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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마셔야 한다

여행의 시작과 끝, 공항 라운지에서 들이켜는 술 한잔은 여행의 정취를 한껏 고조시킨다.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이 낭만의 순간을 포기할 텐가?

2017.05.02

손에는 여권과 아직 온기를 간직한 비행기 티켓이 있다. 눈앞에는 이제 곧 허공으로 뜰 비행기가 천천히 줄지어 굴러간다. 주변에서는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언어들이 뒤섞인다. 지금 당신은 보딩 게이트 앞에 앉아 있다. 보딩 시간까지 남은 시간은 약 30분. 이때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긴장과 피로를 잠재울 술 한 모금! 다행히 주변을 둘러보면 영혼의 허기를 술로 적실 공간은 어디에나 있다. 바로 ‘라운지’다. 
언젠가 알랭 드 보통은 책에서 “내 비행기가 늦어지기를 갈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래야 어쩔 수 없는 척하며 조금이라도 더 공항에서 뭉그적거릴 수 있다나? 나 역시 (이제껏 누구에게도 고백하지 않았지만) 이런 못된 상상을 종종 했다. 라운지에서 홀짝이는 술맛에 눈뜬 뒤부터다. 혼자라면 또 어떤가. 청명한 하늘에, 낯선 여행자들의 어지러운 행렬에, 이륙을 코앞에 둔 비장한 비행기를 향해 남몰래 건배를 건넬 수 있다. 그러다 건너편 테이블에 나처럼 허공에 ‘짠’을 해대는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면 왠지 모를 동료애도 느낀다. 만약 이곳이 서울 시내의 어느 술집이었다면 분명 서로를 이상하게 쳐다봤겠지? 그러니까 라운지는 참 요상한 공간이다. 지루한 기다림마저 먹음직스러운 안주가 되어 술맛을 돋운다. 
그래서 라운지는 위험하다. 한 잔, 두 잔 넘어가는 술맛이 예사롭지 않다. 별빛이 총총 박힌  듯한 활주로에 불이 밝혀지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이런 낭만적인 밤 풍경에 오롯이 집중할 여유가 언제 있었나? 세상 풋풋한 사춘기 소녀라도 된 양 들뜨는 기분을 감출 수가 없다. 이토록 술을 부르는 공간이기에 라운지는 종종 기내 난동 사태의 시발점이 되기도 한다. IATA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1만854여 건에 이르는 기내 난동 사건 중 23%가 알코올 또는 약물 중독 때문에 발생했다. 게다가 만취한 난동의 주인공은 대체로 라운지에서 술판을 벌이기 시작해 컴컴한 기내에서 해방감을 만끽하며 고삐가 풀린다. 사건과 관계없는 사람들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그놈의 술이 문제”라고 손쉽게 술에 누명을 씌운다. 어떤 이는 빌미를 제공한 항공사가 문제라고 일갈한다. 과연 술이 죄를 지었나? 아니면 술맛 나는 장소를 제공한 항공사가 잘못했나? 확실한 건 이 둘에겐 잘못이 없다. 결국 정도(程度)와 자제의 문제다. 
다행인 건 정도와 자제를 아는 탑승객을 위해 항공사는 꾸준히 라운지 서비스를 진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 진화의 과정에서 ‘술’은 결코 빠뜨릴 수 없는 핵심 서비스다. 만취 승객을 상대하는 구체적인 가이드를 만들어놓는 한편, 즐길 수 있는 술의 종류와 방법은 점점 다채로워지고 있다. 퍼스트 클래스와 비즈니스 클래스를 대상으로 한 라운지가 대부분이지만, 이 가운데 입장료를 지불하면 라운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곳도 있다. 술맛을 돋우는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에미레이트 항공사는 작년 말 비즈니스 클래스 라운지를 리뉴얼 오픈하면서 모엣샹동 전문 라운지를 마련했는가 하면, 캐세이패시픽은 무려 24m나 되는 테이블을 설치해 다양한 승객이 자유롭게 섞여 즐길 수 있는 바 공간을 완성했다. 항공사만의 시그너처 진을 개발한 영국항공, 맥주 강국의 면모를 뽐내는 루프트한자의 비즈니스 클래스 라운지 역시 들러볼 만한 곳. 하와이 여행 중 끝내 맛보지 못한 로컬 맥주를 맛보려면 하와이안항공 라운지로 향하면 된다. 
여행지에서 모든 일이 잘 풀리면 그건 여행이 아니라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처럼 실제로 여행은 고난과 돌발 상황의 연속이다. 그렇기에 여행 시작 직전 라운지에서 마시는 술 한잔은 숱한 고난을 맞이할 각오의 한잔이 될 것이며, 여정을 마치고 귀국 비행기를 기다리며 마시는 한잔은 스스로에게 그간의 수고를 위로하는 한잔이 될 것이다. 설렘은 설렘대로, 긴장은 긴장대로, 아쉬움은 아쉬움대로 그 순간을 오롯이 즐기게 해주는 달콤한 한잔. 이 한잔의 행복을 포기할 것인가? 비행기에 오르기 전 음주를 즐기는 불특정 다수의 여행자를 싸잡아 ‘잠재적 난동 승객’으로 취급하는 이 시대의 불편한 시선이 있더라도, 긴장과 피로를 풀어줄 한잔은 필요하지 않을까. 

 

 

술 맛 나는 라운지 BEST 5

 

에미레이트항공
두바이 국제공항 비즈니스 클래스 라운지 
두바이 국제공항에 자리한 에미레이트항공의 비즈니스 클래스 라운지는 항공사의 오랜 야심작이다. 특히 모엣샹동 독점 라운지에 들어서면 모엣 임페리얼, 모엣 샹동 로제 임페리얼, 모엣 샹동 그랑 빈티지, 모엣 넥타 임페리얼의 샴페인을 맛볼 수 있다. 셰프가 눈앞에서 요리하는 훈제 연어롤, 송아지 베이컨 구제스, 렌틸콩 수프 등 다양한 카나페는 덤. 라운지 서비스는 퍼스트 및 비즈니스 클래스, 에미레이트항공 마일리지 프로그램인 ‘스카이워즈’의 플래티넘·골드·실버 멤버면 누릴 수 있다. 

 

 

영국항공
런던 히드로 공항 콩코드 룸 
전 세계에서 단 두 곳, 영국항공의 자부심인 콩코드 룸은 런던 히드로 공항 5번 터미널과 뉴욕 JFK 공항에 마련되어 있다. 예술 작품이 어우러진 공간은 5성급 호텔 못지않은 시설이 압권이고, 포근한 침대가 갖춰진 개인  부스에서 느긋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고, 테라스에서는 술 한잔을 홀짝일 수 있다. 특히 케임브리지 증류소에서 영국항공만을 위해 만든 브리티시에어웨이스진을 맛볼 수 있다. 조건은 개별 문의할 것. 

 

 

루프트한자 
프랑크푸르트 공항 비즈니스 클래스 라운지 
맥주 강국답게 독일산 생맥주 3가지를 제공한다. 뢰벤브로이 라거, 프란치스카너, 벡스 골드다. 특히 프란치스카너와 벡스는 무알코올로도 즐길 수 있다.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 스파클링 와인은 리스트를 주기적으로 바꾸어 2종씩 선보인다. 그 외에 캄파리, 고든스 진, 벨렌카야 보드카, 알렉산더 그라파 디 프로세코 등 독주도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비즈니스 클래스 탑승자가 아니어도 성인 1인당 25유로를 지불하면 입장할 수 있다. 

 

 

하와이안항공
호놀룰루 국제공항 플루메리아 라운지 
플루메리아 라운지는 기분 좋게 하와이 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는 장소다. 하와이를 보고 듣고 맛볼 수 있도록 꾸민 이 곳에서는 하와이의 유명 양조장 중 하나인 마우이 브루잉 비키니 블론드 라거를 제공한다. 라운지는 프리미엄 캐빈과 국제선 비즈니스 클래스 승객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그 외 승객은 40달러를 내면 입장 가능하다.

 

 

 

캐세이패시픽
홍콩 국제공항 윙 비즈니스 라운지 
홍콩을 거점으로 하는 캐세이패시픽은 홍콩 국제공항에만 프리미엄 라운지 6곳이나 운영한다. 그중 ‘윙 비즈니스 라운지’에는 24m에 달하는 눈부신 하얀 대리석의 ‘롱 바’가 마련되어 있다. 기다란 테이블에서 다양한 여행자가 뒤섞이는 풍경은 충분히 이색적이고 매력적이다. 오직 캐세이패시픽 라운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시그너처 칵테일인 캐세이 딜라이트, 진저 포레스트, 오렌지 드림이 준비되어 있다. 일등석 및 비즈니스석 승객 및 마르코 폴로 클럽 회원, 원월드 상용 고객이 입장할 수 있다. 

 

 

 

더네이버, 여행, 공항라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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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공항 라운지,술,비즈니스 클래스 라운지,플루메리아 라운지,콩코드 룸,윙 비즈니스 라운지,여행,공항이용방법

CREDIT Editor 전희란 Photo 출처 THE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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