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것 봐라. 이거 재미있네.” 포드 쿠가를 타고 고속으로 코너를 돌 때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간 타본 SUV 느낌과는 달랐다. 뒷바퀴가 슬금슬금 옆으로 빠지려고 하더니 뒷바퀴를 회전시켜 코너를 탈출한다. 아무래도 포드가 작정을 한 모양이다.

쿠가는 유럽에서 잘나간다. 유럽 콤팩트 SUV 부문 판매 순위를 보면 매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영 힘을 못 쓰고 있다. 포드 입장에서는 대형 SUV는 익스플로러가, 콤팩트 SUV는 쿠가가 함께 판매량을 견인해주면 좋으련만 쉽지가 않다.

시승행사가 열리는 파주 헤이리에서 부분 변경된 쿠가를 만났다. 첫인상은 강렬했다. 전보다 강인한 앞모습에 감탄사만 나왔다. 곧은 직선 두 개가 보닛을 쓰다듬으며 그릴 쪽으로 눈을 집중시킨다. 육각형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안쪽을 좌우로 가로지르는 라인을 더해 강렬하게 느껴진다. 그릴 안에는 상황에 따라 열고 닫히는 액티브 그릴 셔터까지 적용해 기능적으로도 만족스럽다. 다른 겉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테일램프를 살짝 손보고 휠 디자인을 바꾼 정도. 

앞자리에 앉자마자 계기반의 파란 바늘이 눈에 띈다. 인테리어는 소소하다. 적당한 소재로 과하지 않게 마무리했다. 8인치 터치스크린엔 포드의 최신 인포테인먼트인 싱크3를 적용했다. 내비게이션과 애플 카플레이 등을 지원한다. 터치 감각이 좋고 반응 속도도 빠르다. 다만 기어 레버가 온도조절장치 바로 앞에 있어 조작하는 데 방해가 된다.

시승 코스는 고속 구간과 와인딩 구간이 주를 이루는 코스다. 고속주행을 위한 구간에 들어서자 가속페달 깊숙이 발을 집어넣었다. 속도는 점점 올라가는데 불안한 기색이 없다. 180마력이 부족할 정도로 잘 달렸다. 백미는 와인딩 구간이다. 좌우 연속되는 코너에서 리드미컬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스포츠 SUV도 아닌 일반 SUV가 이런 움직임을 보인다는 게 놀라웠다. 빠른 속도로 코너를 진입했을 때 뒷바퀴가 살짝 접지력을 잃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면 상황에 따라 뒷바퀴에 토크를 최대 60퍼센트까지 보내는 지능형 AWD가 이에 간섭해 코너를 탈출한다. 그 과정이 굉장히 흥미롭다. 제법 탄탄한 서스펜션과 직관적인 핸들링이 급변하는 움직임을 잘 잡아준다. 하지만 요철 위를 달릴 때는 충격을 제대로 잡지 못해 시트 밑으로 그대로 전해진다. 

시내에서 정차하고 있을 때 신호등이 바뀌거나 앞차가 출발하면 싱크3 디스플레이의 적용된 내비게이션이 친절하게 알려준다. 아, 주행으로 감동시키더니 마지막엔 세심한 배려까지. 쿠가가 더 든든해졌다.  

쿠가의 뒷자리는 6대 4 폴딩 시트로, 시트를 접으면 적재공간은 총 1657리터까지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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