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SUV다 미니 쿠퍼 컨트리맨은 누가 봐도 영락없는 미니다. 하지만 한층 당당하고 넉넉하며 고급스러운 미니다. 여기에 오프로드 성능까지, 오우. 미니 고유의 운전 재미도 여전하다.

 

미니는 프리미엄 콤팩트 브랜드다. 그러니까 작고 고급스러운 차를 만드는 회사라는 이야기다. 물론 값이 만만치 않다. 핵심 모델인 3도어 해치백이 좋은 예다. 예쁘고 잘 만든 차지만 기본형이 무려 2990만원이나 된다. 컨트리맨의 값 역시 마찬가지다. 성격이 가장 비슷한 피아트 500X보다 약 1000만원이나 더 비싸다(2.0리터 디젤 사륜구동 모델 기준). 비공식 할인까지 따지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이런 컨트리맨이 최근 2세대로 거듭났다. 이전보다 남성미를 강조하긴 했지만 안팎 디자인이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대신 상품성이 눈부시게 개선됐다. 일단 차체가 커졌다. BMW와 공유하는 신형 플랫폼(UKL2)을 활용해 길이 199밀리미터, 너비 33밀리미터가 늘었다. 덕분에 이전보다 더 당당해 보인다. 참고로 실내 공간 크기에 영향을 미치는 휠베이스(2670밀리미터)는 무려 75밀리미터가 커졌다. 푸조 3008 SUV(2675밀리미터)나 토요타 RAV4(2660밀리미터) 등 C 세그먼트 모델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실내 역시 이전보다 한층 고급스럽다.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가 담긴 원형 패널로 주도한 레이아웃은 그대로지만 우레탄, 가죽, 하이글로시 패널 등 고급 소재의 비율이 확연히 늘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8.8인치 모니터, 전동 시트, 전동식 테일게이트 등 옵션 수준도 화려하다. 사실 이전 컨트리맨의 실내는 ‘프리미엄 모델’이라고 표현하기가 조금 애매했다. 딱딱한 플라스틱이 지나치게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형은 이 표현을 누구나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눈부시다. 뒷좌석은 그 어떤 동급 경쟁자보다도 편안하다. 긴 휠베이스에서 비롯된 넉넉한 무릎 공간 덕분에 중형 SUV가 부럽지 않다. 차체가 짧고 바퀴를 네 귀퉁이로 몰아낸 까닭에 짐 공간이 넓진 않지만 뒷자리 시트 쿠션을 앞으로 약 13센티미터 밀거나 등받이를 세울 수 있게 만들어 활용성을 높였다. 트렁크 크기는 평소 450리터인데 등받이를 모두 접으면 1309리터까지 늘어난다. 

 

신형 컨트리맨은 이전 모델에 비해 실내가 한층 고급스러워졌다. 이제 미니의 프리미엄 모델이라 불러도 좋다.

 

차체를 키우면서 조금 나긋해지긴 했지만 미니 고유의 운전 재미는 여전하다. BMW의 기술이 녹아든 모델답게 엔진은 매끄럽고 끈기 있게 회전하며 스티어링은 조작과 반응의 간극이 빠듯하다. 하지만 컨트리맨의 가장 큰 장점은 낮고 고르게 퍼져 있는 무게중심이다. 운전대를 잡아채는 도중에도 가속페달을 부담 없이 밟을 수 있을 정도로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한다. 앞머리가 무거운 까닭에 언더스티어가 잦은 편이지만 늘 예측 가능한 수준이며 초기 단계부터 자세제어 장치가 개입해 궤적을 부드럽게 다잡는다. 컨트리맨은 국내에서 출력과 구동방식, 옵션에 따라 네 가지 모델이 있다. 파워트레인은 모두 2.0리터 디젤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인데 저출력(150마력) 버전인 D 모델(4340만원)은 앞바퀴굴림 방식의 기본 모델이고, 그 위로 사륜구동 시스템을 얹은 올4(4580만원)와 8.8인치 와이드 디스플레이, 좌우 독립 공조장치, 전동식 테일게이트 등을 더한 올4 하이트림(4990만원)이 있다. 

참고로 시승차는 사륜구동 시스템과 모든 옵션을 그득하게 담은, 최고출력 190마력의 SD 올4(5540만원)다. 음, 4500만원 이하의 SUV를 모은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모델이라고? 우린 4580만원짜리 올4를 요청했지만 시승차가 없단 이유로 5540만원짜리 SD 올4가 왔다. 두 모델의 출력 차이는 40마력이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소소한 옵션 차이가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 1000만원을 더 써야 하는지 의문이다. 4580만원짜리 올4로도 충분히 컨트리맨의 다양한 장점을 누릴 수 있는데. 음, 8.8인치 와이드 디스플레이 같은 옵션을 선택할 수 없는 점은 아쉽지만. 

컨트리맨은 미니의 ‘캐시카우’다. 2010년 데뷔한 1세대는 6년간 전 세계에서 약 54만대 이상 팔려나가며 미니의 성장을 이끌었다. 그런데 이건 미니 3도어 해치백의 ‘대안’인 경우가 많았다. 미니 3도어 해치백의 발랄한 이미지를 손에 넣고 싶지만 좁은 실내와 딱딱한 운전감각, 거친 승차감 등을 감당하기 버거운 사람들의 선택지가 컨트리맨이었단 뜻이다. 하지만 신형 컨트리맨은 다르다. 한층 당당한 분위기와 넉넉하고 고급스러운 실내, 그리고 고유의 운전 재미까지. 미니를 지긋지긋해 하는 사람이 봐도 반할 만큼 매력적이다. 값이 조금 비싼 게 흠이지만 잘 만든 소형 SUV를 찾는 이에겐 이만한 선택도 없다.   글_류민

 

디자인과 개성, 실용성, 연비, 운전재미 뭐 하나 양보할 수 없는 완벽주의자. 미니를 너무 좋아하지만 해치백은 좁고, 클럽맨은 어색하다는 미니 예찬자. 단, SD 올4는 5000만원이 넘는다. 아랫급 모델을 고르는 게 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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