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도 이런 호사가 없다. BMW 750Li x드라이브에 바워스 앤드 윌킨스(B&W)가 더해졌다면 의심할 여지 없이 최고와 최고의 만남이다. 심지어 완성된 7시리즈에 그저 오디오를 끼워 넣은 것도 아니다. 오로지 7시리즈만을 위해 설계했다. 이런 오디오로 아무 앨범이나 들을 수 없다. 고민 끝에 고른 첫 앨범은 니아(Niia)의 첫 번째 정규앨범 <I>다. ‘Hurt You First’와 ‘Body’ 등의 싱글을 통해 깊은 인상을 남겼던 그녀의 목소리를 바워스 앤드 윌킨스의 오디오로 듣는다면 정말 황홀할 것 같았다. 앨범을 시작하는 ‘Prelude’가 흘러나온다. 간명한 피아노와 베이스 위로 겹겹이 쌓인 음성만으로 커다란 공간이 가득 메워진다. 역시 바워스 앤드 윌킨스! 뒤이어 익숙한 808 드럼 위로 무뚝뚝한 신시사이저가 올려진 ‘Hurt You First’가 나온다. 담담하게 이별을 선언하는 가사까지 매력적인 니아의 대표곡이다.

그런데 귀가 자꾸 거슬린다. 음향 모드 때문일지 몰랐다. 설정 메뉴에 들어가니 다섯 가지 모드를 지원했다. 음원의 소리를 그대로 들려주는 ‘스튜디오’, 대형 연주회장의 객석에서 듣는 느낌의 ‘연주회’, 연주 중인 무대 위에서 직접 듣는 기분을 내는 ‘무대 위’, 영상을 볼 때 적합한 극장식의 음향을 지원하는 ‘영화관’, 뒷좌석에 최적화된 ‘라운지’가 있다. 지금 맞춰져 있던 건 연주회였다. 스튜디오로 하니 소리가 조금 정제된 느낌이다. 물론 음향효과가 제거돼 그렇게 들렸을 거다. 무대 위 모드에서 날카로운 느낌이 좀 덜했다. 하지만 여전히 귀가 좀 아렸다.

이어진 ‘Sideline’은 베이스가 전체적인 사운드를 이끌어간다. 그 위로 니아의 목소리와 현악기가 긴장감 넘치게 파고든다. 그런데 베이스는 크게만 들릴 뿐 충분히 낮게 깔려 중심을 잡진 못한다. 현악기는 기대보다 냉랭하다. 가까운 곳에서 날아와 뾰족한 끝으로 귓 속을 콕 찌르는 느낌이다. 스네어 역시 바로 귀 높이에서 터져 울린다. 여전히 날카롭다. <I>가 7시리즈의 바워스 앤드 윌킨스와 안 어울리는 걸까? 이별을 노래하는 니아의 앨범과 일단은 이별해야겠다.

새로 집은 앨범은 존 메이어(John Mayer)가 4년 만에 발표한 7번째 정규앨범 <The Search for Everything>이다. 공교롭게 또 이별을 노래하는 앨범이다. 존 메이어가 “지난 5~6년간 유일하게 진지하게 만났던 단 한 사람을 생각하며 만든 앨범”이라고 밝힌 만큼 이별을 추억과 아쉬움으로 노래한 앨범이다.
‘Still Feel Like Your Man’부터 스피커를 타고 나왔다. ‘이미 헤어진 우리지만 난 아직도 네 남자 같아’라는 가사는 물론 연주와 목소리 모두 꿀이 뚝뚝 떨어진다. 아쉬움보단 순애보에 가깝다. 그런데 스네어는 여전히 귀를 찌른다. 스네어 소리와 트위터 스피커의 궁합이 좋지 않아서일까? 백금으로 코팅한 다이아몬드를 사용해 만든 트위터 스피커라 알고 있는데, 예상 밖이다.

기왕 이렇게 된 거 그래도 입체적인 사운드는 훌륭히 구현하겠지 싶어 자미로콰이(Jamiroquai)가 무려 7년 만에 발표한 8번째 정규앨범 <Automaton>을 틀었다. 현란한 신시사이저와 특유의 그루브가 정말 가만히 있질 못하게 만드는 앨범이다. 펑크(Funk)와 디스코는 물론 애시드 재즈까지 넘나들며 자미로콰이의 건재함을 과시하는 <Automaton>을 다이아몬드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은 과연 어떻게 구현할까?

소리와 구성은 깔끔하게 잘 들린다. 그런데 사운드 스케이핑이 그리 명확하게 구현되진 않았다. 다만 날카롭게 꽂히던 소리가 조금은 부드러워졌다. 먼저 들은 두 앨범에 비해 소리가 좀 더 낮게 깔렸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바워스 앤드 윌킨스는 볼보 XC90에서 최상의 궁합을 보여줬다. 전율할 만큼 황홀했다.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와의 조화도 훌륭했다. 특히 라이브 실황을 들을 땐 마치 현장에 있는 듯한 생생함에 행복했다. 반면 BMW 7시리즈에서 들은 바워스 앤드 윌킨스는 예상 밖이었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어째 오늘 들은 앨범들은 하나같이 이별을 노래하고 있다.  
글_고정식(객원 에디터)  

750Li x드라이브에 적용된 바워스 앤드 윌킨스는 1400와트 출력의 10채널 앰프와 16개의 스피커가 실내 전체에 정확하고 풍부한 사운드를 출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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