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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커버리는 역시 디스커버리다

매끈하고 묵직한 거침없이 장대한, 누가 뭐래도 디스커버리

2017.07.11

촬영 전 신형 디스커버리 공식 사진을 살펴보다 희한한 점을 발견했다. 앞모습을 대부분 아래서 올려 찍었다는 사실이다. 높은 앵글이래도 성인 눈높이 정도다. 왜 그랬을까. 이유는 촬영을 마치고 나서야 깨달았다. 랜드로버는 분명 네모반듯 당당한 이전 디스커버리와의 연관성을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신형 디스커버리는 코끝이 조금 뭉툭하다. 때문에 내려다보면 이전보다 다소 늘씬해 보인다.

디스커버리는 지난 1989년에 데뷔했다. 시작은 ‘보급형 레인지로버’였지만 지금은 ‘전천후 7인승’이라는 확고한 영역을 구축했다. 27년간 한 번의 세대교체와 두 번의 부분변경만을 거치며 형태와 성격을 유지했음에도 무려 120만대 이상이 팔렸다. 큰 변화 없이 장수했다는 건 곧 극성팬이 많다는 이야기. 랜드로버가 사진 각도에까지 신경을 곤두세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극성팬은 자신의 우상이 변치 않길 바란다. 

그런데 이는 디스커버리만의 고민이 아니다. 폭스바겐 골프, 미니 3도어 해치백, 포르쉐 911 등 각 장르의 아이콘 대부분이 세대교체 때마다 이런 걱정을 반복한다. 사실 신형 디스커버리의 디자인은 한참 전에 공개됐다. 지난 2014년 뉴욕 모터쇼에서 선보인 디스커버리 비전 콘셉트와 고스란히 겹친다. 필러리스 보디, 코치 도어 등의 일부 쇼카적인 요소만 빼면 말이다. 출시 2년 전에 완성형에 가까운 디자인을 공개한 것도 어쩌면 극성팬을 위한 충격 완화 요법이었을지 모르겠다. 뭐, 반응을 살피기 위한 ‘떠보기’였을 수도 있지만. 

 

환골탈태 실내는 간결하다.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수준이다. 레이아웃이 반듯하기도 하지만 중요도가 낮은 버튼을 말끔하게 정리했기 때문이다. 공조장치 뒤에 비밀 수납공간도 있다. ‘OPEN’ 버튼이 조금 큰 게 흠이지만.

 

모두의 디스커버리 3열은 성인 두 명이 앉아도 편안할 만큼 넉넉하다. 랜드로버는 신장 190센티미터까지 커버한다고 하는데 직접 확인하진 못했다.

 

다행히 디스커버리 특유의 분위기는 그대로다. 면과 면이 만나는 곳을 매끈하게 다듬고 앞뒤 램프를 납작하게 누르긴 했지만(덕분에 공기저항계수가 0.40에서 0.33~0.35까지 떨어졌다) 여전히 묵직하고 장대하다. 계단식 루프나 비대칭 테일게이트와 같은 기존 특징들도 악착같이 유지했다. 차체가 커진 까닭에 남성미는 오히려 더 짙어진 편. 신형은 이전보다 135밀리미터 길고 85밀리미터 넓다.


몸집을 키우고 편의장비를 늘렸음에도 무게는 480킬로그램이나 줄었다. 보디 온 프레임과 모노코크의 중간 성격인 인티그레이티드 보디 프레임에서 모노코크 방식, 그것도 전체의 85퍼센트가 알루미늄인 새 골격을 밑바탕 삼았기 때문이다. 또한 라디에이터 그릴과 범퍼 등을 지지하는 차체 앞쪽 패널은 마그네슘으로 빚고 테일게이트는 강화 플라스틱으로 짠 후 시트 프레임은 초고장력 강판으로 엮었다. 


물론 감량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무작정 덜어내다 보면 어찌됐건 무게는 줄어들 테니까. 그것보단 강성을 유지하는 게 진짜 기술이다. 디스커버리는 이전처럼 무게 3500킬로그램의 트레일러를 끌 수 있다. 파노라마 루프를 얹은 알루미늄 모노코크 2박스 차체로 이런 성능을 내는 건 절대적으로 랜드로버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겉모습처럼 실내도 비전 콘셉트 카에서 가져왔다. 좌우대칭 대시보드에 공조장치와 디스플레이, 그리고 송풍구를 차례대로 쌓아 올린 센터페시아를 붙여 차분한 느낌을 냈다. 레이아웃도 그렇지만 정신없이 나열돼 있던 버튼들을 정리한 덕분에 한결 깔끔하다. 스티어링휠은 큼직한 스위치로 오프로더 느낌을 강조한 4스포크 타입.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커다란 디스플레이와 빠른 반응, 그리고 다양한 앱이 특징인 인컨트롤 터치 프로다. 


디자인과 오프로드 성능으로 유명하지만 사실 디스커버리는 아주 실용적인 SUV다. 특히 3열 시트가 비상용이 아니라는 점이 마음에 든다. 랜드로버의 주장(신장 190센티미터까지 커버한다)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대한민국 성인 남성 평균 키(175센티미터라고 주장한다)인 내겐 아주 넉넉했다. 

 

시야도 굉장히 쾌적하다. 1열에서 3열까지 뒤쪽으로 갈수록 방석을 높였기 때문이다. C필러 부근에서 지붕을 살짝 부풀린 까닭에 머리 위 공간이 줄어드는 일은 없다. USB 포트를 9개, 12볼트 아웃렛을 6개나 단 것 역시 7명 모두의 편의를 위한 것. 2개의 글로브 박스와 센터콘솔 냉장고까지 갖춰 두 가족이 여행하기에도 충분하다. 만약 야외활동을 즐긴다면 옵션으로 준비되는 팔찌형 방수키(액티비티키)도 유용하겠다. 


2~3열 시트는 전동식이다. 버튼은 물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나 전용 앱을 설치한 모바일 기기로 접거나 펼 수 있다. 짐 공간 크기는 7명이 탔을 때도 보스턴백 3~4개를 실을 수 있는 258리터이며 3열 시트를 접었을 때는 698리터, 2열까지 접으면 2406리터로 늘어난다. 위아래로 나뉘어 열리던 구형 테일게이트의 활용성(아래쪽을 벤치로 쓸 수 있었다)은 트렁크 안쪽 입구에 전동 접이식 파티션을 달아서 그대로 구현했다. 최대 300킬로그램을 버텨 성인 3명이 걸터앉아도 불안하지 않다. 테일게이트가 커져 처마로서의 성능이 눈부시게 개선됐다는 건 생각지도 못한 덤이다. 

 

모험의 DNA 계단식 루프, 비대칭 테일게이트, 보디컬러 C필러 등 기존 디스커버리의 특징은 모두 그대로다.

 

신형 디스커버리에는 총 4종의 엔진이 준비된다. 그중 국내에는 2.0리터 디젤 터보 SD4와 V6 3.0리터 디젤 터보 TD6가 우선 수입된다. SD4는 기존 180마력 인제니움 엔진(TD4)의 최신 고출력 버전이다. 특징은 배기량이 믿기지 않을 만큼 높은 최대토크. 고정식 소형 터보차저와 가변식(VGT) 중형 터보차저를 엮은 시퀀셜 바이터보 방식으로 1500rpm부터 무려 51.0kg·m를 쏟아낸다. 물론 240마력도 직렬 4기통 2.0리터 디젤에서는 일반적이지 않은 수치다. 


시승차는 최고출력 258마력, 최대토크 61.2kg·m의 TD6 퍼스트 에디션이다. 이전과 같은 구성이지만 정숙성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개선됐다. 실내는 물론 차체 앞쪽에서도 조용할 정도. 소형 디젤 엔진을 섭렵하며 쌓은 진동과 소음에 대한 노하우가 고스란히 녹아든 느낌이다.


가속 감각은 꽤 경쾌하다. 넉넉한 힘을 부드럽게 풀어내는 V6 엔진 덕분이다. 0→시속 100킬로미터 가속시간이 8.1초에 불과하지만(이전 동급 사양에 비해 무려 1.2초가 줄었다) 그보다 더 반가운 건 운전 감각의 변화다. 피드백이 더딘 운전대, 서스펜션의 억센 반응, 가감속에 따른 불쾌한 피칭 등 이전 디스커버리의 모난 구석을 세심하게 갈아냈다. 뒤 서스펜션을 인티그럴 멀티링크 방식(앞은 이전처럼 더블 위시본이다)으로 바꿔 꽁무니의 움직임도 더 차분해진 편. 심지어 험로에서 생기는 충격까지 매끈하게 소화한다. 물론 무게 이동 감각이 뚜렷해 큰 차 고유의 여유로운 느낌만큼은 여전하다. 


사륜구동 시스템은 2단 트랜스퍼와 리어 디퍼렌셜 록으로 구성된다. 구동력 배분율은 기본 50:50이며 시속 60킬로미터 이하에서는 언제든 로기어를 선택할 수 있다. 토센 디퍼렌셜로 구동력을 62:38에서 22:78까지 바꾸는 1단 트랜스퍼 사양도 준비되나 국내 도입 여부는 미정이다. 접근각은 34도, 탈출각은 30도, 브레이크 오버각은 27.5도다. 


최저 지상고는 220밀리미터다. 하지만 에어서스펜션을 고를 경우(시승차인 퍼스트 에디션은 기본이다) 283밀리미터로 높아지며 필요시 40밀리미터를 낮춰 적재 편의성을 높이거나 75밀리미터를 높여 바위를 타고 넘을 때 바닥 긁을 염려를 덜 수 있다(트레일러를 연결할 때도 편하다).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은 자동 대응 능력을 개선한 2세대. 주행모드는 자동, 기본, 눈길, 풀밭, 진흙, 바위 등으로 나뉘며 오프로드 초보자도 쉽게 진창을 헤치고 나오거나 급경사를 내려갈 수 있게 돕는 전지형 프로그레스 컨트롤(ATPC)과 내리막 주행 제어장치(HDC) 등을 갖춘다. 


도하 능력은 700밀리미터에서 900밀리미터(에어서스펜션 기준, 기본 850밀리미터)로 늘었다. 당연히 발전기, 에어컨 컴프레서, 스타터 등의 부품은 방수 처리를 거친다. 참고로 랜드로버의 부품 내구 기준은 다른 제조사에 비해 월등히 높다. 심지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먼지 투과율마저도 빠듯하다. 디스커버리 개발진이 영하 40° 이하의 스웨덴과 영상 50° 이상의 두바이 등 전 세계 20개국 이상에서 160만 킬로미터를 넘게 달렸다는 사실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도 다 이런 높은 기준 때문이다

 

세대교체를 통해 디스커버리는 변했다. 그런데 랜드로버에겐 이보다 큰 변화가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럭셔리(레인지로버), 레저(디스커버리), 다목적(디펜더) 등 라인업을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고 있는 입장에선 특수 목적에서 다목적으로 가려 하는 디펜더(지금은 단종됐다)에게 힘을 싣고 디스커버리 스포츠와의 연관성을 강화하기 위해 디스커버리를 조금 더 온순하게 다듬는 편이 더 좋았을 수도 있다. 목을 조여오는 환경규제도 문제다. 랜드로버처럼 덩치 큰 SUV만 만드는 회사라면 더더욱 그렇다. 언제까지고 효율이 떨어지는 각진 차체와 무거운 골격을 고집할 수는 없다.


이런 안팎의 제약에도 랜드로버는 디스커버리 핵심 가치를 온전히 지켜냈다. 이를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최신 기술을 쏟아부었다. 이런 정성이 아니었다면 차체를 키우고 강성을 유지하면서 무게의 약 5분의 1을 덜어내는 마법은 절대로 부릴 수 없었을 것이다. 


디자인은 또 어떻고. 13년 만에 잡은 세대교체라는 카드를 이 정도 수준에서 마무리할 때 생긴 아쉬움과 잡음이 얼마나 컸을지는 상상할 수도 없다.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지우기. 진화의 모범 답안이다. 디스커버리는 이 과정을 그대로 따랐다. 다음 세대교체가 언제일지, 또 어떤 변화를 겪을지는 알 수 없지만 그때까지 디스커버리의 극성팬이 등을 돌릴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   

 

 

알루미늄 D7u 플랫폼의 완성형
랜드로버는 디스커버리를 최상위 모델인 레인지로버의 기술로 만든다. 첫 디스커버리도 당시 레인지로버의 보디 온 프레임 섀시를 이용했다. 이전 작인 디스커버리 3와 4도 마찬가지다. 2002년 3세대 레인지로버에 사용된 인티그레이티드 보디 프레임(IBF)을 변형해 사용했다. 신형 디스커버리(L462)도 이런 전통(?)을 따라 레인지로버(L405)의 알루미늄 모노코크 플랫폼인 D7u를 밑바탕 삼는다. 정확히는 신형 레인지로버 스포츠(L494)에 가깝지만 뿌리는 같다. 


D7u는 공개와 함께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드코어 SUV를 위해 개발된 최초의 알루미늄 모노코크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하드코어란 막강한 오프로드 성능과 최대 3500킬로그램의 견인력을 뜻한다. 세단보다 강성 확보가 어려운 박스 형태의 차체로 이 둘 모두를 만족시키기란 쉽지 않다. 차체가 좌우로 꼬이지 않게 비틀림 강성을 확보하려면 구조, 재질, 조립 방법 등 모든 부분을 신경 써야 한다. 그러니까 뛰어난 오프로드 성능과 견인력을 위해선 강인한 차체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랜드로버의 첫 모노코크 SUV는 1997년의 프리랜더였다. 도심형 SUV를 추구한 프리랜더는 랜드로버 최초로 저단 기어가 없는 1단 트랜스퍼와 이를 보완할 내리막 주행 제어장치(HDC)를 얹은 차였다. 공차중량 1600킬로그램대로 조금 무거운 편이었으나 견인력은 1130킬로그램이나 됐다. 당시 무게 1400~1500킬로그램대인 동급 SUV들의 견인력이 대부분 600~700킬로그램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바닥에 강성 보강용 프레임을 구조적으로 조합한 인티그레이티드 보디 프레임과 ‘랜드로버라면 이 정도는 돼야지’라는 자부심이 빚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랜드로버의 알루미늄 기술은 이미 충분히 무르익었다. 한식구인 재규어가 2003년부터 알루미늄 모노코크 세단인 XJ(X350)를 생산했기 때문이다. 이는 연간 10만대 이상 생산이 가능한 최초의 대량생산 알루미늄 섀시였다. 알루미늄은 형태 가공이 쉽지만 조립은 어려운 재질이다. 공기 중에 노출되면 표면 산화가 빠르고 용접에 따른 변형이 크기 때문이다. 당시 재규어는 항공기 조립에 쓰이던 구조용 접착제와 셀프 피어스 리벳을 활용했다. 덕분에 재질과 크기가 비슷한 아우디 A8보다 200킬로그램 이상 가벼웠다. 


랜드로버는 알루미늄 합금을 목적에 따라 주조, 압연, 사출 등 다양한 방법으로 가공한다. 도어, 트렁크 리드 등에는 철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같은 재질을 적절히 섞어 사용한다. 3500킬로그램의 견인력을 가진 신형 디스커버리는 공장에서부터 토 히치(기본) 또는 전동식 견인 고리(옵션)를 달고 나온다. 즉, 신형 디스커버리의 섀시는 오프로드와 견인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랜드로버의 브랜드 특성과 재규어랜드로버의 알루미늄 기술이 완성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

 

 

 

모터트렌드. 자동차, SU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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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디스커버리,신형 디스커버리,랜드로버,DISCOVERY TD6,수입 suv

CREDIT Editor 류민 Photo 최민석, 김형영 출처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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