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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붉은 꽃은 없다

벚꽃보다 빨리 진 나흘간의 사랑. 소설과 스크린을 넘어 올봄에는 무대다. 서울 초연을 앞둔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 붉은 꽃이 피었다.

2017.04.17

불콰하게 취했을 즈음, 그는 말했다. “마지막 사랑을 만났다” 혹은 “진짜 사랑을 찾았다”고 말했을지도 모르겠다. 함께 취했으니 기억이 온전할 리 없다. 하지만 ‘마지막’이든 ‘진짜’든 상관없다. 그것은 빈 술병이 늘어날 때마다 등장하는 그의 레퍼토리였고, 2~3년 동안, 그가 마지막 사랑이라고 말했던 이는 세 명이었다. 그즈음 필자는 ‘마지막 사랑’이란 레토릭에 불과할 뿐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믿게 되었다. 벚꽃의 계절 4월,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벚꽃처럼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순식간에 지는 마지막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원작자는 지난 3월, 향년 7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로버트 제임스 월러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그의 대표작으로, 이야기는 아이오와 주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평범한 나날을 보내던 프란체스카의 집 앞에 낡은 트럭 한 대가 멈추면서 시작된다. 트럭의 주인은 초로에 접어든 사진작가 로버트 킨케이드. 그가 길을 물으려 프란체스카 집 앞에 차를 세우는 순간 모든 일이 시작되었다. 로버트는 쉰둘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여전히 방황하는 삶을 지향하는 사진작가. 반면 열일곱이 된 아들과 딸을 둔 프란체스카는 조용한 일상을 추구하는 중년의 촌부(村婦)다. 설렘이라는 감정을 기억하지 못할 듯한 연배의, 그것도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성향의 두 인물이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지고 헤어지는 나흘이, 이 작품의 주된 시간이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소설로도 유명하지만, 소설보다 영화를 먼저 떠올리는 이도 많을 것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메릴 스트립이 주연한 동명의 영화는 1995년 개봉했다. 대부분의 장면은 지워졌지만, 선명하게 기억나는 것 중 하나는 두 인물이 헤어진 후 우연히 시내에서 마주친 장면. 일상으로 돌아간 프란체스카를 안타깝게 바라보던 로버트의 눈빛. 그를 향해 달려갈 듯 자동차 문고리를 쥐던 프란체스카의 손짓.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던가. 어쩌면 꽃들은 저 하루의 기억으로 남은 날을 버티는 건지도 모른다. 로버트와 프란체스카가 그런 듯하다. 벚꽃보다 빨리 진 나흘간의 사랑. 그 나흘이 두 사람의 평생을 지배한다. 
4월 15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3년 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초연 당시 흥행은 부진했지만 음악적으로는 높은 평가를 받아 뮤지컬 관련 각종 상을 수상했다. 초연의 음악적 성과를 증명하려는 듯, 이번 국내 초연에서도 가창력을 인정받는 박은태와 옥주현이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두 사람 다 수식이 필요 없는 매력적인 배우들이다. 그런데 뮤지컬의 성패는 그들이 매력을 얼마나 감추느냐에 달려 있을지도 모른다. 
로버트와 프란체스카의 사랑이 지지를 받는 건, 둘의 사랑이 중년에 찾아온 마지막 사랑이었던 때문은 아닐까. 하지만 박은태와 옥주현은 너무 젊(어 보이)고, 또 너무 매력적이다. 두 배우가 새로운 사랑에 빠진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오히려 그 반대를 상상하는 게 더 어려운 일이다. 로버트와 프란체스카의 절절한 사랑을 표현하려면, 아무래도 박은태 옥주현이 연기력으로 자신의 매력을 반감시켜야 할 것이다. 물론 사랑이 청춘의 전유물이 아니듯, 마지막 사랑도 중장년의 전유물은 아닐 것이다. 은희경은 소설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에서 이렇게 썼다. “누구나 마지막 춤 상대가 되기를 원한다. 마지막 사랑이 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마지막이 언제 오는지 아는 사람이 누구인가. 음악이 언제 끊어질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마지막 춤의 대상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이 말을 필자는 이렇게 고쳐 쓰련다. “마지막 춤의 대상은 존재한다.” 다만 누군가는 이미 마지막 춤을 추었다고 믿고, 누군가는 지금 그 춤을 추는 중이라 믿고, 또 다른 누군가는 아직 마지막 춤은 추지 않았다고 믿을 뿐이다. 당신의 마지막 춤은 언제인가?

이 글을 쓴 김일송은 공연 칼럼니스트이다.

 

더네이버, 매디슨카운티의다리,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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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뮤지컬,충무아트센터 대극장,워홀,호퍼

CREDIT Editor 김일송 Photo PR 출처 THE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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