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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서울을 그리다, 비니 마스

5월 20일, 기능을 다한 차가운 콘크리트 고가 위에 마침내 싱그러운 초록의 기운이 피어난다. ‘걷는 도시 서울’ 정책의 일환으로 개발된 서울역 고가 보행길 ‘Seoullo 7017’의 얘기다. 이곳을 설계한 주인공은 이 시대 가장 창의적인 건축 집단이라 불리는 MVRDV의 창업자 비니 마스. 기대와 우려 속 이 프로젝트의 막바지 과정을 지휘하기 위해 비니 마스가 고가 위에 올랐다.

2017.04.14


1970년에 준공된 서울역 고가도로는 45년간 서울역 동서를 가로지르는 차량길로 기능했다. 결국 안전문제를 계기로 통제된 서울역 고가도로가 철거 대신 재생의 운명을 맞이하게 된 건 2015년 1월. 그리고 약 2년이 흐른 2017년에 고가도로는 마침내 ‘고가 공원’으로서의 변화를 꾀한다. 자동차 대신 사람이 걷고, 폐고가 위에 나무와 꽃이 자라는 공간이 될 것이다. 이것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서울로 7017’ 프로젝트다. 

 

서울로 7017 프로젝트는 ‘걷는 도시 서울’의 중요한 일환이다. 그동안 서울역 고가를 걸으며 느낀 소회가 궁금하다. 서울시가 ‘걷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시도한 창의적인 노력은 참으로 용감하고 바람직하다. 2015년 초 국제 초청 현상 공모에 참여하기 위해 서울역 고가를 찾았을 때 이 고가가 공원으로 변모한 모습을 즐겁게 상상했다. 그러다 2015년 연말에 다시 이곳을 방문했다. 그때는 차량이 통제된 고가를 걸었는데, 그 짜릿한 느낌을 잊을 수 없다.  
이곳에서 가장 좋아하는 지점, 그리고 뷰는? 도심은 다양한 풍경을 품기 때문에 고가 공원 자체가 훌륭한 전망대가 된다. 특히 한강대로 상부 구간은 서울역, 북악산, 남대문이 한눈에 담기는 지점으로, 이곳의 뷰는 정말 멋지다. 
당신은 세계 곳곳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건축가다. 서울이라는 도시에 대한 당신의 인상을 듣고 싶다. 서울은 굉장히 독특한 도시다. 도시의 경계를 이루는 많은 산, 거대한 도시를 가로지르며 유유히 흐르는 강을 품은 서울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서울의 풍경은 어느 도시보다도 역동적이고 다채로워서 이 도시를 찾을 때마다 새로운 영감을 받는다. 
서울은 아주 최근까지만 해도 부수고 다시 짓는 것이 일상인 도시였다. 우리 스스로는 반성해야 할 일로 인식하지만 그것이 타자의 시선에서 새롭다는 인상을 주기도 할 것 같다. 서울이 다양한 시대의 ‘층(Layer)’이 공존하는 도시가 되면 더 좋을 것 같다. 몇 년 전 출장차 서울에 왔을 때 지인의 배려로 북촌 한옥마을에서 머문 적이 있는데,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경험이었다. 우리 MVRDV는 이렇게 사라져가는 마을을 고밀화하고 풍부한 삶의 근거지가 되도록 하는 데 관심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베이징에서는 ‘미래의 후통(Next Hutong)’이라는 프로젝트를, 타이페이에서는 ‘수직 마을(Vertical Village)’라는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서울역 고가를 공원으로 바꾸자는 미래적인 제안이 나왔을 때, 서울역 고가를 산업 유산으로 볼 것인지, 고가를 보존하는 일이 과연 가치 있는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당신이 만약 서울역 고가에서 어떠한 가치를 발견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서울역 고가는 1970년 서울의 근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소로, 아주 귀중한 서울의 산업 유산이다.  이를 허물지 않고 공원화해 녹색 도시로서의 비전을 보여준다는 사실은 아주 흥미롭고 설득력 있는 접근이다.  
도시 재생의 측면에서 지난 시절의 시설을 재활용하는 데 긍정적인 입장인가? 도시의 시간이 담긴 건축물의 보존과 해체에 대한 당신의 기준이 궁금하다. 유럽, 특히 네덜란드에서는 과거 시설의 재활용이 매우 일반화된 방식이다. 그러나 원형 보존만 고집하는 시기는 지났다. 현재는 새로운 시대의 요구를 창발적으로 반영한 과거 시설의 재활용이 일반적이다. 서울역 고가의 공원화 역시 후자에 해당한다. 
처음 서울로 7017이 계획됐을 당시, 많은 서울 시민들은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를 떠올렸다. 실제로 박원순 시장은 “서울역 고가를 하이라인 파크처럼 주변 지역 부흥의 촉매로 삼겠다”고 말했다. 그 말이 오히려 독이 된 듯도 하다. 지금 서울 사람들은 하이라인 파크 그 이상의 무언가를 기대한다. 서울로 7017이 파리의 프롬나드 플랑테, 뉴욕의 하이라인과 어떻게 다를까? 하이라인은 그 높이가 낮고 일정한 데 반해, 서울역 고가는 지상에서 시작해 17미터까지 높아졌다가 다시 지상으로 내려온다. 오르내림이 있는 언덕과 유사하다. 특히 수려한 곡선형인 데다 분기점이 있어 다양한 시점에서 도심 풍경을 담아낸다.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서울역 고가 공원은 그동안 완전히 단절되어 있던 도시 양쪽을 연결하고, 이전에 본 적 없는 새로운 도시 풍경을 제안한다는 점이다.  
박원순 시장이 처음 이 사업을 설명하면서 “기존의 시설을 활용해 이러한 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은 서울뿐 아니라 전 세계 도시들이 진행하고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최근 전 세계의 도시들이 비슷한 풍경으로 채워지고 있음을 감안했을 때, 서울역 고가와 주변의 지역적 특성을 살리기 위해 특별히 고려한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우리는 서울역 고가가 주변의 지역성을 극대화하는 도구가 되길 바랐다. 2015년 국제 현상 설계 당시, MVRDV가 당선된 이유도 고가 공원화에만 만족하지 않고 주변 지역의 연결 전략까지 적극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 서울역 주변에는 아직도 도시의 옛 면모를 유지한, 운치 있는 골목길이 많다. 이들을 연결하고, 그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디자인 핵심이었다. 

 


네덜란드의 소도시 스헤인덜에 위치한 글래스 팜의 밤 풍경. 전통 농가의 모습을 재현한 유리 건물은 전혀 새로운 형태에도 불구하고 지역 주민들의 공감을 두루 샀다. 
2000년에 열린 ‘하노버 엑스포’에 참가한 네덜란드 국가관. 네덜란드의 지형과 자연에서 모티프를 얻어 여러 겹의 대지를 수직적으로 쌓아 올렸다.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건축 도시 로테르담에 본사를 둔 MVRDV. 작년에 새로운 오피스의 기준을 제시하는 신사옥을 공개해 화제가 됐다. 
서울역 고가 공원이 가장 잘 내려다보이는 스카이천사 빌딩 옥상에 선 건축가 비니 마스. 그는 다이내믹한 서울의 얼굴을 통해 다양한 영감을 얻는다.


인천의 지형도를 새롭게 바꿀 복합 리조트 파라다이스 시티는 4월 중 그 문을 활짝 열 예정이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위치한 마켓홀은 전통 시장이 동시대를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기준과 가능성을 제시했다. 

 

2년 전, 당신이 설계한 로테르담의 ‘마켓홀’을 여행자로서 방문했다. 그 최신식 건물을 채운 주체가 백화점이 아니라 전통 시장 상인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한국에서는 그런 시도가 대부분 실패했다. 결국 서울로 7017의 성공과 실패 역시 시민의 합의가 관건일 텐데, 시민의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당신만의 노하우가 있나? 끊임없는 대화와 설득이 중요하다. 네덜란드는 그런 과정에 무척이나 익숙하다. 일례로, 인구가 2만5000명에 불과한 네덜란드 스헤인덜(Schijndel) 시에서 ‘글라스 팜(Glass Farm)’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무려 18개 정당 대표와 매주 만났다. 서로 다른 요구를 수용하고 조율해가면서 디자인을 진행했고, 결국 누구나 만족하는 창조적인 결과물이 탄생했다. 서울역 고가 설계 기간 동안에도 여러 번 열린 시민위원회를 통해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고 그들의 의견을 경청했다. 그러나 주의할 점이 있다.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디자인이 평범해지거나 복잡해지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하우라면 다양한 의견을 창의적으로 해석해 보다 풍부한 디자인을 이끌어내는 것이라 하겠다. 
당신은 건축가이자 조경 전문가다. 생명력을 잃어가는 건축물에 자연, 특히 식물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하다고 보는가? 기능을 다한 차가운 콘크리트 시설에 식물로 생명력을 부여하는 방식은 이전에도 시도해본 일인가? 무척 중요한 일이다. MVRDV는 수많은 프로젝트에서 식재를 건축과 접목시켰다. 콘크리트는 식재를 위한 훌륭한 배경이 될 수 있고, 차가운 콘크리트는 싱그러운 식재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예를 들어, 2000년 하노버 엑스포의 네덜란드 국가관에 네덜란드의 지형과 자연을 담아낸 건물을 지었다. 곧 지어질 암스테르담의 주상 복합 건물 ‘라벨플라자(Ravel Plaza)’는 공중 정원과 어우러져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낼 것이다. 
서울에서도 옥상 정원이나 도시 농업이 잠시 붐을 일으킨 적이 있다. 도시 농업을 시도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도시 농업이 활성화된 해외 도시에 비해 서울이 한계가 많다고 지적한다. 서울로 7017도 마찬가지 이유에서 운영과 관리의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대책이 있나? 참여가 관건이다. 우리의 디자인은 좋은 공공의 공간을 조성하기 위한 씨앗을 뿌린 것이고, 다음 과정은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고 가꾸는 것이다. 서울로 7017이 서울의 옥상 정원과 도시 농업을 전파하는 전진기지가 될 것이라 믿는다. 서울시에서도 이를 위해 자원 봉사자 모집과 시민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리고 고가 상부에 ‘정원 교실’이라는 작은 교육 시설도 만들어놓았다. 
고가 공원 내에 한국의 식물을 활용한다는 건 당신의 아이디어인가? 특정 식물을 한정한 것은 아니다. 서울 시민 모두가 각각의 개성을 지니고 다양성 있는 도시를 만들어가는 것처럼, 모든 식물은 본연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지니고 있다. 우리는 서울에서 생육 가능한 모든 식재를 모아 심었다.  
공원에 가나다순으로 나무를 배치한다는 아이디어가 꽤 재미있다. 그런데 한글을 모르는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좀 불편하거나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다. 고가 공원을 살아 있는 식재 백과사전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렇다면 순서를 정할 때 사전 형식을 따르는 게 가장 효과적인데, 한국이라면 당연히 한글의 가나다순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래전부터 한글의 과학적인 아름다움, 한글에 대한 한국인의 자부심을 알고 있었다. 모든 식재명은 라틴어 식재명과 병기할 텐데, 라틴어 식재명은 전 세계에서 공유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외국인 여행자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갈 것이다. 
서울로 7017이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길 바라나? 나무가 자라나는 것처럼, 고가 공원 역시 자란다. 현재보다 더 많은 연결로가 생기면 프로젝트는 주변 도시를 향해 뻗어갈 것이다. 가령, 서울역 롯데마트 옥상과 연결되어 옥상 정원이 되고, 서울스퀘어 빌딩, 서울역 앞 버스환승장과 연결되며, YTN 빌딩이 있는 도시 블록으로 확장되고, 북부역세권 개발과 연결되어 그 흐름이 서소문 공원과 연결된다. 서울로 7017의 개장은 주변 도시 재생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더네이버, 걷는도시서울, 도시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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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비니 마스,건축가,조경 전문가,서울역 고가,도시 재생,걷는 도시 서울,서울로 7017 프로젝트

CREDIT Editor 전희란 Photo 이혜련 출처 THE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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