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컨버터블 타령이구나.’
이런 생각을 하는 독자들이 계실지 모르겠다. 봄이 오고 여름휴가철이 다가오면 수많은 매체들이 컨버터블을 타고 여행을 가자는 글을 싣기 때문이다. 벚꽃 잎이 휘날리는 도로를 달리며 햇살을 가득 받아들이는 풍경, 강원도 숲속 도로를 지붕을 열고 달리며 피톤치드를 만끽하는 장면 등 글 속의 컨버터블은 영혼의 심호흡까지 기꺼이 책임져줄 듯하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그 풍경과 거리가 멀다. 삶이 바쁜 우리는 도시를 벗어나는 것이 일단 어렵다. 도심에서 컨버터블은 어렵다.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내 얼굴에 꽂히는 것을 이겨낼 자신이 있어야만 지붕을 열 수 있다. 차가 멈춰야만 지붕을 여닫을 수 있는 컨버터블 모델이라면 지붕을 여닫다가 진행 신호등이라도 켜지면 뒤의 차에서 날아오는 따가운 시선으로 뒤통수가 따갑다. 컨버터블을 타면서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이유가 강렬한 햇빛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의 시선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

게다가 요즘은 시도 때도 없이 황사다 미세먼지다 해서 곤란하다. 상쾌한 공기를 마시기는커녕 의료용 마스크를 착용하고 길거리를 다녀야 하는 형편인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 지붕을 열고 달리겠다고 하면 사람들이 뭐라 할지 듣지 않아도 뻔하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갈수록 컨버터블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컨버터블이 간절하다. 햇빛이 귀한 유럽 사람들이 맑은 날을 만나면 주변 사람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웃통을 훌렁훌렁 벗듯이 우리도 공기가 맑은 날을 만나면 그 맑은 하늘과 공기를 더욱 만끽하고 싶다. 소중하니까. 이제 왜 스칸디나비아 사람들도 컨버터블을 타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들은 차 안에서도 햇빛을 즐기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 해보는 거야. 유명한 신발 브랜드의 슬로건인 ‘Just Do It!’이 나에게 하는 말이었구나. 하지만 억 소리가 나는 럭셔리 컨버터블이나 스포츠 로드스터일 필요는 없잖아. 보다 쉬운, 그리고 재미있는 나의 컨버터블 첫 경험이 있을 거야.

가장 좋은 입문용 컨버터블, 피아트 500C
컨버터블의 목적은 무엇인가? 바로 하늘을 직접 받아들이는 것이다. 아무리 넓은 선루프라도, 지붕 전체가 유리로 만들어진 차라고 해도 하늘과 나 사이에 아무것도 없는 컨버터블을 이길 수는 없다. 그런데 컨버터블 초보자가 가장 꺼리는 것은 아무래도 옆에서 날아오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다. 하늘을 즐기고 싶은 것이지 동물원의 원숭이가 되고 싶은 건 아니니까. 해결책이 있다. 귀여운 컨버터블 피아트 500C다. 이 차의 특징은 옆에서 보면 전혀 컨버터블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문과 창문이 그대로 달려 있어서 옆에서는 그냥 보통 해치백 모델처럼 보인다. 따라서 사람들이 내가 컨버터블을 탔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니 나를 쳐다볼 이유가 없다. 시선으로부터 해방이다. 

그런데 500C가 컨버터블이 맞는가? 지붕이 완전히 열린다는 점에서 500C는 확실히 컨버터블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500C는 컨버터블 이상이다. 500C의 소프트 톱은 지붕 좌우 모서리의 레일을 따라 뒤로 접히는 방식이기 때문에 마치 선루프처럼 일부분만 열 수도 있다. 위쪽 지붕만 완전히 열 수도 있으며 대부분의 컨버터블처럼 지붕과 뒷유리를 트렁크 위로 완전히 접을 수도 있다. 또 하나 장점이 있다. 500C의 소프트 톱은 차가 아무리 빠른 속도로 달려도 여닫을 수 있다. 달리면서 지붕을 여닫을 수 있는 컨버터블이 드물지는 않지만 대부분 2인승 스포츠카처럼 지붕이 짧은 모델이고, 지붕을 여닫을 수 있는 최고 속도가 정해져 있다. 이런 면에서 보면 500C는 컨버터블 이상의 컨버터블이다.

시내에서도 마음이 움직이면 움직이는 대로 지붕을 열어도 그만이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쓸 필요가 없으니 더욱 자주 지붕을 열게 된다. 비록 시선이 360도 옆까지 시원하게 완전히 열리지는 않지만 그래도 자주 하늘을 볼 수 있도록 지붕을 열 수 있으니 500C는 실용적인 컨버터블이다. 그리고 가격도 2000만원대로 무척 저렴한 컨버터블이다. 500C는 컨버터블을 경험하기 가장 좋은 입문용 컨버터블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나를 쳐다보는 사람이 있다고? 지붕을 닫았는데도? 하긴, 피아트 500은 그냥 봐도 예쁘니까. 

넓은 지붕과 하늘, 레인지로버 이보크 컨버터블
미세먼지 때문에 컨버터블이 무용지물이라면, 아예 화끈하게 가는 것도 방법이다. 만일 흙먼지를 스스로 일으키며 자연을 만끽하는 SUV라면 미세먼지 따위는 걱정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 

여기에 어울리는 모델이 있다. SUV의 종가인 레인지로버의 이보크 컨버터블 모델이다. 지프 랭글러도 원한다면 지붕을 제거할 수 있지만 접었다 폈다 하는 컨버터블이라기보다는 지붕을 떼고 나갔다가 돌아와서 다시 얹는 방식이니까 불편하다. 비가 오더라도 흔쾌히 맞아줄 용의가 있는 마초남이 아니라면 시도하지 말자. 이보크 컨버터블은 온전한 컨버터블이고 제대로 된 SUV이다. 이보크 컨버터블의 지붕은 다른 어떤 컨버터블보다 넓다. 그러니까 열리는 하늘의 면적이 가장 넓다는 뜻이고 닫았을 때와 열었을 때의 차이가 가장 크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보크 컨버터블은 이보크의 오프로드 주파 성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것이 뜻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보크 컨버터블은 나만의 하늘을 즐기는 가장 훌륭한 수단이라는 뜻이다. 이보크 컨버터블의 오프로드 주파 성능을 이용하여 도시를 떠나 인적이 드문 자연 속 깊은 곳을 찾아가서 지붕을 열었을 때의 충족감은 대체 불가일 것이다. 다른 사람의 시선? 사람이 없다면 시선을 의식할 필요는 애당초 없다. 만끽하자. 

사실 나는 컨버터블을 조금 특이하게 이용하고 그것을 정말 좋아한다. 바로 지붕을 빼고 다 여는 것이다. 소프트 톱은 닫은 채로 옆의 창문을 완전히 열고 고개를 앞에서부터 뒤로 돌리면서 옆의 광경을 바라보라. 센터의 B 필러가 없는 컨버터블은 끊김이 없는 시원한 시야를 선물할 것이다. 그리고 확 트인 옆을 통해서 흘러 들어오고 빠져나가는 바람은 일품이다. 햇볕에 그을리고 기미가 생길 걱정도 할 필요가 없다. 꼭 경험해보시기를(안타깝게도 500C는 제외다).  글_라윤석

더네이버, 컨버터블, 레인지로버, 피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