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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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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을 즐기는 자세

속옷과 겉옷 사이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터부시되던 노출의 경계가 한층 더 자유로워졌다. 지적이고 담백한 태도로 자연스럽게 노출을 즐기는 노하우.

2017.03.13

우리나라에서 노출이라는 단어의 뉘앙스는 자극적이고 부정적이다. 여자 걸그룹이 배나 허벅지를 드러낸 채 야한 춤을 추거나, 여배우가 이슈 메이킹을 위한 비장의 카드로 어설픈 예술 영화에서 파격적인 전라 연기를 할 때 쓰는 단어처럼 좀 천박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미학적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노출은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이자 여자가 누릴 수 있는 특권 중 하나다. 다만 그 수위와 방법을 어떤 태도로 취하느냐에 따라 천박하거나 혹은 아름다울 뿐. 한편 시대와 트렌드에 따라 노출의 부위와 수위도 늘 달라졌다. 

 

1980년대에 노출 포인트는 풍만한 가슴을 도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이었다. 볼륨감 넘치는 가슴을 드러낸 클리비지 룩은 글래머러스함을 추구하던 그 시절 최고의 노출 수위였다. 한국에서는 김혜수가 그 당시 가장 진보적인 방식으로 우아하면서도 섹시하게 클리비지 룩을 선보였다. 물론 그녀 덕분에 남자들은 눈 둘 곳을 잃고 당황하곤 했지만, 정작 김혜수는 시종일관 당당한 애티튜드를 고수했다(노출의 하이라이트는 남의 시선 따위는 개의치 않는 담백한 태도다). 90년대 미니멀리즘이 유행하면서 노출의 수위도 달라졌다. 과감한 노출보다는 정숙한 여인처럼 온몸을 감싸고, 그 사이로 살짝 드러낸 발목 혹은 목덜미만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하얀 목덜미, 발목의 복사뼈는 대놓고 클리비지나 크로치를 드러낸 것 이상으로 짜릿한 섹시함을 안겨줬다. 이렇게 어느 시절이든 노출은 패션의 필수 요소 중 하나다. 넓은 어깨를 가로지르며 두드러진 쇄골과 그 사이로 봉긋 솟은 가슴, 탄력 넘치는 골반과 엉덩이, 그리고 허리의 곡선, 풍만한 허벅지와 발목의 대비까지. 인간의 몸이야말로 어떤 옷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아름다운 피사체니까. 그래서 디자이너들은 패션과 옷을 다룰 때 늘 여자의 몸을 생각한다. 어떤 부분을 어떻게 드러내 드라마틱한 아름다움을 구현할지를 말이다. 

그렇다면 요즘 디자이너들이 꽂힌 노출 포인트는? 파자마 룩, 브라렛, 시스루와 슬립 드레스로 이어지는 트렌드만 봐도 알 수 있듯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노출이다. 하나같이 나른하고 웨어러블하며 편안하고 무심한 듯하지만, 자기만의 사적인 공간에서나 입을 법한 룩을 외출복으로 등장시키면서 또 다른 방식의 노출을 시도했다. 옛날 제인 버킨이나 케이트 모스가 추구하던 프렌치 시크처럼 말이다. 특히 와이어가 없는 얇은 레이스나 면 소재의 브라톱을 의미하는 브라렛을 속옷이 아닌 톱으로 적극 활용했다. 브라렛을 착용할 땐 풍만한 가슴을 자랑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납작한 가슴과 앙상한 쇄골 라인이 브라렛을 더욱 빛나게 한다. 속옷을 겉옷처럼 걸친 파격적인 룩이지만, 메이크업은 물론 표정과 애티튜드까지 무심하고 나른하게 통일할 것. 그게 디자이너들이 노린 고도의 섹스어필 방법이다. 뭐든 상반된 매력이 합쳐졌을 때 시너지 효과는 더욱 드라마틱하기 마련이니까. 여고생의 속옷 같은 수줍은 레이스 브라와 검은 실크 셔츠를 매치한다거나, 캘빈 클라인풍의 스포티한 면 소재 브라톱과 레이스 슬립 드레스를 매치하는 식이다. 즉, 속옷과 브라렛 등 란제리 아이템을 적극 활용하되 마릴린 먼로의 ‘나 오늘, 섹시해요’ 같은 1차원적 어필보다는 좀 더 지능적으로 세심하게 드러내는 것. 그것이 이번 시즌 노출의 포인트다. 
마그리트 뒤라스의 시처럼  ‘이게 전부예요’ 라고 무심하고 나른하게 읊조리듯, 납작하고 마른 가슴 위로 청순한 레이스 브라렛을 걸칠 것. 애써 야하게 보이려고 가슴골을 모으고 엉덩이를 부각시키고 붉은 립스틱을 바르는 것보다 훨씬 지적이고 우아하면서 섹시하다. 패션 사진가들이 노출을 담는 방식 역시 담담하고 내추럴한 시선으로 바뀌었다. 테리 리처드슨, 스티븐 클라인처럼 파워풀한 성적 에너지로 가득 찬 무드가 아닌 알라스데어 맥렐란, 멜 블레스, 알렉산드라 나타프가 찍은 사진처럼 전혀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노출 사진이 각광받고 있다. 
<언컨디셔널> 매거진에서 우아한 여인들의 누드 사진을 찍은 알렉산드라 나타프는 “ 무방비 상태로 있을 때의 모습은 차원이 다른 섹시함을 선사해요. 마르고 균형 잡힌 몸과 매끈한 피부 그리고 얇은 레이스 혹은 면 소재의 속옷을 걸친 모습은 지금 시대의 우아한 여인 초상이라 할 수 있죠”라고 평했다. 올여름에는 갑옷 같은 와이어와 패드로 무장한 답답하고 인위적인 ‘뽕’ 브라와 과장된 S 라인을 위해 애쓰기보다 자연스럽고 편안한 노출을 시도하자. 그리고 노출은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나 자신의 만족과 즐거움을 위한 것임을 잊지 말 것!  

더네이버, 노출, 파자마, 슬립드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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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노출,파자마 룩,브라렛,시스루,슬립 드레스

CREDIT Editor 정희인 Photo imaxtree 출처 THE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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