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30은 준중형 크로스오버입니다. 꼭 그렇게 써주세요.” 인피니티 홍보 담당자가 당부했다. ‘음, 해치백이 아니고?’ 인피니티는 3년 전 모델 이름을 모조리 바꿨다. 장르에 따라 크게 둘로 나뉘는데 세단과 쿠페, 컨버터블은 Q, SUV와 크로스오버는 QX로 시작한다. 뒤에 붙는 숫자는 체급을 뜻한다. Q30에는 QX가 아닌 Q가 붙었다. 이름만 놓고 보면 해치백인 게 맞다. 하지만 인피니티는 Q30을 크로스오버로 규정했다. QX30과 같은 범주의 차라는 해석에서다. Q30과 QX30은 95퍼센트 같은 차다. 겉모습은 물론 크기도, 엔진도, 실내도 똑같다. 다른 게 있다면 높이와 공차중량 같은 몇몇 숫자뿐이다. QX30은 Q30보다 높이가 21센티미터 높다. “북미 지역에서는 Q30 대신 QX30이 팔립니다. 우리나라엔 Q30이 들어왔고요. 시장 특성에 따라 그에 맞는 모델을 투입한다는 게 글로벌 전략입니다.” 인피니티는 QX30보다 Q30이 우리나라에서 잘 먹힐 거라고 판단했다. 골프의 빈자리를 겨냥하기에도 Q30이 좀 더 경쟁력 있다는 판단이다.

Q30은 A 클래스와 GLA 클래스에 얹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MFA 플랫폼을 두르고 있다. 하지만 크기는 이들보다 조금 크다. A 클래스보다는 120밀리미터, GLA 클래스보다는 25밀리미터 길다. 얼굴은 Q 시리즈 형들보다 매섭다. 곡선이 살아 있는 큼직한 프런트 그릴과 위로 치켜 올린 헤드램프가 암팡진 인상을 준다. 프런트 그릴에서 보닛과 옆구리를 지나 뒤로 연결되는 물결 라인이 역동적인 느낌도 준다. 위로 살짝 들어 올린 트렁크 리드와 라인이 살아 있는 엉덩이가 화려하다 못해 현란하다. 눈길을 끄는 디자인인 건 분명하다. 실내에 들어서자 물결치듯 라인이 살아 있는 대시보드가 눈에 들어온다. 대칭을 이루지 않는 센터페시아 에어컨 송풍구가 독특하다. 윗급의 Q50과 비교하면 확실히 젊은 느낌이다. 하지만 인피니티의 고급스러운 감성은 잃지 않았다. 

시승차는 D컷 가죽 스티어링휠과 알칸타라 스포츠 시트를 얹은 프리미엄 모델이다. 도어 안쪽과 대시보드에 알칸타라를 두르고, 시트 둘레에 아이보리 컬러 가죽을 덧대 고급스러움을 살렸다. 버튼이 빼곡한 센터페시아가 조금 복잡해 보이기도 하지만 조잡하단 느낌은 들지 않는다. 운전석에 앉아 키를 돌리자(시동 버튼이 아니다) ‘우웅’ 하고 엔진이 깨어난다. Q30은 최고출력 211마력, 최대토크 35.7kg·m를 내는 2.0리터 휘발유 터보 엔진을 얹었다. 두툼한 스티어링을 쥐고 가속페달을 밟았다. 묵직하게 움직인다. 생긴 것만 보고 가볍게 달릴 거라 예상했는데 의외다. 하체가 제법 단단하다. 그렇다고 거친 맛은 느껴지지 않는다. 단단하면서 매끈하다. 앞에는 맥퍼슨 스트럿, 뒤에는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얹었는데 리바운드 스프링을 더한 덕에 위아래 움직임이 안정적이면서 탄력적이다. 속도를 높이자 스티어링이 좀 더 정교하게 반응한다. 최대토크를 1200~4000rpm 범위에서 폭넓게 뽑아내는 터보 엔진이 초반부터 강하게 차를 밀어붙인다. 운전 재미가 제법이다. 스포츠 시트를 기본으로 달고 있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더없이 푸근하고 나긋나긋한 차가 아니라는 걸 말이다.

Q30을 세 시간쯤 운전했을까? 손목이 시큰하고, 엉덩이가 뻐근하기 시작했다. Q30의 스티어링휠은 여자인 내가 부여 쥐기엔 너무 묵직했다. 속도를 높여 달리면 더 무거워지는 탓에 움켜쥐는 게 점점 힘들어졌다. Q50의 돌덩이 같은 스티어링휠을 물려받은 걸까? 시트 역시 키 160센티미터인 내가 앉기엔 등받이가 길었다. 쿠션도 너무 빵빵해 푸근한 맛을 기대할 수 없었다. 디자인만 놓고 보면 여자들이 좋아할 차인데 막상 운전하면 여자들에겐 쉽지 않은 차다. 뒷자리 역시 넉넉하지 않다. 앞시트를 중간 정도로 밀고 뒤에 앉았을 때 키가 작은 난 무릎공간이 적당했지만 키가 180센티미터인 포토그래퍼는 불편해했다. 뒷시트는 쿠션도 딱딱한 편인 데다 길이도 짧다. 뒷자리에서도 편히 앉을 수 있는 골프가 그리워지는 시트다. 하지만 소음은 잘 잡아냈다. 공회전할 때는 물론 고속으로 달릴 때도 바닥 소음과 바람 소리가 크게 들이치지 않는다. 흡음재를 넉넉히 두른 것도 모자라 듣기 싫은 소음을 줄이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기술까지 적용한 덕이다. 오른발에 힘을 주면 ‘우우우웅’ 엔진 소리가 기분 좋게 울린다. 인피니티는 복합연비가 리터당 11.1킬로미터라고 밝혔다. 시승차를 반납하러 가는 길에 계기반에 뜬 연비를 살폈다. 리터당 10.3킬로미터였다.

옵션은 넉넉하게 챙겼다. 운전석과 조수석엔 세 가지로 저장할 수 있는 메모리 시트(열선도 품었다)가 달렸고, 6대 4로 나눠 접을 수 있는 뒷시트엔 스키스루도 있다. 10개의 스피커를 갖춘 보스 오디오는 사운드가 풍성하다. 뒷시트까지 이어지는 널찍한 글라스 루프는 하늘을 잘 보여준다. 메르세데스 벤츠처럼 스티어링휠에 달려 있는 크루즈컨트롤 레버는 사용하기가 편하다. 당기면 바로 그 속도로 세팅이 되고, 위로 올리면 시속 10킬로미터씩 속도가 높아진다. 센터페시아 아래엔 USB 포트도 두 개나 있다. 여기까지가 가장 기본 모델인 프리미엄에 기본으로 있는 옵션이다. 돈을 좀 더 얹으면 스스로 앞차와 거리를 조절하는 인텔리전트 크루즈컨트롤과 후진할 때 사방을 보여주는 어라운드뷰 모니터, 사각지대에 물체가 있는 걸 알려주는 사각지대 경고 장치를 넣을 수 있다. 기본 모델인 프리미엄이 3840만원, 윗급인 익스클루시브가 4340만원이니까 500만원만 더 얹으면 된다. 시트와 센터콘솔에 보라색 실로 스티치를 넣고, 보라색으로 포인트를 준 열쇠가 끌리면 시티 블랙 모델(4090만원, 4390만원)을 고르면 된다. 

현재 국내에서 팔리는 A3는 5500만원짜리 e-트론 모델만 있다. 골프는 판매가 중단된 상태다. A 200은 최고출력이 156마력에 불과하다. Q30이 겨냥하고 있는 시장 상황이 이렇다. 더없이 좋은 기회다. 독특한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실내, 활기찬 엔진과 풍성한 옵션…. 불편한 시트(이건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와 뒷자리만 눈감을 수 있으면 Q30을 선택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3840만원부터 시작하는 값도 매력적이다. Q30이 골프가 없는 이 시장을 흔들 수 있을까?   

Q30은 Q 시리즈 형들보다 인상이 매섭다. 위로 치켜 올린 헤드램프와 가느다란 주간주행등에는 LED를 넣었다. 4기통 터보 엔진의 최고출력은 211마력으로 경쟁모델보다 활기차다.

SPECIFICATION
INFINITI Q30S 2.0T PREMIUM
기본 가격 384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FWD, 5인승, 5도어 해치백 엔진 4기통 2.0ℓ DOHC 터보, 211마력, 35.7kg·m 변속기 듀얼클러치 7단 자동 공차 중량 1537kg 휠베이스 2700mm 길이×너비×높이 4425×1805×1475mm 0→시속 97km 가속시간 TBA 연비(시내, 고속도로, 복합) 9.6, 13.6, 11.1km/ℓ CO₂ 배출량 154g/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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