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램프
이름을 바꿔야 한다. 헤드램프가 아니라 아이램프(Eye-lamp)로. 파니갈레의 흘려보는 눈매가 예사롭지 않다. 도도하고 새침하다. 보면 볼수록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 그래서 더 빠져든다. 나쁜 여자에게 빠지듯 나쁜 바이크에도 빠진다. 박준(배우)

 

 

엔진
뼈대 안에서 열과 에너지를 내뿜는 심장. 다리와 다리 사이에서 100마력이 넘는 힘을 발휘한다. 힘은 좋은데 밋밋하게 생긴 엔진은 별로. 양쪽 옆으로 툭 튀어나온 복서 엔진의 실린더는 예술이라는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복서 스타일보다 엔진이 잘 보이는 모터사이클도 없다. 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계기반
스피드보다 스타일을 즐긴다. 자연히 멋진 것에 집착한다. 신형 R9T가 계기반을 바꾸었다. 이전의 계기반은 전체적인 스타일과 어울리지 못하고 따로 놀았다. 신형에 적용된 계기반은 클래식 네이키드 모델인 R9T를 완벽하게 만들었다. R9T는 BMW 모터사이클의 아이콘이다. 원형과 가깝게 현대적이어야 한다. 문형석(모터 캠핑 전문가)

 

 

연료탱크 
유려한 곡선으로 이뤄진 연료탱크를 양쪽 무릎으로 조이고 배꼽을 맞춘다. 크루저보단 레플리카 가 연료탱크에 몸을 붙여 의지하기 좋다. 연료탱크에 닿는 신체 부분이 많을수록 야릇함은 배가된다. 타서 안아본 사람만 안다. 기계 같지가 않다. 여자를 껴안는 기분이다. 물론 내 아내를. 이재림(<루엘> 피처 에디터) 

 

 

스로틀 레버
모터사이클의 정체성이 담긴 부위다. 전기자전거도 그 때문에 아직 모터사이클로 분류된다. 더 정확히는 스로틀 레버에 연결된 모터 때문이다. 흔히 스로틀 레버를 당긴다는 표현을 쓰지만 감는다가 맞다. 밀고 당기기보다 풀고 감는다는 표현이 더 에로틱하게 다가온다. 원호연 (<에비뉴엘> 피처 에디터)

 

 

서스펜션
서스펜션은 세팅 정도에 따라 승차감과 코너링에 큰 영향을 끼친다. 주행감을 따지다 보니 올린즈나 화이트파워 서스펜션을 보면 어딜 가다가도 발길을 멈춘다. 특히 KTM 엔듀로에 적용된 화이트파워 서스펜션은 오프로드 서스펜션 중 최고다. 박상은(자영업)

 

 

바퀴
두 바퀴 모터사이클을 타는 가장 실용적인 이유는 기동성이다. 두 바퀴는 네 바퀴보다 덩치가 작아 도로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무게당 마력비가 높아 가속이 좋고 정지거리가 짧아 속도를 내기에도 부담이 적다. 기동성은 두 바퀴가 가지는 필연적인 매력이다. 한준희(포토그래퍼)

 

 

시트
많은 모터사이클을 거쳤지만 빅스쿠터만큼 편안한 시트는 처음이다. 시트에 앉아 발판에 발을 올리면 허벅지 안쪽 아래가 시트와 쏙 맞는다. 일반 모터사이클의 무릎 그립과는 다른 느낌이다. 시트와 발판으로 이렇게 편안한 주행이 가능할 줄 알았다면 진작 탔을 텐데. 나이 들면 편안한 게 제일이다. 고영진(사업가)

 

 

앞모습
세상 어떤 사물도 외모 지상주의를 피할 수 없다. 잘생긴 것에 눈이 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뻔하게 생긴 모터사이클이라면 더는 눈길이 가지 않는다. MT 10은 슬픈 눈을 가진 일본 사무라이의 얼굴처럼 생겼다. 영화 <트랜스포머>의 디셉티콘을 닮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야마하라는 브랜드이기에 나의 이야기가 더 신빙성 있다. 김은미(회사원)

 

 

섀시
자고로 사람이든, 집안이든, 기계든 뼈대가 중요하다. KTM 뼈대를 보면 알 거다. 크로몰리 스틸과 알루미늄으로 만든 뼈대에 KTM의 상징색인 오렌지색을 입혔다. 가볍지만 내구성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오히려 더 단단하다. 뼈대인데 오렌지색 피가 흐르는 혈관의 모습이다. 시동을 걸면 정말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떨린다. 김선관 (<모터 트렌드> 에디터)

 

 

변속 페달
매뉴얼 바이크의 시작은 왼손 클러치와 왼발 기어 변속 페달과의 만남이다. 요즘엔 3단 이상에서 기어를 바꿀 때 클러치 없이 변속할 수 있는 모델이 나와 예전만큼 왼손 클러치의 사용 빈도가 많지 않다. 하지만 변속 페달에서 발을 타고 올라오는 변속 진동은 여전하다. 전우빈(무직) 

 

 

배기파이프
청각은 시각보다 예민하다. 시각은 눈에 보이는 것으로 한정되지만 청각은 전방위적이다. 듣고 싶은 것만 들을 수 없다. 그래서 몸이 소리에 먼저 반응한다. ‘두둥두둥 뿌아앙~.’ 압축과 폭발을 반복하며 뿜어져 나오는 배기음과 고동치는 배기파이프는 심장박동과 맞물린다. 배기파이프가 고동치는 소리를 들으면 괜히 나까지 몸이 떨린다. 박완규(자영업)

 

 

모터트렌드, 자동차, 엔진, 내연기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