형색색 컬러는 온데간데없어지고, 오직 금빛만 남는다. 어둠 속에서 드러나는 황금빛 쿠스코는 낮에 알던 쿠스코와는 사뭇 다르다. 그중에서도 아르마스 광장이 백미인데, ‘아우카이파타(Haukaypata)’라 불린 잉카 제국의 중심지 말이다. 오랜 시간을 품은 건축물과 탁 트인 광장, 널찍한 돌길, 정원으로 이루어진 이곳은 여행자뿐 아니라 주민에게도 두루 사랑받는 공간. 특히 거리 예술가의 공연이 끊임없이 펼쳐져 절로 흥에 취할 수 있다. 근처에는 대성당, 역사 박물관 등이 있어 쿠스코 여행의 거점으로 삼기도 좋다. 특히 아르마스 광장 북동쪽 끝에 있는 산블라스(San Blas) 지구의 돌길을 따라 올라가면 쿠스코 도시 전체의 야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미국, 음악에 취하는 밤 
블루스 음악의 발상지이자 로큰롤의 스피릿이 깃든 도시, 멤피스.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가 태어나고 잠든 도시, 루이 암스트롱이 음악을 시작한 도시라 하면 좀 더 이해하기 쉬울까? 그들은 떠났지만 그들이 남긴 음악은 뿌리 깊은 나무처럼 이 도시에서 여전히 생명력을 지닌다. 철저히 멤피스의 피가 흐르는 현지인부터 블루스와 로큰롤을 사랑해 찾아온 마니아까지 ‘음악’이라는 코드 아래 일말의 거부감 없이 뒤섞이는데, 그 활기를 제대로 느끼고 싶으면 루이 암스트롱과 비비킹이 음악을 시작했던 빌 스트리트로 향하면 된다. 빌 스트리트의 백미라 불리는 실키 오설리번스 펍(Silky O’Sullivan’s Pub)이나 비비 킹스(B.B. King’s)에서 가볍게 목을 축인 뒤, 현지인에게 사랑받는 더 블루 웜(The Blue Worm)으로 가서 본격적으로 취해볼 것을 추천한다. 

이탈리아, 노을이 빚은 걸작
도시 전체가 그야말로 작품처럼 느껴지는 이탈리아 피렌체. 메디치 가문의 예술을 향한 열정과 절대적 지지에 힘입어 완벽한 작품으로 탄생한 이 도시의 밤은 어느 각도에서 바라봐도 빼어나다. 도시의 여정은 두오모 주변과 아르노 강변을 거닐며 이어진다. 피렌체의 상징인 브루넬레스키의 돔에서 바라보는 도시의 전경은 가장 탁월하다 할 만하다. 특히 노을이 극적으로 아름다운 두오모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Santa Maria del Fiore)와 천국의 문이 있는 세례당, 높이 82m의 걸작 조토의 종탑에서 시작해 메디치 예배당, 군주의 예배당 등으로 구성된 산 로렌초 교회가 붉디붉은 노을을 입으면서 낮보다 화사하고 찬란한 모습을 드러낸다. 피렌체 야경의 정석이라 불리는 미켈란젤로 언덕이나 베키오 다리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터키, 보드룸의 탁월한 흥 
터키의 밤이 좀 시시하다 싶으면 고대 도시 ‘보드룸’으로 향할 것. 밤 문화가 상대적으로 미약한 유럽에서 터키의 보드룸은 화려한 밤의 도시로 꼽힌다. 에게해의 맑은 물 덕분에 훌륭한 다이빙 사이트로 소문 나면서 삼삼오오 모여든 힙스터는 자연스럽게 이곳을 놀기 좋은 밤의 도시로 탈바꿈시켰는데, 매일 해가 질 무렵이면 에게해 연안을 따라 핫한 클럽과 카페, 레스토랑, 펍이 흥과 열기로 들썩거린다. 근사한 호텔과 펜션이 줄지어 늘어선 긴 해변이 명물인 귐베트(Gümbet) 지역, 자갈 해변과 아름다운 모래사장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귀뮈슐뤼크(Gümüşlük) 지역, 화려한 선착장을 자랑하는 투르구트레이스(Turgutreis), 세계 부호들의 사랑을 받는 세일링 명소 비테즈(Bitez)까지. 어둠이 내려앉은 보드룸의 밤을 즐기려는 이들의 움직임은 이토록 다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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