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만9235대. 2016년 메르세데스 AMG의 글로벌 판매량이다. 2014년 4만7632대, 2015년 6만8875대였으니 2년 연속 44퍼센트 이상 증가한 셈이다. 국내 상황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6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40퍼센트가 넘는다. 2011년 287대였던 판매량이 5년 만에 2057대로 7배 이상 늘었다. 

AMG의 이런 급성장의 배경에는 방대한 포트폴리오가 있다. AMG는 현재 B 클래스와 V 클래스를 제외한 벤츠 모든 모델의 다양한 고성능 버전을 생산하고 있다. C 클래스 AMG 버전만 해도 총 12종이다. 세단, 왜건, 쿠페, 컨버터블 등을 다시 한번 43, 63, 63 S로 나누고 있다. 아울러 정통 오프로더에 630마력 V12 엔진을 얹은 G 65와 같은 희귀 모델을 쉬지 않고 개발하는 동시에 독자 스포츠카인 AMG GT의 입지까지 단단하게 다지는 중이다.

이런 AMG에 C 63 쿠페는 각별하다. 판매를 이끌 모델은 아니지만 스포츠카 제작보단 ‘승용차의 고성능화’가 주 임무인 입장에서 고성능 D 세그먼트 쿠페만큼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기 좋은 모델은 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성능 D 세그먼트는 오랫동안 BMW가 M3 쿠페(M4)로 주도해온 시장이다. 기골이 장대한 세단에 거대한 엔진을 얹어 힘을 과시하던 과거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선 이 시장을 반드시 빼앗아야 한다. A 45로 ‘핫 해치’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폭스바겐 골프 R에게 맞불을 놓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C 클래스에 속해 있지만, 사실 C 63 쿠페는 C 클래스 세단과 별로 닮은 구석이 없다. 인상을 결정짓는 헤드램프와 앞 범퍼 정도만 비슷할 뿐 한층 더 매끈하고 과격한 느낌이다. 세단에서 쿠페로 거듭나며 외장 패널 대부분을 바꿨고, AMG 버전으로 진화하며 다시 앞뒤 펜더와 범퍼를 바꿨으니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차체는 일반 C 클래스 쿠페보다 80밀리미터 넓다. 코너에서의 한계를 끌어올리기 위해 휠 트레드를 넓히고 그에 맞게 펜더를 부풀린 까닭이다. 물론 C 클래스 쿠페 고유의 관능미는 그대로다. 특히 사이드미러를 내려 달아 늘씬한 느낌을 강조한 옆모습이 매력적이다. 하지만 E 클래스나 S 클래스 쿠페처럼 B필러를 잘라내면 더 좋았을 뻔했다. 앞뒤 창문을 모두 내렸을 때의 개방감은 쿠페의 갑갑한 느낌을 한 번에 해소시킬 만큼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실내는 C 63 세단과 같은 구성이다. 아래쪽을 판판하게 다진 D컷 스티어링휠과 스포츠 시트, 그리고 붉은 가죽과 스티치 장식 등으로 스포티한 느낌을 강조했다. 하지만 시트가 세단보다 낮아 운전 자세가 한결 스포티하다. 공간 크기는 동급 최고 수준. 머리 위와 팔 공간 모두 여유롭고 뒷좌석은 성인이 앉을 수 있을 만큼 넉넉하다(휠베이스가 2840밀리미터로 세단과 같다). 
파워트레인은 V8 4.0리터 트윈터보 엔진과 7단 자동변속기(MCT)의 조합이다. 시승차인 C 63 쿠페의 최고출력은 476마력, 최대토크는 66.3kg·m이며 C 63 S 쿠페는 이보다 34마력, 5.1kg·m 더 많은 힘을 낸다. 구성은 C 63·C 63 S 세단과 같지만 최종 감속비가 짧아 가속 성능이 조금 더 빠르다. 0→시속 100킬로미터 가속 시간은 0.1초 줄어든 3.9~4.0초다.

그런데 C 63 쿠페의 핵심은 가속 성능이 아닌 경쾌한 핸들링이다. C 63 세단보다 스티어링의 반응이 빠르고 앞머리가 안쪽으로 파고드는 감각도 더 강하며 꽁무니의 움직임도 더 민첩하다. C 63 쿠페를 타보니 ‘핸들링 머신’이라고 부를 만했던 C 63 세단이 고속 크루즈용 차로 느껴질 정도다.

드라이브 모드에 따른 차이는 뚜렷하다. 파워트레인, 서스펜션, 스티어링 등의 반응과 함께 배기 사운드까지 바뀐다. 소음기 안의 플랩을 열어 V8 엔진 특유의 사운드를 강조하는 한편, 가속페달에서 발을 뗄 때마다 파열음까지 낸다. 다만 스포츠 플러스 모드는 댐핑이 너무 강해 짧은 코너가 반복되는 트랙이나 산길을 달릴 때나 유용하다. 고속도로에서조차 스포츠 모드가 더 안정적이다. ESP 세팅은 보수적인 편. 주행안정장치 버튼을 눌러 스포츠 핸들링 모드를 켜야 어느 정도의 미끄러짐을 허용한다. 참고로 C 63 쿠페는 기계식 차동장치가 기본이며 C 63 S 쿠페는 전자식 차동제한장치와 엔진 진동과 쏠림을 억제하는 다이내믹 엔진 마운트를 갖춘다.

C 63 세단이 그랬듯, C 63 쿠페 역시 이전 모델과는 성격이 확연히 다르다. 엔진이 모든 것을 압도하던 과거와는 달리 굉장히 유연하고 탄탄하다. 섀시가 파워트레인을 완벽하게 리드하고 있기 때문에 보다 세심하게 다룰 수 있다. 반면 BMW M3 쿠페는 M4로 거듭나면서 조금 거칠어졌다. 여전히 빠르지만 단단하게 여민 뼈대와 거친 파워트레인이 가끔 불협화음을 낸다. 지금의 C 63 쿠페와 M4라면 고성능 D 세그먼트 판도가 바뀔지도 모르겠다. 

물론 C 63 쿠페와 M4의 경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BMW M이 C 63 쿠페의 등장에 맞춰 M3·M4 콤피티션 패키지를 선보이고 바로 워터 인젝션(압축공기에 물을 분사해 흡기 온도를 낮춘다)을 달아 최고출력을 493마력까지 끌어올린 M4 GTS로 반격에 나섰으니, AMG도 C 63 R이나 블랙 시리즈로 대응할 것이 뻔하다. 이미 AMG GT C의 550마력 또는 GT R의 577마력 유닛이 후보에 올랐다.    

고급스럽고 스포티한 실내. 가죽 대시보드와 나뭇결을 살린 우드 패널에 D컷 스티어링휠과 스포츠 시트를 더했다.

MERCEDES-AMG 
C 63 COUPE
기본 가격 1억220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RWD, 4인승, 2도어 쿠페 엔진 V8 4.0ℓ DOHC 트윈터보, 476마력, 66.3kg·m 변속기 7단 자동 공차중량 1850kg 휠베이스 2840mm 길이×너비×높이 4750×1890×1430mm 복합연비 7.9km/ℓ CO₂ 배출량 225g/km

모터트렌드, 메르세데스AMG, 쿠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