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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영은 무언가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예전에 인터뷰를 몇 번 해봤는데 좋아하는 차랑 드림카를 참 많이 물어보더라고요. 생각보다 그런 질문이 없어서 좋네요.” 그렇다면 질문을 드리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녀는 어떤 드림카를 준비해왔을까? “아! 정말. 그런 거 하지 마세요.” 생각날 때까지 기다려야겠다. “그럼 그냥 이건 제 생각인데….” 말할 거면서. “드림카라고 해서 사지 못하는 자동차보다 직접 살 수 있는 자동차가 더 낫지 않을까요? 내가 정말 노력해서 살 수 있는 차 같은. 제 드림카는 아우디 A7으로 할게요. 이유는 딱히 없어요. 열심히 일하다 보면 언젠간 살 수 있을 거 같아서요. 뒷모습 라인이 너무 예쁘고.” 그럼 좋아하는 차는? “정말 이러실 거예요? 괜히 말을 꺼냈어.” 눈을 살짝 치켜뜨더니 사람을 빤히 쳐다본다. 다른 질문으로 넘어가야 하나. “뭐, 좋아하는 차는 딱히 없는데 사연 있는 차는 있어요.” 그녀는 묘한 밀당을 한다. “폭스바겐 골프요. 재작년에 큰맘 먹고 골프를 샀는데 주차장에 불이 나서 한 달 만에 불타버렸어요. 하하.” 정말로? “지금이야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데 그땐 정말 불운의 아이콘이었다니까요.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요? 자기 차가 불타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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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매력적인 중저음 목소리를 가졌다. “남자 목소리처럼 걸걸하지 않나요?” 뭔가 생각이 많은 듯한 목소리다. “생각요? 하하. 한참 잘못 짚으셨네. 예전에는 생각이 참 많았는데 요즘은 생각이나 고민을 하지 않으려고 해요. 생각이라는 게 대부분 안 좋은 것이 많잖아요. 머리만 아파요. 그래서 쉴 때도 집에서 멍하니 있어요. 멍 때리는 게 지친 뇌를 쉬게 한다나.” 멍 때리기 대회에 나가도 될 정도인가? “그런 대회가 있어요? 크크. 알았으면 나가보는 건데. 다음 해엔 진짜 나가봐야겠어요.” 이렇게 좋은 날씨엔 집 안에서 멍 때리고 있기 너무 아깝다. 그래도 몸매 관리를 위해서 운동은 하겠지.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으며 그녀가 말했다. “몸매 관리 너무 쉬워요. 안 하니까. 큭큭. 태어나서 운동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어요. 정말 작심삼일이더라고요. 두 번은 꼭 가는데 그 뒤론 안 가요.” 몸을 드러낸다는 부담감이 있을 거 같은데. “예전엔 느끼지 않았어요. 하루 정도 굶고 배에 힘주면 촬영하는 데 무리 없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부담감이 느껴져요. 나이가 들었는지 피부 탄력도 많이 떨어지는 거 같고. 또 새벽에 야식은 왜 그렇게 당기는지. 그래도 친구들이 저를 부러워한답니다. 먹는 거만큼 살은 안 찐다고. 하하.” 
그녀는 이야기할 때 웃음이 끊기질 않는다. “이야기하는 걸, 아니 수다 떠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여행 가서도 꼭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러요.” 게스트하우스? “낯선 사람들과 만나서 맛있는 바비큐 먹으면서 밤새 이야기하고.” 거기에 한라산 소주까지? “맞아요. 뭘 좀 아시는데요? 히히. 혹시 좋은 게스트하우스 아세요? 요즘 제주도가 중국인도 없고 한적하다고 해서 가려 하는데. 좋은 곳 있으면 알려주세요.” 그녀에게 제주도에서 가장 핫하다는 게스트하우스를 알려줬다. “저도 좋은 곳 하나 알고 있는데 거긴 침대가 라텍스예요. 아무리 방에 사람이 많아도 한라산 먹고 라텍스에 누우면 바로 꿀잠 자는 거예요. 제 인생 최고의 게스트하우스였어요.” 라텍스라면 내 방에도 있다. 실망한 내 표정을 봤나보다. “참고로 거기 오는 사람들 대부분이 여자랍니다. 남자들은 많이 없더라고요?” 본능적으로 몸이 그녀 쪽으로 다가갔다. 피식 웃더니 “이제 촬영 시작할 시간 아니에요? 빨리 가요.” 시계를 보니 스튜디오로 갈 시간이었다. 아쉽다. 아직 알고 싶은 게 많은데. 

모터트렌드, 레이싱모델, 은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